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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R을 타고 간 유럽,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천산산맥까지 :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다 -2018.08.21.

러시아 아스트라한을 출발한 기차는 기차는 카자흐스탄 아티라우를 향해 달렸다.

아티라우는 인구 14만의 카스피해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인구의 80%가 카자흐 족이며 구 소련 시절에는 구리예프로 불렸던 곳이라고 한다.


기차가 출발한지 서너 시간정도 달리다가,  캄캄한 벌판 어느 역사에 멈춰 서더니 러시아 군인과 출입국관리가 기차에 올라와 출국 수속을 했다.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자 관리는 허리에 작은 작은 노트북만한 기계를 차고 올라와 여권을 하나하나 기계에 넣어 보는데 가짜 여권 판별기인 것 같았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출국할 때에는 별로 까다롭지 않게 하는데, 여기서는 무슨 중요 물품이라도 숨겨 나갈까봐 그런지 짐도 보자하고 세심히 검사하였다.

군인들이 옆칸에서 자기들끼리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카레이스키(한국인, 한국의) 어쩌구 하니까 누군가가 "세울" 이라고하지 저희끼리 낄낄 웃었다.

보아하니 한국의 수도가 어디냐? 물으니 한 친구가 서울이라고 대답한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얼마 안있어 총을 멘 군인이 한명 와서 우리에게 영어로 물었다. "힌국의 수도는 어디인가요?"

나는 얼른 그들의 말투를 흉내내며 대답했다 . "세울!" - '아하! 우리가 진짜 남한에서 온 한국인인가 테스트하는 모양이군'

젊은 군인은 내 대답을 듣더니 물어본 저도 쑥스러운지 괜히 씩 웃고 간다.


출국 수속을 끝내고 가차는 다시 출발하여 한시간쯤 달려서  어느 역에 서더니 이번에는 카지흐 스탄 입국절차를 밟았다.

삼엄했던 러시아 출국 절차와는 달리 카자흐스탄 입국절차는 싱겁게 끝났는데 별다른 질문 없이 여권사진과 얼굴만 대조해보고 입국 스탬프를 찍어다 주었다.


아스트라한을 어제 오후 4시 30분 출발했는데 아티라우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경이니 총 소요시간이 11시간 반이나 걸린 셈이다.

이티라우는 아스트라한에서 동쪽으로 3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니 국경 통과 절차만 없었다면 늦어도 5시간 정도면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11시간 반이나 걸렸는데, 입출국 수속하면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양쪽에서 무려 5시간 정도를 기차가 멈춰서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다보면 많은 사람을 일시에 처리하느라 그런지, 어느 나라든지 오래 시간이 걸린다.

몽골에서 러시아로 넘어 갈 때도 그랬고,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갈때도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우리는 새벽 4시에 카자흐스탄 아티라우애 도착했다.

작은 역사에는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가득했는데,바로 매표소에 가서 '심켄트'가는 표를 달라고 하니 여기 표파는 여직원도 두 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며 없다고 한다.

마침 옆에 있던, 영어를 잘하는 젊은 아주머니가 도와주어, 물어보니 심켄트 가는 기차는 일주일에 두번 있는데 오늘은 없고 이틀 뒤에나 있으며, 시간은 2.5일이 걸린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서는 기차 소요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 그런지 소요시간을 시간 단위로 표시하지 않고 날자단위에 소수점을 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아곳은 전혀 생소하고, 구경거리도 없는데다, 말도 전혀 통하지 않으니 이곳에서 이틀씩이나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야 했다.

그때  자신이 운전기사라며 영어를 하는 사람이 다가와 이곳에서 900km 떨어져 있다는 도시를 종이에 적어보이며, 자기 차를 타고 가면 오늘 중 도착할 수 있고 거기엔 매일 심켄트 가는 기차가 있다고 했다. 

우선 역에서 500달러를 환전하여 카자흐스탄 화폐 17만 팅게르로 바꾸고 차값을 흥정하여 10만 팅게르 달라고 하는 것을 7만(21만원)에 깎아서 가기로 했다.


카지흐스탄은 세계에서 제일 큰 내륙국으로 광대한 평원국 이며, 인구 1,836만명으로 중앙아시아의 거인이라 불리운다.

1850년 러시아 영토에 편입되었다가 1991년 독립하였눈데,기후는 건조하고, 초원, 사막이 매우 넓으며 금, 니켈등 광물 매장량이 풍부하여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로, 일인당  GDP가 2015년 이미 1만불을 넘어섰으며, 중앙아시아에서 물가가 제일 비싼 나라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로 카지흐인 53%, 러시아인 30%,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되어 있고,종교는 이슬람 47% 러시아 정교 44% 개신교등을 믿고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공용으로 쓴다고 한다.


