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19.금요일 - 하얼빈의 첫 아침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날씨도 쾌청했다.
오전 9시가 되자마자 호텔 후론트에서 전화를 발려 심양 한국영사관에 전화하니 영사관으로 직접 와야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중으로 영사관에 가겠다고 말하고 바로 심양으로 갈 채비를 했다.
하얼빈 시내 곳곳에 이렇게 커다란 얼음 조각을 설치해 놓았다. (하얼빈 역 부근)
하얼빈 거리 풍경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하얼빈 역
하얼빈 역 부근
우선 여권 사본조차 없으면 가차표를 살 수 없으니 근처 사진관에 가서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분실된 여권 사진을 찾아 몇장 프린트 했다.
또 일행 네명이 모두 갈 필요는 없으니 나와 당사자만 심양에 가기로 했는데, 만약 돌아오는 차편이 없으면 심양에서 하루 자고 내일 돌아 오겠다고 했다.
하얼빈에 남아있는 두 친구는 알아서 하얼빈 구경을 하라하고 나는 하얼빈 역에 가서 동차(한국 ktx 해당) 표를 샀는데 기차표 구입부터 만만치 않았다.
신분증을 달라는 역무원에게 여권 대신 여권 사본을 건네주자 난색을 표하며 상급자에게 팔아도 좋은지 묻는 품이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여권을 분실했다 말하고, 송화강가 파출소에서 발핼해준 분실증명을 보여주며 여권 재발행을 받으러 심양 한국 영사관에 가야 한다니까 겨우 표를 끊어주었다.
중국 기차는 어떤 기차든지 여권을 확인하고 기차표에 여권번호와 영문 이름을 찍어야 함으로 신분증이 없는 경우에는 기차표를 구입할 수 없다.
여권 사본을 만들러 사진관에 갔더니 아프리카 시진전을 하고 있었다.
생뚱맞은 하얼빈 아프리카 사진전 관람 인증샷.
흑룔강성 성도인 하얼빈에서 요녕성 성도인 심양까지는 거리가 550km이고 가장 빠른 동차로는 2시간 30분 걸린다.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동차가 아닌 일반 열차로는 7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동차가 없었던 시절에는 하루에 심양에 갔다 온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오후 1시 18분에 하얼빈 서역을 출발한 동차는 경쾌하게 광활한 눈 덮힌 벌판을 가로 지르며 달렸다. -
이 넓은 대지가 바로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던 만주벌판인데 과연 끝없는 지평선이 이어졌다.
심양으로 동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산이라곤 보이지 않았고 그저 자로 그은 듯한 일직선 지평선이 계속 된다. - 가끔 도시가 나타날 뿐 아무 변화도 없었다.
창춘(,长春), 쓰핑(四平), 티에링( 铁岭)... 등, 역이름이 방송되고 아주 짧은 시간 (1분여) 섰다가 다시 출발하기를 몇번 반복하니 어느덧 심양역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4시 - 영사관 근무 시간이 5시 까지이니 혹시 늦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눈에 보이는 대로 역 앞 광장에 서있는 삐끼 택시를 불러 탔다.
영사관까지 불과 20원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겠지만 택시를 잡느라 자칫 시간을 허비했다간 5시 안에 영사관에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급한 마음에 한국영사관까지 달라는대로 40원을 주기로 하고 대신 회대한 빨리 데려다 달라고 했다. - 엉터리 없는 바가지인줄 뻔히 알지만 시간이 없으니 어쩌랴!
바기지 택시 기사는 과연 한국같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온갖 수단- 인도로 주행,대로에서 역주행,새치기 등을 총동원해서 10여분 만에 영사관에 도착시켰다.
하얼빈 서역 (시내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동차가 주로 서는 역이다)
심양으로 타고 간 G764 동차 내부
만주 벌판 (심양 가는 길)
심양 한국영사관은 옛 사극에서 보는 위리안치(귀양살이하는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 울타리를 만들어 가두는 것) 한 것 같은 이상한 외양을 하고 있었다.
한국영사관이 있는 작은 개인주택 이층집을 사방을 물샐 틈 없이 높은 철망으로 둘러 싸놓았고, 철망 안에는 중국 공안들이 삼업하게 순찰을 돌고 있었다.
"오호라! 탈북민들이 영사관을 넘어 들어갈까봐 대비하는 모양이다."
철망 출입구에 가니, 공안이 철문을 쬐금 열고, 어찌 왔나 물었다. 나는 여권 분실 때문에 왔는데 어제 미리 전화도 했었다'고 하는데 그는 별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퇴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관료적이고 책임만 따질 게 뻔한 공안들이 혹시...이핑게 저핑게, 안들여 보내주면 어쩌나 겁이 덜컥 났다.
공안이 느릿느릿 신분증을 보여달라 하여, 내 여권과 분실 여권 카피, 파출소 분실 증명 등을 보여주자 문을 조금 열어 한사람씩 들어가게 했다.
아담한 2층 개인주택인 영사관, 2층에 있는 여권과로 뛰어 올라가니 여직원 둘과 남자 과장 하나 이렇게 세명이 있었는데 과장이 친절히 절차를 설명해주었다.
- 우선 영사관에서 학인서(분실자가 한국인이라는)를 만들어 줄테니 그걸 하얼빈공안청 출입경에 저출허고 보실증명(报失证明 : 분실 신고를 했다는 증명)을 받아 와라.
하얼빈 출입경의 보실 증명을 받아서 영사관에 제출하면 임시 여권인 여행증명서를 만들어 주겠다. 하얼빈은 거리가 머니 팩스로 보내면 미리 만들어 놓겠다.
그리고 나서 그 여행증명서에 중국 공안청 출입경에서 내주는 출국용 임시 비자를 받아야 중국에서 출국할 수 있다고 했다.
처리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물으니 경험상 들쭉날쭉 하여 단언 할 수는 없으나 모든 절차를 마치려면 공휴일을 뺀 업무일수로 쳐서 빨라야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우리는 하얼빈과 심양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처지라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고, 또 공안청에서 무슨 서류를 요구할지 알 수 없어 암담하기만 했다.
하지만 어쨋든 하나하나 절차를 밟아 중국에서 내주는 임시비자를 받아야만 중국에서 나갈 수 있다니 그 절차를 피해갈 수는 없다.
영사관에서 만들어준 확인서를 받아들고, 택시로 서둘러 심양역으로 가서 오후 6시 7분 출발하는 하얼빈 서역으로 가는 동차 표를 샀다.
하얼빈에 되돌아 간 시간은 8시 50분, 지하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니 하얼빈에 있던 두 친구가 우리가 당일 돌아온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우리가 오후 한시가 넘어서 심양으로 출발했는데 당일로 왕복 1,100km를 갔다 돌아왔고 또 목적한대로 일도 보고 왔으니 놀랄만도 하다.
오늘 하얼빈 날씨는 최저 -21도~ 최고 -16도라고 한다. - 허둥지둥 당황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기온 같은 것은 별로 신경 써지지도 않았다.
또한 기록을 남기려면 하얼빈 영사관의 위리안치된 것 같은 이상한 모습도 찍었어야 하지만 삼엄한 분위기라 감히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하얼빈 지하철
하얼빈 지하철 탑승대.
9시경 하얼빈으로 돌아오니 늦은 시간이라 거리가 텅 비었다. (9시면 음식점도 문을 닫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하얼빈 거리 야경
택시도 별로 다니지 않아 긴장했다.(장시간 외부에 있다간 동사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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