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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2016. 5월 쓰꾸냥산 (따꾸냥)등산기 - 4,200m BC(과도영)

5월 17일 아침. 텐트 바로 앞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텐트 지퍼를 열고 나가니 맞은 편에 보이는 설산 정상을 덮은 하얀 눈이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 오늘도 다행히 날씨가 좋겠구나!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짐을 추스린 후, 10시에 오늘의 목적지 다꾸냥봉 아래 BC(해발 4200m)로 출발했다.

이곳을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의심없이 과도영(过渡营)이라고 부르지만 중국 등산지도와 인터넷에선 전혀 이런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과도(过渡) 란 넘어간다는 뜻인데 정상을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란 뜻에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가이드가 여기를 대본영(大本营 : 본거지, 베이스캠프) 이라 하기에 내가 과도영을 말하는 것이냐 물으니 같은 곳이라 했다.

하지만  혹시 다른 곳일까봐 나중에 목적지에 가서 일월산장 주인에게 전화하여 대본영이 정말 한국인들이 말하는 과도영을 말하는지 다시 재확인까지 했다.


오늘의 일정은 노우원자에서 과도영, 거리는 약 5.5km, 시간은 산행 예정시간 약 5시간.

우리는 노우원자 야영지를 출발하여, 계곡으로 1km 정도 계속 내려가 대해자(大海子)에 도착했다.

말이 났으니 한가지 덧붙이자면 대해자에 바다 해(海) 자가 붙었다고 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이 과장이 심하다거나 심지어는 바다가 그리워 그렇게 이름 지었다는 사람까지 있으나 이는 순전한 억측일 뿐 보통 중국어 사전에 보면 일반적으로 호수를 해자(海子) 라고도 부른다. - 무식하면 용감해 지는 법.


대해자는 설산에 둘러쌓인 조용한 호수인데 풍경이 뛰어나서 이 좋은 곳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구경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대해자 구경을 마치고, 바로 호수 앞에서 시작되는,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커다란 언덕을 올라가니 야크 산장 같은 돌집이 나왔다.

이후 우리는 장대한 쓰꾸냥산 계곡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능선을 가로지르기도 하면서 꿈속같이 멋있는 대자연 속을 걸어 오후 세시, 목적지 과도영에 도착했다.


과도영은 너덜지대가 시작되는 정상 바로 밑 약간 너른 평지였는데 마당 한켠에 눈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여기에  자그마한 돌 집이 서너채 서있는데 그중 두어채는 산장지기가 쓰고 나머지 두채는 손님을 받는 모양이었다.


과도영에 도착하기 전 부터 맑았던 하늘이 어두워 지더니 과도영에 도착한지 얼마 뒤부터 바람이 거세어지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먼저 도챡한 라오밍이 텐트를 두 동 쳐 놓았는데 강풍에 타르초같이 나부끼는 품이 곧 날아갈 듯, 애처러워 보였다.

모두들 겁을 먹고, "저기서 못자요!", "저기서 자다간 얼어죽어요!"

이렇게 말을 한 두어사람 외에도 모두 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햇볕에 그을려 얼굴이 까맣게 탄, 주름이 쪼글쪼글한 산장주인에게 하루 자는데 얼마냐 물으니 일인당 100원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이 7명인데 텐트도 있고 하니 전원 400원에 안되면 텐트를 치겠다 하니 주인은 그대로 말 없이 돌아서 버린다.

다시 대원들의 아우성이 시작 되었고 나는 다시 주인을 불러, 이번에는 가이드도 중간에 내세우고 500원에 방 두개를 쓰기로 결론 냈다.

그리고 우풍이 심한 방에는 텐트를 방안에 하나 치고 두사람이 들어가 잤다.

일행중 두사람이 고소증세를 호소하며 내일 산에 못 올라가겠다고 하여, 내일 아침이 되면 씼은 듯 나을 수도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 시켰다.



저녁을 먹고 났는데, 계속 진눈깨비가 내려서 걱정이되어 가이드에게 물었다.

내일 여기 온도가 얼마나 될거냐 물으니 영하 10도정도 될거라 했고, 산정은 얼마나 될거 같냐니까 영하 20도 라고 한다.

그래서 일기예보 봤느냐 했더니 우린 그런 거 안본다고 했다.

하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고 TV가 있는 것도 아니며, 이렇게 외진 곳의 일기예보를 따로 할 리도 없다.

어이쿠, 변변한 장비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어째 우리 외엔 올라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 벼라별 생각이 다 스쳐갔다.


밤새 진눈깨비가 내렸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설산에 비치는 노우원자의 아침 햇살


야영지



대해자



언덕위의 야크 오두막







베이스 캠프 (과도영)


가이드가 먼저 설치해 놓은 텐트


과도영 대피소


말들도 휴식을 하러 가나보다.


우리가 자고 갈 방 앞의 눈 무더기.


올라오는 동안 보았던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