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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17.결론은 교육(算账教育) - 136p

"돈 받아 먹는 것도 과정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겁이 나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가 나중에는 자꾸 경험하다 보니까 이골이 나서 일상사가 되더군요."  링씨가 말했다.

"제 기억에는 처음 제가 돈을 받은 것은 8만원(우리 돈;1500만원) 이었는데, 집에 가져 온후 돈다발을 감히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꼭 그게 시한폭탄같이느껴졌거든요.

그때 머리 속에 생각 나는것이 딱 한가지, 바로 상대방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저는 꽤 여러번 상대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만 그는 바쁘다는 핑게를 대며 한사코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팔만원은 적은 액수가 아니었고, 저는 매일매일 걱정이되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걸 집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고, 더더구나 동료들에게 알릴수도 없는거 아닙니까?

사실대로 말해서, 저는 긴장과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압박으로 엄청 고통을 받았습니다.

아마 돈을 준 사람은 일부러 저를 피했을테고, 어쩌면 저의 잠재의식 속에 욕심이 있어서 그랫겠지요.

결국 날자가 하루하루 지나가게 되었고 끝내 이 돈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런 고통은 점점 옅어지고, 결국은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돈으로만 따졌을 때, 당신이 지금 생각하기에 그 돈들이 받을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하시오?" 홍씨펑이 물었다.

"전혀 그럴 가치가 없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진짜 가치 없는 짓이었습니다!"

링씨는 두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슴이 메인다는 듯이 소리쳤다.

"순전히 경제적으로만 판단해도, 제가 그 자리에 있을 때, 년 수입이 십몇만원은 되었고, 은퇴할 때까지 근무했다고 하면 거의 백만원은 됩니다.

거기다 만약 제가 80세까지 산다면 퇴직후 20년간이란 기간동안 매년 4~5만원의 퇴직연금을 받게되는데 그것도 거의 100만원은 됩니다.

이 두가지를 합하면 거의 200만원의 수입은 되는 셈이지요.

그밖에 소소한 기타 정치적인 대우와 경제적인 대우까지 생각한다면 손실은 훨씬 큰거죠.

제가 당시에 수뢰한 돈이 법원이 인정한 것을 기준으로 100만이 채 안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이 돈 100만원을 받느라고 200만원의 손실을 보았는데 어떻게 이게 가치있는 일이겠습니까?

계산을 안해봐서 몰랐다 하더라도 한번 계산을 해보면 손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야말로 득불상실(得不偿失 : 득보다 실이 많다) 입니다!"

 

홍씨펑이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 계산 잘 했구먼."

 

"그것도 그거지만 저를 크게 상심시킨 것은 제가 받은 이돈을 한푼도 써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나중에 전부 기위에 몰수당했으니, 저는 잠시 뭉치돈을 갖고 있었던 것일 뿐입니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할  돈 때문에 제 스스로 수십년에 걸쳐 애써 얻은 모든 것을 날려버린 거죠.

저는 돈을 받았던게 한스럽고, 그 돈 또한 한스럽습니다.

그 돈은 악마와 같아서 저를 한발 한발 깊은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게 했고, 그로 인한 혜택은 하나도 얻지도 못하면서,  그걸 쫗아 정신 없이 빠져 들어갔던 겁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마치 한바탕 끔을 꾸고 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눈물 범벅이 되었는데 회한이 더욱 몰아닥치는 것 같았다.

 

링씨가 가고 난 다음, 누군가 자료 한편을 가져다 주었다.

헝씨펑이 펼쳐보니 윗 부분에 링의 수뢰 사건의 특이점이 적혀 있었다.

그중 구체적으로 자세히 묘사한 것이 있었다.

'그는 일관되게 대단히 검소했다.

삼십세에 그는 모 현 현장에 임명되었는데, 언제나 잪신을 신고 관할 농촌들을 찾아 다녀서 "짚신 현장"이란 별명을 얻었다.

나중에 몇단계 승진했을 때도 이런 절약하는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 입고 다니는 것은 몇년 전에 산 허름한 윗도리와 바지에다, 가죽 구두는 다 망가졌는데도 버리기 아까워  집 문앞 구두 수선점에서 여러번 기운 것을 신고 다녔다.

그리고 그가 은밀히 자주 뇌물을 받으면서 받은 돈을 모두 집에  감추었으며 은행에 예금 하지도 않았고, 쓰지도 않았다.

매일 밤, 잠 자기 전 그는 언제나 혼자 방에 숨어 돈을 세었으며 공책에 기록을 했다.

모년 모월 얼마 수입, 얼마가 더 늘었고, 다름 사람보다 얼마 많고,앞으로 얼마를 받아야 한다.

돈을 다 센 후 가죽 끈으로 칭칭 동여 놓고, 그 다음 날 또 다시 돈을 세고...'

 

여기까지 보고나자 그가 방금 말했던 "잠시 뭉치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가 한스럽고 불씽한 수전노였으며, "얻은 것은 없고 손해만 봤다"라는 말이 정말이구나 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