도문교와 신축중인 신도문강대교
아침나절 간단히 연길 중심가를 돌아다녀보고 두만강변 작은 도시 도문(图们市)행 버스를 탔다.
도문까지 가는 버스비는 편도 15元 (2500원), 버스시간은 한시간정도 걸렸디
버스에 탄 승객들은 비록 서로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지만 이지역 주민의 54%가 조선족이라고 하니 아마 승객 대부분 조선족일 터였다.
우리가 도문에 대해 우리말로 얘기하는 것을 본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주머니가 자기가 마침 도문교를 지나가는 택시를 타야하니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과연 도문에 도착하자 버스 정거장에서 택시를 불러 우리를 태워주어서 함께 타고 가다가 도문교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 갔다.
택시비를 내려니까 손사레를 치며 어디를 봐야하는지 설명해주고 잘 구경하고 가라고 인사까지 건네고 갔다.
이곳 사람들은 정이 많고 순박하여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반가워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우리가 한국에서 조선족들에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여기에 처음 왔지만, 생각치도 못한 후대를 받으니 한국에 가서도 조선족 사람들을 만나면 정다운 말 한마디라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일부 구설에 오르는 조선족도 있겠지만, 연변조선족 자치주에 와서 피부로 느낀 동포들의 친절함은 미안할 정도였다.
도문 가는 버스
도문 가는 길
택시에서 내리니 자그마한 시골 동네인데 추워서 그런지 관광객은 물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마저 한사람도 없었다.
몇 발자욱 동네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국경 표시가 있었고 교량 신축공사를 하느라 공사장 표시를 한 임시 담장을 쳐 놓았다.
국경지대라 사뭇 긴장되었고, 얼마전 이곳에서 취재하던 기자가 군인에게 제지당하는 뉴스를 본 터라 무지하게 큰 망원렌즈를 장착한 친구의 카메라를 배낭에 넣게 했다.
공사장 옆에 있는 6층 건물 기념품 가게 여주인이 여기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되니 돈을 내고 자기네집 4층에 올라가 마음껏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얼마냐니까 일인당 30원(5천원)을 내라고 한다. 먼곳까지 큰 카메라를 메고 온 친구를 위해 30원을 내주고 올라가 사진을 찍게 했다.
나도 궁금하여 올라가 보았는데, 4층에 올라가 보니 도문교가 보이고 새로 공사중인 다리가 보였다.
기존에 있던 작고 긴 다리에는 중국과 북한의 사이가 좋지 않고, 교역이 단절되어 그런지 관관객은 커녕 지나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니 이 다리가 바로 도문교로서 관광객들이 입장료 25원씩 내고 다리 중간 금을 그어놓은 중국 국경까지 갔다오는 관광명소 였다.
우린 그저 저게 뭔가 하고 보고 내려왔는데 한참 관광이 잘 될 때는 한국인들이 무더기로 다리 중간까지 걸어갔다 와 보는 곳이라고 한다.
1936년 건설된 도문교 바로 옆,신축중인 다리는 신도문강대교로 건설비용을 중국 훙춘시에서 전액 대기로하고 2014년 착공하였는데 아직도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도문교는 중국 훈춘시와 함경북도 나선시를 잇는 다리로 무역,교통의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신축후 80년이 넘다보니 균열이 생겨 신도문강대교를 착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도문교 부근은 50m 간격으로 초소가 있어 탈북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으며, 중국 각지에서 잡힌 탈북자들이 이 다리로 다시 북한으로 끌려 간 한많은 다리라고 한다.
공사장 담장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국경표시석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던표지석들을 모아다 놓은 것 같다)
국경 표시 신석
다리 끝 개선문처럼 생긴 건물에서 관광객들에게 25元씩 받고 다리 중간까지 건너보게 했다.
4층에서 인증샷 (다리 중간지점, 두만강 너머가 이북 땅이다)
건물 4층에서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두만강 넘어 나무하나 없이 황량한 북한의 산을 보니, 가난한 일가친척네 집을 보는 것 같이 애처로운 느낌만 들었다.
