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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29. 관직생활(仕途生涯) - 257~8 p

그날 샤오웨이는 동료들과 웃고 떠들면서 복도를 걸어갔는데, 가면서 내내 들떠있었고 기분이 좋았다.

같이 가던 사람 중에서 두 사람의 남자 동료가 그녀의 승진을 미리 축하해 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마침 샤오마(小麻)의 사무실을 지나는데 갑자기 안에서 과기처 라오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사실은 그와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친한체 인사하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뜻하지 않게 라오멍이 유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샤오마, 이번에 한턱 내야되. 당신 이름이 일등으로 올랐으니 말야.

들리는 말로 우리 과기처에 부처장이 한명 온다는데 미리 말하지만, 당신 쏘는게 시원치 않으면 내가 안받아줄 수도 있어."


"샤오마의 이름이 첫번째라고?" 샤오웨이는 깜짝 놀랐다.

"어디에 그런 명단이 있었나? 어떻게 내가 못본거지?"

샤오웨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이때, 라오멍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원래 라오멍이 며칠 전 그의 부인에게 갔던 정리로 보아 여전히 웃으며, 그녀에게도 '당신은 두번째야" 혹은 "세번째야" 하면서 "한턱 내"라는 농담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샤오웨이를 보더니 약간 긴장해서 어색하게 한번 웃어보이고, 황급히 가버렸다.

샤오웨이는 바로 라오주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라오주가 말했다. "나도 방금 알았어. 확실한 명단이 나왔어.

이번에는 전처럼 세명을 뽑기위해 여섯명을 심사 하지는 않았어. 더도 덜도 아닌 딱 세명만 공포했어."


"저는요? 저는 몇번째에요?" 샤오웨이는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주가 불과 며칠 전에 자기애개 아르켜 준 서열은 또 뭔가?

"정치부에서 이미 청내 전산망에 공시했어. 가서 컴퓨터를 켜봐." 라오주가 무겁게 말했다.

샤오웨이는 라오주가 말하는 어투를 듣고 뭔가 상황이 잘 못되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는 근본적으로 믿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근 몇년 동안 공안청에서 이렇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샤오웨이의 이름이 상위에있었는데 어떻게 그녀의 이름이 중도에 삭제될 수 있겠는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샤오웨이는 바로 컴퓨터를 켰다.

과연, 사이트 윗쪽에 "성 공안청 부처장 인선 대상자 명단"이란 타이틀이 있었다.

거기 있는 이름은 달랑 세명이었다.

그런데 눈을 씼고 보아도 그 세명안에 정말 자기 이름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이번에는 또 무엇 때문이야?"

샤오웨이는 다시 라오주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눈물이 흐르는지 어쩐지도 알 수 없었고, 그저 머리 속이 멍했으며, 모든 근육이 올올이 경련을 일으켰다.

"설마..., 저번에 제게 말한 것이 전부 틀린 소식이었어요?"


"아니야, 당신 표수는 확실히 높았어.일등은 아니면 이등이라 했는데, 내 추측으론 일등이라고 생각했지." 라오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도자들이 토론하여, 완전히 표 수로만 간부를 뽑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결정했어.

특히 지난 몇번의 투표를 거치면서, 지도자에게 불만 의견을 쓴 편지를 보냈는데 홍서기도 꽤 많이 편지를 받았나봐.

그래서 홍서기가 특별히 지시해서 처펑강 청장과 정치부 동지들에게 업무상 필요에 따라 결정하라고 했대.

원래, 당신이 사무실 부주임으로 제일 적합하기는 한데, 현재 공석이 없지 않아?

게다가 세개의 부처장 자리는 각각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 필요한데, 당신은 그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고려 대상에서 빠진거야.

미지막으로 업무가 비슷한 사람들은 그대로 표 수로 계산하여 결정했고 그 결과 세사람이 뽑힌거야."


"업무에 익숙치 않다고요? 자리를 조정하면 될거 아닙니까?" 샤오웨이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했다.

"당신을 도우려고 내가 벌써 처청장에게도 보고하러 갔었어.

처청장 말이 이번에 윗분 지도자가 벌써 결정한 일이라 다시 바꾸기는 어렵다고 하더군." 라오주가 말했다.

"기왕 조직에서 이미 결정한 일이니 우린 조직의 지시에 따라 좀 더 멀리 보자고."


"도대체 누가 결정한 거예요?  내가 찾아가 따지겠어요!" 샤오웨이가 흥분해서 말했다.

"찾아 갈 필요 없어. 내가 개인적으로 말하는데, 이번에는 처청장이 한 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홍서기가 결정한 거야!. 그분도 따로 생각이 있겠지.

그에게 시비를 따지러 가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닐까?

일은 제대로 안되면서, 잘 못하면 나쁜 인상만 주게 될거야."


샤오웨이는 며칠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었다.

실제로 그녀는 출근할 기력이 없었다.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살아있는 송장 같았고, 영혼이 빠진 껍데기가  황량한 별 사이를 아무 도움없이 하염없이 이동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홍씨펑에게 시비를 따지러 가지 않았다.

하지만, 출근 후, 각양 각색의 전해지는 말을 들었다.

어떤 사람은 샤오웨이에게 농담삼아 말했다.

"요즘 승진을 하기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워.

남자는 돈을 갖다 바치면 되고 여자는 색을 바치면 되지.이걸 흔쾌히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거야."

또 어떤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 홍씨펑이 비록 청렴결백하고 강직하다고 하지만  그도 결국 남자 아니겠어?

여자에 대한 욕망는 다른 지도자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지 않겠냐고?"


샤오웨이는 곧 홍씨펑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는데, 어떻게 봐도 준수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같이 겉으로 속을 내보이지 않는 시대에 사람들은 누구나 권력이나 금력을 귀히 여기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네가 품덕과 정조와 고결함을 지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쓸 것인가?

고통의 심연에 빠져서, 그녀는 몸을 홍씨펑에게 바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기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