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에서 머물렀던 9시간은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에게해의 푸른 바닷물 빛, 눈부시게 하얀 집들,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이곳에는 그 어떤 다툼도 없고, 간절히 바랄 것도 애통해 할 것도 없고, 그저 푸른 바다와 태양과 하얀 집들이 있을 뿐이다.
이곳은 하얀 바탕에 푸른 줄이 쓱쓱 그어진 단순한 이미지의 그리스 깃발과 정말 잘 어울린다.
산토리니는 본토와 200km 떨어진 에게해 남부에 있는 키클라데스 제도의 최남단 섬으로 인구 1만 3천명, 73km의 작은 화산섬이다.
이 섬은 과거 활발한 화산 활동의 중심지였으며 이 섬의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120km 떨어진 크레타 섬을 덮쳐 마노아 문명이 멸망했다는 주장도 있다.
배표를 사려고 여행사에 들렀을 때 표를 파는 아가씨가 며칠 후에 돌아오느냐 물었는데 우리가 그날로 돌아온다니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타는 시간만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먼 곳인데 그 긴 시간을 배에서 보내고 섬에 갔다가 잠간만에 되돌아 온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으리라.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출발하는 산토리니행 배를 타기 위해 텍시로 피아레스 항으로 갔다.
어두컴컴한 새벽 항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토리니행 페리선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도 그들속에 섞여 커다란 페리 선에 올랐다.
이윽고 배가 에게해의 푸른 바다를 가르고 달렸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고, 배의 빠른 속도 때문에 갑판에 오르니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배는 미코노스섬에 잠간 들러서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망망대해를 달려서 12시가 조금 넘어, 산토리니 섬에 도착했다.
우리는 부두에서 낡아빠진 일본제 닛산 렌트카를 하나 빌려서 섬 전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바쁘게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렇게 돌아다니는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야말로 그저 한적함을 즐가며 빈둥거리는 것이 딱 맞는 곳이니 말이다.
섬 끝까지 가보고, 제일 높은 곳에도 가보고,.... 다 부질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6시30분에 부두에 가서, 다시 아테네로 가는 배를 타려고 기다렸으나 배는 오지 않는다.
우리가 타고 갈 배 뿐만 아니라 그다음, 그 다음 배도 오지 않았고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점점 많아져서 작은 부두가 사람들로 꽉 찼다.
기다리는 시간은 자꾸 흘러서 부두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섬 꼭대기의 하얀 집들은 하나둘 불빛이 밝혀졌다.
이윽고 사방이 완전히 캄캄해지고 한참을 더 기다려, 9시가 되니 바다 멀리 배가 들어오는 불빛이 보였다.
옆에서 초조히 배를 가다리는 미국 뉴욕에서 왔다는 청년은 7시 30분 배표를 갖고 있었는데, 내가 저게 네가 탈 배일까? 물으니 웃으며레 대답했다. "I hope so."
엉터리 없는 그리스 선사는 부두에서 기다리던 여러 시간대의 표를 가진 승객들을 모두 한꺼번에 배에 태웠다.
원래부터 그럴 작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승객들을 태우고 9시 산토리니를 떠나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아테네 외항 피아레스에 내려 놓았다.
한바탕 꿈을 꾸도 난 것 같았던 산토리니 여행, 이번 유럽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산토리니는 모든 집들을이 하얗다. (파란 하늘과 작은 교회)
산토리니로 가는 배 (갑판에 나와 해풍을 즐기는 사람들)
산토리니섬에 가는 길에 들른 미코노스 섬.
여기도 집들을 희게 칠해 놓았으며 많은 승객이 내렸다.
에게해의 푸른 물 빛.
배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페리선 선실
산토리니에 도착 (우리가 타고 온 배)
산토리니 부두 풍경
여행 안내소 겸 렌트카 영업 아가씨
한가한 산토리니 거리.
그리스 국기는 산토리니의 이미지와 딱 맞는다.
슈퍼마켓 역시 흰색과, 푸른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아름다운 교회
좁은 골목도 역시 눈 부신 흰빛이다.
여기도 까르프가 있었는데, 물건 값도 쌌고 에어컨을 팡팡 틀어놓아 아주 시원했다.
골목 풍경
작은 섬이라 어디서나 바다가 보인다.
산토리니 인증 샷.
산토리니 부두.
절벽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산토리니 부두.
사람이 몇 명밖에 못 들어갈 것 같은 작은 교회.
항아리로 장식해 놓은 집.
항아리에는 교회 종탑을 새겨 놓았다.
화산섬이라 흙이 푹석푹석하다.
부두 카페에서 배를 기다렸다.
섬에 들어가려면 구불구불한 절벽길을 올라가야 한다.
황혼 녘
산꼭대기 동네에서 불이 하나 둘 켜졌다.
돌아오는 페리 선 선실 풍경
'TSR을 타고 간 유럽,중앙아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카서스를 넘어 중앙 아시아로 : 조지아 트빌리시(Tbilisi) - 2016.08.16. (0) | 2017.04.08 |
---|---|
유럽 자동차 여행 : 이스탄불(Istanbul)에서 보낸 3일 - 2016.08.13~15. (0) | 2017.04.04 |
유럽 자동차여행 : 그리스, 아테네 - 2016.08.11. (0) | 2017.03.21 |
유럽 자동차여행 : 로마에서 아테네로 가다. - 2016.8.10. (0) | 2017.03.17 |
유럽자동차 여행 : 이탈리아, 로마(Rome) 2016.8.8~9 (0) | 2017.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