건물을 내려와 친구의 큰 카메라는 다시 배낭에 넣게하고 두만강변 오솔길을 따라 200m 정도 떨어진 도문철교가 보이는 곳까지 잡담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강변 길이라,아무 생각없이 가끔 휴대폰 사진을 찍으며 걸었는데, 잠시후 일어날 상황은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가슴에 커다랗게 인민해방군이라 써있는 퉁퉁한 방한 군복의 중국군 병사가 뛰어나와 우리를 잡았다.
그는 신분증을 보여달라 하더니, 자기 핸드폰으로 얼른 내 여권사진과 친구의 여권 사본을 찍고나서 손에 든 무전기로 어디론가 급히 연락을 하였다.
"여기, 한국인 두명, 한국인 두명!"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 한명이 여권이 없으니 조사해봐야한다고 연행하면 어쩌지? -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최대한 우호적인 표정을 지으며 "왜 그러냐? 우린 단순한 관광객일 뿐인데"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는 그말에 대답하기를 "탕샬, 탕샬!" 이라고 했다. 그 말을 못알아들은 내가 "탕샬이 무슨 뜻이냐 써봐라."라고 하면서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주었다.
이 춥고 찬바람이 씽씽부는 두만강 벌판에 종이가 있을 턱이 없다.
써보라는 나나 그나 종이가 없어 주머니만 뒤적뒤덕하던 중, 문득 그가 손목을 꺾어 두꺼운 방한복 소매와 커다란 장갑사이로 틈을 만들어 자기 손등을 드러냈다.
그리고 추워서 그런지 여기저기 벌겋게 튼 자기 손등위에 무언가 쓰려는데 영하 20도가 넘는 날씨라 볼펜심이 굳어 잘 써지지도 않았다.
여러번 시도 끝에 그는 이렇게 썼다 "等一下 (잠간 기다리세요)" - 나는 이런 상황이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어처구니 없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对不起, 对不起! 我明白了." - 알았어! 미안해!
잠시후 키크고 잘생긴 젊은 인민해방군 장교가 무전을 받고 뛰어오더니 웃으며 물었다.
"직업이 뭐냐?" "은퇴했다." " 중국에 뭐하러 왔냐?" "관광 왔다.""여권은 왜 없냐?" "분실해서 재발급 신청 중이다.""언제 어디로 출국하느냐?".등등.
몇가지 의례적인 질문을 마치고 그는 친구의 핸드폰을 달래서는 두만강변에서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모두 지웠다.
사실은 내 카메라와 핸드폰에도 사진이 여러장 있었지만 그는 내 것은 보자고 하지도 않았고,웃으며 우리를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라고 했다.
국경 월경금지 현수막
두만강변 길
두만강 건너편 이북 땅
평화로워 보이는 두만강변 산책길
도문철교
이곳 도문철교 부근에서 중국군에게 검문을 당했다.
이후 돌아다니다 국경경비대에 또 잡히면 큰 일 니겠다 싶어, 어디를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둘러 연길로 돌아가려고 우리가 왔던 도문교 옆 큰길로 나와 택시를 타고, 도문역전으로 갔다.
역전에서 근처 중국인 순두부 전문점에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우리 순두부나 거의 같았고 25元(4200원) 밖에 안했지만 푸짐하고 맛이 있었다.
오후 2시 30분 연길로 돌아왔다.
도문역 앞에 있는 도문정신 기념물
도문 역 광장
도문역 앞 중심가
도문 역전앞 거리
중국인 순두부 가게 (두부 만드는 과정을 그린 그림)
중국식 순두부 (맛있고 푸짐했다)
도문 버스역 대합실
'중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겨울 백두산 (1.28~29) (0) | 2018.05.22 |
---|---|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용정(龍井) 나들이 (1,27) (0) | 2018.05.06 |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비자신청서 접수시키고 연길로. (1.26~27) (0) | 2018.04.20 |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중국 체류비자 신청 (심양 공안국 출입경센터) - 1.24~25. (0) | 2018.04.12 |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하얼빈 출입경 사무소 방문과 731부대유적전시관 관람 (1.23) (0) | 2018.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