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샤오비엔에게 자기 머리를 맡겼다.
빠르게 두피가 선뜻해지더니 곧 부드럽고 상쾌해 졌다.
스스르 잠이 들려고 하면서 몽고 초원의 면양이 한마리 한마리 내달리기 시작할 무렵 그 뒤에 있는 지형이 눈에 들어오면서, 홍시펑은 갑자기 눈을 떴다.
그 뒤에 있어야 할 푸른 초원이 보이지 않고 단지 보이는 것은 베이지색 작은 앞치마가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앞치마 위에는 푸은 바탕에 붉은 빛이 감도는 복숭아가 있었는데 잘 익어서 바로 따기에 알맞은 상태였다.
"갑자기 복숭아라니!"
홍씨펑은 갑자기 입을 열어혼잣말을 했다.
"내가 어찌 전에는 주의해 보지 못했을까?"
이발실에 그렇게 여러번 왔으면서도 매번 올 때마다 늘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그녀의 서비스만 받았다는 생각이 났다.
그토록 오랜 세월 수사 업무를 해온 늙은 공안이 확실한 유혹적인 복숭아를 관찰하지 못하다니...
그는 자기의 관찰력이 퇴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할 것도 없어요, 서기님,"
샤오비엔이 말하는 소리는 그녀의 손에 묻어있는 비누 거품처럼 언제나 부드럽고 감촉이 좋았다.
"여기 오셔서 머리 안마를 받고 가시는데 그건 누구나 밪는 서비스일 뿐이예요.
서기님은 당연히 일개 이발원의 앞치마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죠.
그저 작은 장식일 뿐인데요 뭐."
이말에는 자기는 무것도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 뜻과 함께 숨겨진 소망이 내포되어 있었다.
"말 정말 잘하네. 이렇게나 말을 잘하는지 생각도 못했군. 헌데 앞치마는 정말 특이하고 창의적이야."
머리를 몇번 더 문지르고 몇 마디 부드러운 말이 보태지자, 홍씨펑은 서서히 피로가 사라졌고 좀전의 분노가 머리 속에서 지워져 갔다.
"이건 제가 일부러 수를 놓은거예요." 샤오비엔이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요즘 가게에서 산 이런 앞치마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복숭아가 있을 수 있겠어요?
하물며, 복숭아라는건, 어떤 사람도 생각치 못할 거예요."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지?"
"서기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찾으려다보니 그렇게 된거예요."
샤오비엔의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저는 성이 비엔이고 이름이 송타오(松桃 : 소나무, 복숭아)예요.
소나무와 복숭아 나무를 합한 '송타오'인 거죠.
하지만 말로 얼른 들으면 부서지기 쉬운(松脆) 복숭아 같이 들려요. 안그런가요?"
"어감이 부서지기 쉬운 복숭아 같이 들린다고?"
홍씨펑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해석이 좋네. 그래서 앞치마에 복수아를 수놓았단 말이군.
잘했어! 보니까 정말 부서지기 쉬운 복숭아같은 어감으로 들리는군.
말을 하다보니 정말 복숭아가 먹고 싶어지는데."
"서기님이 한마디 하셔서 안될게 뭐가 있습니까?"
샤오비엔의 말은 대단히 함축적이었고, 말로만 끝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서기님같이 높으신 분이 큰고니 고기가 먹고 싶다 하면 누군가 잡아다 드릴텐데, 하물며 흔해빠진 보통 복숭아야 뭐 대수겠어요?"
"자네는 나를 너무 대단하게 보고 있어. 사실, 높은 지도자라도 다 나름대로 어려운 것이 많아."
홍씨펑은 그녀에게 기탄없이 말했다.
"어떤 사람이 큰고니를 잡아서 가져 왔다해도 감히 먹을 수 없는거야.
그 이유는 그놈이 국가 보호동물이기 때문이지.
어쩌면 보통 사람들은 먹을 수 있을지 몰라. 바라보는 눈들이 비교적 적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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