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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2016. 5월 쓰꾸냥산 (따꾸냥)등산기 - 준비단계

나는 오래전부터 설산을 한번 올라보고 싶었다.

설산을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정말 두발로 한번 걸어 올라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마라톤을 하는 친구들과 중국여행시마다 같이 가 주는 친구들을 부추겨 쓰꾸냥산의 다꾸냥봉(5,350m)을 오르기로 팀을 조직했다.

총원 7명, 모두 산이라면 일가견이 있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다.

일정은 5/15~25까지 10일간 사천성 청뚜에서 일융을 거쳐 다꾸냥봉을 등산하고 내려와 구채구, 루얼가이 대초원, 황하구곡 제일만을 돌아보고 귀국하는 것이다.

우리 팀의 공통점이라는 건 딱 두가지, 모두 60을 넘긴 남자들이라는 것과 여행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매니아들이라는 점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 단계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문점은 청뚜 - 일융 간 도로가 지진 복구가 덜되어 4400m인 파랑산을 넘어가지 못하고 단빠를 거쳐 쇼진으로 갔다가 다시 일융으로 오지 않나 하는 점이었다.

이문제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니 최근에는 버스가 파랑산을 거쳐 쇼진을 가고, 가는 길에 일융을 거쳐간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더 확실히 하기위해 아예 중국 차디엔즈 버스터미널에 전화를 걸어 과연 파랑산 거쳐 일융가는 버스가 있냐고 직접 물어보니 명쾌히 대답해 주었다.

 "요우(有)" 차비 95원, 아침 8시 30분 출발.


두번째 의문점은 과연 일융에 가면 안내자, 말, 마부들을 쉽게 구할 수 있을 지 하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이런 일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여러 사람을 데리고 가야하는 입장에서 조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중국 인터넷 바이두를 열심히 찾아서 쓰꾸냥산 등산기를 열심히 읽었다.

국내 여행기도 여러군데 조회를 해보았지만 아쉽게도 아주 오래된 등정기 이거나 패키지여행팀을 따라 갔다온 여행기들 뿐이라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없었다.

패키지 여행팀을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구태여 누구에게 말한필 얼마주고 빌리고, 또 가이드는 하루에 얼마주고...  시시콜콜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많이 가는 일융 여관에 전화를 했는데, 주인이 의외로 한국말로 전화를 받는다.

잘 되었다싶어 말과 마부, 가이드비, 텐트 임대비, 침낭임대비등을 흥정했다.

대충 얘기가 마무리 될 무렵 그가 한마디 툭 던진 말로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등산허가는 받으셨어요?" 

"등산 허가라니 그게 뭔데요?"

"중국 등산협회에서 5000m  넘는 산을 갈 때에는 일인당 800원씩 받아요."

"뭐가 그리 비싸요? 중국 인터넷에 보니까 그런 말 한군데도 써있지 않던데."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혜초여행사를 비롯 쓰꾸냥 가는 산악회 대여섯 곳에 정말 등산허가가 필요한지 일일히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대부분 귀찮다는 듯이 중국측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하는 일이라 자기들은 거기까지는 잘 모른다 했으나, 몇 군데에서는 친절히 십몇만원씩 내고 간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후 중국 청뚜에서 여행사를 한다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한국 여행사에서 전화를 받고 설명해 주라고 해서 전화했다며 등산허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등산허가는 중국 등산협회가 발행하는 허가로 만약 허가 없이 가다가 걸리면 크게 벌금도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영에서 정상을 가는 길목에서 못가게 제지 받을 수도 있다고 하며 중국인들도 다 허가를 받는다고 했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찜찜해졌다.

그래서 팀 조직원들과 숙의를 거듭하여 최종적으로 돈을 내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일융에 도착하여 일인당 800원씩 주고 서울에서 전화로 미리 부탁한 등산허가증을 받았다.

 하지만 현지에 가서도 여전히 미심쩍어 등산을 하려고 말에 짐을 싣는 중국 젊은이들 등산팀이 보이는 족족, 서너팀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 등산 허가는 받았냐?" "받았어요."

얼마들었냐?" "150원 들었어요." - 가만 보니 이건 등산허가가 아니라 문표를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물론 문표도 따로 150원씩 내고 끊었고 관리소에 가서 입산신고와 등산자 명단도 제출했으나 이건 중국등산협회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절차였다.

중국 젊은이들은 모두 알펑(알꾸냥 봉)에 간다고 했고 등산 허기를 받지도 얺았고 잘 모르는 듯했다.


나는 지금도 등산허가가 꼭 필요했었나 확실히 결론 내리지 못하고, 의문에 쌓여있다.

말끝에 스므살 먹은 중국 아가씨의 2015년 쓰꾸냥 등산기에 써있던 말이 떠오른다.


"世界上真没有后悔药卖的!" - 세상에 후회약(후회 치료제) 파는 약장사는 없다.

즉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 자기가 잘 판단해라. 라는 중국 속어이다.


쓰꾸냥을 떠나며. (산에서는 강풍과 눈에 시달렸는데 오는 날에 돌아보니 구름한점 없이 쾌청했다.)



 등산허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