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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R을 타고 간 유럽,중앙아시아

코카서스를 넘어 중앙 아시아로 : 조지아-러시아 국경을 넘다 -2016.08.19.

새벽 4시에 일어나 짐을 들고 숙소 앞 광장에 나가 우리를 러시아 국경 너머로 데려다줄 차를 기다렸다.

사방이 캄캄한데 어딘지 알 수 없는 코커서스 깊은 산골에 있는, 말도 통하지 않는 러시아 국경을 넘어간다는 것이 자못 비장한 기분마저 들게했다.

그동안의 여정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은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대부분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고, 딱 한번 중국에서 몽골 국경을 차를 타고오다가 걸어서 넘었었다.

그때는 훤한 대낮이고, 국경을 넘는 사람이 워낙 많아 별로 긴장감이 없었지만 지금은 캄캄한데다가 여행객이라곤 달랑 우리 세사람뿐이라 긴장감이 더했다..

우리를 배웅해 주는 건 오직 강아지 한마리. 고놈은 신기하게도 살랑살랑 꼬리를 치며 우리가 떠날 때까지 가지않고 우리를 얌전히 배웅해 주었다.

문득, 김동환 시인의 "국경의 밤"이 떠 올랐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

 

4시 30분이되자 한참을 기다리던 지프차가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조지아 아가씨가 한사람 더타서 국경을 넘을 우리일행은 기사 빼고 네사람이 되었다.

일행이 다 차자 우리가 탄 찝차는 길게 늘어서 달리는 트럭들을 이리저리 추월하며 마치 단거리 경주를 하는 스프린터처럼 맹렬히 달렸다.

한 30분쯤 달리니, 날이 훤해오며 코카서스 높은 산들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계곡 풍경이 보였다. 하지만, 알 수없는 긴장감으로 나는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조지아 아가씨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조지아 이름은 "예나" , 러시아 이름은 "가자" 영어 이름은 "케이트"라고 했고, 자기는 블라디키프카스에 간다고 했다.

왜 가냐고 물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궁금한 대로 놔둘 수 밖에 없었다. 회사 여직원 같기도 하고 조그만 장사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조지아 출국 사무소에 도착해서 간단히 출국 수속을 마쳤다. 출입국 관리가 러시아 비자는 있느냐고 걱정스레 물었고 나는 러시아는 노비자라고 말해 주었다.

 

조지아 출국수속을 마치고 국경을 지나 몇백 m를 더 가니 러시아 국경이 나왔다. 요새같은 커다란 콩크리트 건물이었고,총을 든 군인들과 검은 제복의 관리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트럭들 외에, 국경을 넘는 소형 차량은 우리차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외에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운전기사가  차를 타고 올 때, 그에게 미리 써주었던 입국신고서를 러시아 말로 뭐라뭐라 하면서 국경 관리소 러시아 관리에게 건넸다. 

이윽고 출입국 관리가 호명을 하는데 우리 일행중 막내부터 부르더니 러시아 말로 뭐라고 한참 꼬치꼬치 묻는다.

러시아 말을 전혀 모르는 친구가 왜 비자가 없냐고 묻는줄 넘겨짚고 "No visa"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검은 제복의 무뚝뚝한 러시아 관리는 계속 러시아 말로 무언가 따지듯 물었다.

러시아 시골 국경에는 영어를 하는 관리가 없어서 애를 먹는다는 여행기를 전에 본적이 있었고, 말이 안통해서 미리 여행 게획서를 작성해 두었다가 보여주었다는 말이 실감 났다.

 

난감한 가운데, 러시아 세관 관리와 서로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예나가 눈에 들어왔다.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도와 달라고 예나를 불렀다

"예나, help me! what did he say?" (예나, 도와줘! 저친구가 뭐라고 하는거야?)

예나는 우리의 난처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얼른 달려와 러시아 관리가 묻는 말을 영어로 통역해 주었다.

"러시아에 왜 들어 오느냐? -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위해 러시아를 통과하려는 것이다.

통과하는데는 10일씩 지체할 이유가 없지 않냐? - 처음 오는 곳이라 교통을 몰라서 여유있게 잡은 것이다." (우리는 입국신고서 체류일자를 10일로 써 놓았었다)

내가 대답하면 예나가 바로바로 러시아 말로 관리에게 대답해 주었다. 질문이 간단치 않은 내용이라, 만일 예나가 없었다면 큰 곤욕을 치룰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통과한 러시아 국경은 아주 드믈게 한국 사람이 통과하는 곳이며, 보통 서너시간씩 걸리기 일쑤라고 하는데 예나 덕분에 지체없이 통과한 것 같다.

