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아침 햇살이 환하고 따사롭다.
아파트에서 아침을 먹으러 단지 속을 걸어나오는데, 청뚜의 하늘은 푸르렀고 미세먼지도 전혀 없는듯 시야가 멀리 보였다.
민박집 젊은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아침 먹는 식당을 안내해 주었고, 과일 채소 사는데도 일일히 따라 다니며 도와주었다.
오늘의 일정은 이곳 차디엔즈(지명 : 茶店子)에서 245km 떨어진 일융(日隆 : 중국 발음-르룽)을 가면 되는데 일륭 직전에 있는 파랑산 고개길(해발 4478m)을 넘어야한다.
소요 시간은 버스를 타고 가면 대충 7~8 시간, 짚차를 타고 가면 6시간 걸린다고 한다.
거리에 비해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가는 도중 공사구간에서 일방통행길이 많아 서 그렇다고 했다.
청뚜 조선족 여행사에 알아보니 차디엔즈터미널에서 일융까지 버스비 95원 보험료 포함 100원, 짚차를 합승하여 타고가면 일인 150원이라 하여 짚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짚차를 타면 버스보다 두시간 정도 빨리 가고, 일융에 내려서도 우리가 정한 민박집 앞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짐도 많고 우리가 아무데서나 구경하고 싶으면 잠깐 섰다 갈 수도 있다고 해서 일인당 오십원 정도 더 들이기로 한 것이다.
짚차는 기사 빼고 손님 6명이 타고 가는데 손님이 자기숙소를 알려주면 10시 까지 차를 보내준다고 했다.
우리는 일행이 7명이라 5명과 2명으로 나누어 두대의 짚차에 나눠타고 가기로 했다.
10시에 일제 미스비시 파제로 짚차가 왔는데 다른 한대가 늦게 오는 바람에 다같이 기다렸다가 10시 30분쯤 같이 출발했다..
우리 차에는 키가 180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 큰 장족 젊은이 운전기사와 조수석에 50대 초반쯤 보이는 깡마른 일본인이 미리 타고 있었는데 그는 중국 말을 잘 못했다.
그에게 중국인인줄 알고 어디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일본인인데 한국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고 혼자 일융에 여행을 간다고 했다.
또 등산이 취미이고, 서울 근교 암벽에서 록크라이밍도 해봤다고 하며 우리가 가려는 쓰꾸냥산 따꾸냥봉에도 재작년에 올라갔었다고 했다.
두장옌까지 가는 길은 잘 포장되어 있고 쾌적했으나, 이후 몇년전 큰 지진이 났던 원추안( 汶川)으로 접어드니 도로 공사중인 구간이 자주 나타났다.
공사 구간에서는 공사판 옆 비포장 길을 한참 달리다가 잠깐 포장 도로가 나오다가 다시 공사 구간 이런 식이다.
- 아하! 이래서 파랑산 넘는 길로 그동안 못 다니고 단빠, 타공 지역으로 빙둘러 돌아서 갔구나.
오다보니 뒤따라 오던 차는 어디서 헤어졌는지 간데 없었고 우리는 문천을 지나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차에 탄 사람이 일본인 빼고 전부 우리 일행이니 젊은 기사에게는 우리가 밥을 사주겠다 했고 일본인에게도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두 사람 다 그러마고 했는데, 음식을 주문할 때.일본 친구가 스스로 맥주도 시키고 활달하게 행동했다.
- 어라, 일본인이 밥을 얻어 먹을 때는 열번도 넘게 "아리가도 고자이마쓰"를 외치던데 조금 이상한 녀석이군
아니나 다를까, 밥을 다 먹고 나니 그가 슬며시 나를 부르더니 100원짜리 인민폐 한장을 쑥 내민다.
밥값이 전부 240원 나왔으니 1/n로 나누면 35원 정도 만 내면 되는데 거슬러 달라는 말도 없이 100원을 내민 것이다.
"아냐 아냐, 우리가 다 낼께!" 하니까 그는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꾸뻑 했다.
호기를 부려본 것 까지는 좋은데, 나중에 다른 차에 탔던 총무에게 한소리 들었다.
"아니, 형님. 무슨 점심을 그렇게 비싼걸 드셨어요? 우린 둘이서 국수 30원짜리 먹었는데!"
오후 4시. 파랑산에 도착했다.
구름이 끼어 시야가 별로 좋지 않은데, 길에 커다랗게 4480m라는 표지가 였고, 우리는 모두 사진을 찍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다른 사람 여행기를 보니 여기서부터 고소 적응 훈련이 시작된다고 하던데, 과연 우리 일행 중에도 차에서 내리는데 확 어지럽더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내려가니 마오비량(猫鼻梁 : 고양이코 언덕)에 다시 차가 섰는데 여기서는 구름도 걷히고, 환하게 해가 났다.
쓰꾸냥산이 멀리 보이고 일융이 바로 아래 보이는 곳인데 쓰꾸냥산 묘비량(猫鼻梁)이란 자그마한 표지석이 있고, 길가에 장족아주머니들이 토산품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 이유도 모르고, 한참을 지체하다가 일융으로 내려 갔다.
지체한 이유는 나중에 알고보니 도로 공사중이라 차가 주욱 밀려 있는 것을 보고 운전기사가 아예 경치 좋은데서 시간을 보내라고 일융으로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다섯시 넘어 일융의 일월산장에 도착했다.
일융은 아주 작은 산골 마을인데 마을 앞으로 커다란 개천이 콸콸 흘러갔다.이곳도 해발 3200m라고 했다.
산장 주인과 내일 등산에 필요한 말과 마부 기타 장비를 협의하고 저녁을 먹은후 8시쯤 모두 일찌감치 잠을 잤다.
고소증세가 겁나, 술을 먹을 수도 없고, 방에 TV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잠을 자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후의 일정 중에도 우리는 모두 8시 넘으면 대충 다음날 아침까지 지겹게 잠을 자는 건전한 티벳식 생활 방식을 별 저항없이 받아들였다.
- 그것 외에는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었음으로.
문천지역 공사구간
점심 식사를 한 곳
일융 가는 도중 처음 설산이 보였다.
파랑산 고개
파랑산 고개길.
파랑산.
파랑산 길.
파랑산 도로 표지.(소진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파랑산 고개길에서 마라톤 팀 기념사진.
고양이코 언덕.
쓰꾸냥산이 보인다.
할일 없이 시간을 보내던 고양이코 언덕.
우리가 머물렀던 일월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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