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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2018 겨울, 만주 유랑기 - 수분하의 우스리스크행 국제버스 (2018. 1. 22)

수분하 도심에 있는 호수 (아이들 놀이 시설이 있다)



1월 22일, 아침, - 수분하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우리 호텔 제일 꼭대기 층 식당에서 부페식 조찬을 주었는데,호텔 숙박비(객실 하나에 조식포함 : 158元에 비해 상당히 다양하고 좋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헌데, 여기서는 오렌지 주스를 뜨끈뜨끈하게 데워 놓았다. 그걸 멋 모르고 유리컵에 쥬스를 따른 친구가 여종업원 아줌마에게 혼 났다.

그녀의 말인즉, 주스는 두꺼운 플라스틱 머그컴에 따라야지 유리컴에 따르다가 컵이 깨지면 어떻게 하는냐는 것이다.

서비스 정신이라곤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중국 아줌마는 쥬스가 담긴 유리컵을 사납게 빼앗더니 화를 내며 그대로 개수통에 쏬아 버렸다.

우리 모두 민망하기 짝이 없었고, 어안이 벙벙하였으나, 새벽부터 식당에서 소란을 떨 수도 없는 노릇이라 조용히 참고 나왔다.

 - 세상은 넓고 넓어서 오렌지 쥬스를 끓여 마시는 곳도 있었으며, 또 오렌지 주스를 유리컵에 따랐다가 혼나는 곳도 있었다.-

 

호텔 부페 식당


호른쪽에 오렌지 쥬스를 덥혀서 담아놓은 플라스틱 통이 보인다.


여기가 수분하에서 제일 높은 건물, 제일 높은 층이라 도시 전체가 내려다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아침 일찍 버스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가서 우스리스크행 버스표를 두장 샀다..

매표소 여직원이 우수리스크행 버스표를 달라고 하니,  오전 표는 이미 매진되어 없고 오후1시30분 표만 남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오후 한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두장 사고나서 기차역에 가서 하얼빈으로 돌아갈 기차표도 두장 산 후애, 남는 시간 수분하 여기저기를 둘러 보았다.

 

날씨는 쾌청했고, 기온은 영하 26도로 쌀쌀했다. 

수분하는 인구 6만의 목단강시에 속한 현급도시로 ,넓고 황량한 벌판에 횡뎅구레 서 있는 소도시다.

이곳은 2차대전 말기 마지막 격전지로 근처 지금의 중,소 국경지역에서 소련군과 일본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있는 옛 발해국의 영토로 솔본부라는 중요한 행정단위가 있었다고 하나 , 남아있는 흔적은 없었다.

수분하는 작은 도시지만 도심 한가운데 커다란 호수도 있고 벌판에 서있는 도시라 어디를 바라 보아도 시야가 펑 뚫려있어 눈이 시원했디.


박물관 옆에 있는 호수


러시아에 가면 역에 흔히 전시되어있는 퇴역한 구식 기관차 (중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수분하 시장 거리


돼지 앞발을 생으로 놓고 판다. (날씨가 추워서 고기도 따로 냉장을 하지 않는다)


각종 견과류 가게


털을 벗긴 커다란 닭을 비료포대 위에 놓고 팔았다.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이리저리 다니다가 수분하 박물관을 가 보았는데, 박물관은 넓은 호숫가 한켠에 있는 아담하고 작은 이층집이었다.

박물관은 규모가 작고,전시물이 빈약하여  어느 박물관이나 있는 신석기 시대 항아리 같은 것이 1층에 조그맣게 전시되어 있었다.

안내 아가씨들 서너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혹시 발해에 대해 알까 싶어 물어보았지만, 그네들은 아예 그런 나라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1층 구경을 마치고 2층에 올라가니 모두 정치적인 근세 유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2차대전 말기, 소련군과 일본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을 때, 한 러시아 간호사 처녀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하여 "천사"라고 표현하며,2층 한가운데 초상을 모셔놓았다.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박물관을 짓는데 돈을 내 놓았다고 푸틴의 사진도 걸려 있었다... 

 

수분하 박물관








일본군에게 희생되었다는 러시아 아가씨



수분하는좁은 곳이라 어디를 가든 택시비가 10원이 넘어가는 일이 없었고 기사들도 착해서 10원짜리 인민폐를 내면 꼭 1원(170원)을 거슬러 주었다.