한가지 궁금했던 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 들은 코자크가 과연 카자흐와 같은 말인가 하는 것인데 이여행기를 쓰면서 확인해 보니 서로 다른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기병대로 유명한 코자크는 쿠반강 하류에 살던 코커서스 민족 중심의 자신의 군사 조직을 유지한 러시아 남부 군사집단을 말하며 러시아 정교로 개종한 유목민족이라고 한다.

반면 카자 흐족은 터키와 몽고의 혼혈 특징을 가진 민족으로 카자흐어를 쓰며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한다.


우리와 흥정했던 기사는 우리를 태우고 환전상에도 들리고,식품점에도 들리면서 시내를 얼마쯤 돌고나서 어디론가 전화해서 다른차를 부르더니 옮겨 타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는 역에서 말이 안통하는 여행객들을 유치해서 진짜 운전할 기사를 소개하고 알선비를 받는 모양이었는데 영어를 어디서 배웠느냐 물으니 대학에서 배웠다고 했다.

하여간에 차는 나중에 바꿔 탄 차가 훨씬 좋은 한국제 기아 자동차였지만 문제는 기사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덩치 큰 순하게 생긴 기사 이름은 '아자한' 그것도 먼저 우리와 흥정했던 기사에게 물어봐서 안 이름이었다.

아주 간단한 영어 단어로만 의사 소통이 되어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다 못해 수첩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자 훨씬 의사소통이 잘 되었다.

 우선 기차 그림을 그려서 심켄트에 가면 역으로 데려다 달락고하니 금새 알아듣고 웃는다.


아티라우 도심을 벗어나자 차는 곧바로 끝없는 지평선을 내달렸다.

이 지역은 사막지대인지, 나무가 거의 없었으며, 작은 관목과 풀이 깔린, 평원 한가운데 일직선으로 길이 뻗어 있었고 차는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달렸다.

나는 아자한에게 먼저 우리와 흥정했던 기사가 적어준 종이에 쓴 러시아 글자를 보여주며 뭐라고 읽느냐 물으니"악토베"라고 하였다.

이렇게 해서 간 곳이 악토베 였는데, 우리가 가기 한달 전, 이곳에서 이슬람 테러 사건이 발생하여 외교부에서 여행을 자제하라고 문자로 통보한 지역이었다.


아자한은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어도 참 좋은 청년이었다.

넓은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면서도 담배가 피우고 싶으면 꼭 "시가렛" 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차를 세우고 피웠으며, 오는 도중에 점심을 먹으러 시골 식당에 갔을 때는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겠다고 했디. - 비록 우리가 내기는 했지만 참으로 착하고 성실한 친구였다.


오후 저녁 9시쯤 깨끗한 사막 도시 악토베에 도착했는데, 오전 8시 반쯤 출발했으니 만 12시간 이상을 달려 온 셈이다.

비록 저녁 9시라 해도 훤했는데,이곳에는 버스도 다니고 고층 건물에 아파트도 있고, 사막 한가운데 오지에서 갑자기 문명세계로 온 듯 눈이 번쩍 뜨였다.

이곳 거리에도 낙타를 모는 대상을 그린 상징물 들이 있는 것을 보니 여기도 실크로드의 한 루트였는가 보다.

아자한은 우리를 위해 심켄트로 가는 기차표도 사 주었고, 역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숙소도 알려 주어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을 잘 곳을 찾아 돌아 다니지 않게 해주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게 고마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 도와준 '예나"와 사막을 건너준 기사 "아자한'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아들같이 나와 닮은 카자흐스탄 청년 아자한.


카자흐스탄 아티라우 역 대합실


새벽인데도 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동틀 무렵, 아티라우


아무 것도 없는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저 있었다.




차창에 돌이 튀어 앞 유리에 금이 간채로 그냥 다녔다.


관목과 풀 밖에 없는 지평선


나무가 있는 것이 신기해 보였다.


일부러 잘 가꿔 놓은 것 같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화장실


오래된 구 소련시대 승용차가 잘도 달린다.


드물게 나타나는 시골 마을



우리가 점심을 먹은 식당. (아자한에게 food 라고 하면서 밥을 먹는 시늉을 하며 찾아간 곳이다)


목축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햄버거가 맛있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담으면 카운터에서 일일이 확인하고 돈을 받는다.


카자흐스탄 시골 사람들.


주유소.(아자한은 한국차가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간혹 이런 작은 마을도 있었다.


마을 공동묘지같다.


차길 옆을 자나가는 양떼.


나무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 전봇대는 사각 콘크리도 되어 있는게 특이했다.


악토베 시내에 있는 실크로드 상징물



악토베 역 대합실.


악토베 역사.(우리의 숙소는 역사 2층에 있는 공공 여인숙이었다- 숙박비 일인당 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