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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2016. 5월 쓰꾸냥산 (따꾸냥)등산기 - 등정 실패후 일융으로 하산

새벽 3시 기상.  대피소 마당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캄캄한 가운데 서둘러 아침 식사를 했는데 식욕이 없어 거의 먹지 못했다.

이번 산행에서 나는 특별한 고소증세를 겪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식욕이 없어 산에 들어온 이래 거의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아침으로 떡라면을 했는데 건성건성 한두숫갈 뜨는둥 마는둥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4시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어제 고소증세로 고생했던 대원중 한사람은 두통이 너무 심해 과도영 숙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고소적응이 끝났는지 별 이상없이 따라 나섰다.


과도영 숙소부터 쌓여 있던 눈은 올라갈수록 점점 적설량이 많아져서 너덜지대쯤 가서는 거의 3~40cm 까지 쌓여 있었고 가이드 라오밍이 앞장서서 럿셀을 하면서 나갔다.

헤드랜턴을 켜고 스틱으로 눈을 헤치며 올라갔는데, 급경사면에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지며 힘겹게 한발작 한발작 전진했다.

한번은 내가 발을 잘못 짚었더니 한쪽 다리가 허벅지까지 쑥 빠져 도저히 내 혼자 힘으로는 빠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라오밍이 달려와 손으로 눈더미를 헤치고 나서야 가까스로 발을 뺄 수 있었다.


이렇게 눈 속을 헤치며 가는 동안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나란히 서 있다는 얼꾸냥, 싼꾸냥, 쓰꾸냥봉이 보였다 안보였다 했다.

세시간 정도 걸려서 너덜지대가 끝나고, 안부에 올라서자 경사는 약간 완만해 졌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적설량도 훵씬 많아졌다.

나는 고소증세로 고생했던 친구와 같이 후미에서 따라갔는데 며칠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해 그랬는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순간 문득 구름이 겉히며 하얗게 눈에 덮힌 쓰꾸냥봉이 보였는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풍경은 경외감 그 자체였다.

- 과연 장족들이 말하는 성스러운 산이란 것이 바로 이런거구나.


이윽고 정상이 바로 바라보이는 평평한 곳에 올라갔는데 먼저 갔던 대원들과 가이드 라오밍이 모두 모여 있었다.(해발 4,894m 지점)

왜 여기서 머물러 있느냐 물었더니, 먼저 올라온  대원 두사람이 라오밍과 함께 정상 등정을 시도했는데 강풍으로 몸이 날아갈 것 같아 겁이 나서 도로 내려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표고차는 겨우 100m, 하지만 예상치 못한 강풍과 갑자기 내린 눈이 정상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다.

거기다 우리의 준비는 겨우 아이젠과 스패즈 정도의 부실한 수준이고 만일의 경우 서로 묶고 안전을 확보할 자일도 없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무모한 도전 끝에 만약 누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어 여기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내심 무척 아쉽고 답답했으나 모두들 아무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우리는 서둘러 기념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 올수록 눈은 점점 적어졌고 구름도 점차 걷혀갔다.

과도영 BC에 내려오자 눈은 겨우 5cm정도 밖에 쌓여있지 않았고 거기서 계속 하산하니 아래는 화창한 날씨에 눈은 커녕 따뜻하기만 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을 바꿔가며 계속 걸어서 일융까지 내려오니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었다..

오늘 걸은 거리는 비록 내리막 길이기는 했지만 20.5km였고, 걸은 시간은 12시간 정도이다.

BC- 정상 왕복 (6km) - BC - (4km) - 上鸡  - (3km) - 打尖包  - (4.5km) - 锅庄坪 - (3km) - 日隆  (합계: 20.5km)


일월산장에 도착 후, 이제는 고소증세에 대한 걱정도 없어져서 오랫만에 샤워를 했다.

저녁 식사때는 산행에 대한 해방감으로 모두 즐겁게 담소하며 삽겹살에 바이주를 마셨다.

식사후 산장 주인에게 구채구, 루얼가이(若尔盖) 대초원,황하구곡제일만을 가는 루트를 물어보고, 짚차 두대를 나흘간 빌리기로 했다.

(하루 빌리는데 1000원, 운전사 숙식비 우리 부담, 유류대 주차료 통행료 등 차량 관련 제비용은 기사 부담 조건)


쓰꾸냥봉 (6,250m), 야오메이(幺妹 : 막내 여동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벽4시에 BC를 출발 눈밭을 헤쳐갔다.


너덜지대 정상부근




정상부근 안부


알꾸냥봉, 싼꾸냥봉


하산 전 기념 촬영



하산 시작



BC (과도영)이 내려다 보인다.


BC (과도영)



아쉬움을 안고 하산 준비.


하산길은 이렇게 날씨가 쾌청했다.


일융 하산길 마지막 타르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