예나가 국경관리와 웃으며, 친숙한 농담을 하는 걸 보면 그런 인간 관계 때문에 무뚝뚝한 러시아인들이 우리 입국을 신속히 처리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경을 통과하고 다시 한시간쯤 달려 오전 6시 50분 블라디카프카스(Владикавка́з) 에 도착했고 우리는 기사에게 역전에 차를 세워달라고 하여 거기서 내렸다.

나는 예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태리에서 산 쵸콜렛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리 짐을 뒤져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머니에 남아있던 조지아 돈 50라리(한국돈 25,000둰 정도) 지폐를 예나에게 주면서 쵸콜렛 대신 점심이라도 사먹으라 주니까 받지 않으려 한다.

억지로 예나에게 돈을 쥐어주고 기사에게도 약간의 팁을 준 후 역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헤어졌다. - 정말 예나가 고마웠다.

 

블라디카프카스는 코커서스 산맥 북쪽 사면을 흐르는 테레크 강 유역에 있는 도시로 군사도로를 지키는 요새에서 시작된 인구 30만의 러시아 시골 도시이다.

이곳은 평범한 시골 도시지만  치안이 불안한지 기차역 경비가 삼엄했다. 역사를 출입할 때마다 역무원이 엑스레이 투시기 검사를 했고, 짐을 일일이 뒤졌다.

역 매표소에 가서 아스트라한 (Астрахань) 가는 기차표를 달라고 하니 여직원이 말이 안통해 답답한듯. 커다란 모션으로 두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였다.

이리저리 눈치껏 짐작하건대, 여기서 아스트라한 가는 기차가 있긴 하지만 오늘은 없고 내일 낮에나 간다는 것 같았다.

 

기차 대신 버스로 가기로 하고 택시를 잡아 타고 기사에게 버스 터미널 (Bus station)에 가자고 하니, 나이 많은 기사는  말을 몰라 엉뚱한 곳에 가기를 네번이나 반복했다.

그때마다 내가 택시에서 내려, 길가는 사람중 조금 유식해 보이는 사람에게 영어로 버스터미널 가는 길을 물었다. 그중에는 경찰관도 있었지만 모두들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물어본 사람이 내가 영어로 써준 bus station이란 말을 보더니 "스타치온" 어쩌고 하니까 기사는 또 무슨 재래 시장 근처에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난감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웬 점잖은 중년 신사가 걸인에게 돈을 주는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그에게 달려가 영어 아느냐 물었고 그는 yes라고 대답했다.

그럼 기사에게 버스 터미널까지 간다는 말을 해 달라고 하니 그가 기사에게 우리 목적지를 설명해 주었고 , 이번에는 기사가 정말로 버스 터미널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다시 삼십분쯤 달렸는데, 그곳 택시 값은 대단히 쌌다. 그처럼 오래 이리저리 돌아다녔어도 우리 돈 4천원정도 만 달라고 했다 (택시 미터기는 아예 없다)

 

우리는 12시쯤 바스터미널에 도착, 가까스로 2시에 아스트라한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오후 두시에 출발한 버스는 다음날 아침 7시에 아스트라한에 도착했다. 무려 17시간을 달린것이다.

직선 거리로 약 436km, 버스 길로 800km 정도 되는데, 일반 시골길을 달리고, 도로 상태도 안좋고 여러번 쉬고 갔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탄 버스는 자로 그은 듯 일자로 뻗어있는 끝없는 지평선 위를 계속 달렸다.

버스가 가끔 소박한 러시아 시골 마을에서 잠시 서면, 승객들이 화장실에도 가기도 하고,  상점에 가서 간식을 사다가 차안에서 먹기도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어스름해지며, 해가 졌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코커서스 대평원에서 지평선 너머, 땅으로 사라져가는 태양을 보는 느낌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블라디키프카스 역

 

 

카즈베기를 떠날 때

 

 

우리를 배웅해준 강아지.

 

 

블라디 카프카스 가는 길

 

 

예나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블라디카프카스 거리

 

 

 

 

역전 앞 작은 광장

 

 

기차 역

 

 

거리 풍경

 

 

 

 

 

 

여기는 아직도 50년도 넘었을 듯한 구 소련 깡통같은 택시가 다닌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버스 터미널

 

 

 

 

우리가 타고간 아스트라한 가는 버스

 

 

 

 

 

 

러시아 시골 풍경

 

 

 

 

 

 

버스는 가끔 작은 마을에서 섰다.

 

 

 

 

군복을 파는 집인 것 같다.

 

 

코커서스 대평원

 

 

 

 

시골 마을 슈퍼

 

 

 

 

 

 

 

 

 

 

 

 

 

지평선 너머 지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