여기에서 나이 많은 운전기사에게 해삼위(블라디보스톡크)를 아느냐고 물으면 대개 알고 있었는데, 젊은 기사들은 해삼위가 어딘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신기했다.

1시 30분 출발시간에 맞춰 일찌감치 2시간 전에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갔다. 대합실에는 어찌나 짐보따리와 사람이 많은지 상상을 초월했다.

짐을 엄청나게 많이 가져온 사람들은 모두 러시아 보따리 무역싱이었고, 중국인 보따리상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상인들이 값싼 중국 물건들은 러시아로 가져다 파는 모양으로 가족으로 보이는 5~60대 아저씨, 아줌마들과 아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열심히 짐을 옮기고 있었다.

대합실에 앉아 있는 사람의 90%가 러시아 사람들이고 중국인들은 10%도 되지않았으며, 대합실에 있는 가게 아줌마들도 모두 러시아말을 중국말보더 더 잘했다.

돈을 셀 때도, 이, 얼, 싼, 쓰... 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러시아 말로, 아진, 드바, 뜨리, 쉬뜨리...


여기서 일반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 이런 북새통에서는 한가롭게 여행이나 다니는 사람은 이곳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도 눈치껏, 남들이 하는대로 아래 층에가서 짐 무게도 재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는데 시간이 되었어도 도무지 버스가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오전에 떠나야 했을 버스마저 떠나지 않고 있어, 그러지 않아도 대합실이 와글와글한데, 오전 버스 승객들까지  한데 엉켜 더욱 난리통이 되었다.

여기서는 버스 출발 시간이라고 정해 놓은 것이 그냥 출발 순서일 뿐, 별 의미도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기다려 출발 시간보다 한시간 늦은 2시 40분에 개찰을 했고, 나는 소란 스러운 대합실 한켠에서 러시아로 가는 두 친구를 배웅했다.

여기는 보따리 무역상이 가져온 짐들이 많아 그런지 버스마다 커다란 트레일러를 뒤에 달고 있었으며 버스  대부분 우수리스크라고 쓴 팻말을 앞 유리창에 붙여 놓았다.

잔뜩 줄을 선 사람들 틈에 끼어, 서서히 개찰구를 빠져 나가는   두 친구를 보니 그들이 마치 머나먼 시베리아로 떠나는 나타샤라도 되는듯,괜히 애처로운 느낌이 든다.

이들과 같이, 나도 러시아로 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은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얼른 생각을 접었다.

- 나는 내일 하얼빈 공안청 출입경으로 가야하는 운명, 그래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표도 포기해야 했다.-


국제버스 대합실 (여기는 중국어 보다 러시아어가 더 잘통한다)


앉아있는 사람 대부분이 러시아인이다.


러시아 보따리상의 엄청난 짐들.


이 많은 짐을 버스에 싣고 간다.


러시아 상인들 (여자가 더 많았고, 남자 상인들은 적었다.)


우수리스크 가는 버스 (버스 뒤에 짐을 싣는 트레일러를 매달고 있다)


개찰이 시작되어 친구들이 나가고 있다.




친구들을 보내고 나니 네사람이 있던 자리에 둘만 덜렁 남았다.

썰렁한 기분이 들었고, 날씨도 추운데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것같이 황량해졌다.

국제버스 터미널을 나와 수분하 역으로 가서 4시 5분에 출발하는 하얼빈행 기차에 올랐다.

하얼빈으로 가는 귀로는 캄캄한 밤이라 볼 것도 없고, 그저 지루하기만 했다. 

6시간동안 자다가 깨다가...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하얼빈동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였다.

이곳 기준으론 아주 늦은 시간이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우리가 묵었던 호텔을 다시 찾아갔다.

 

버스를 보내고 썰렁해진 버스터미널


수분하 기차역 (앞길이 꽁꽁 얼어붙어있었지만, 체인을 감은 차는 보이지 않았다)


역전 풍경 (여늬 도시 같지 않고 썰렁하다)


하얼빈으로 돌아오는 기차 (창문이 꽁꽁 얼어 붙었다)


하얼빈동역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