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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20일간의 동티벳 배낭여행 - 제5일째 (즈메이야코우, 즈메이촌)

내가 이번여행에서 제일 신경 썼던 것은 바로 오늘 일정 - 신도교에서 즈메이 야코우를 거쳐 즈메이촌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중국여행동호회 카페를 아무리 뒤지고, 정보요청을 했어도 즈메이야코까지 가는 짚차를 얼마에 빌릴 수 있는지, 또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답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린 일행이 여섯이라 만일 짚차에 운전 기사 외에 4명밖에 못탄다면 차를 두대 빌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비용이 감당 못할 정도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비싸면 즈메이야코, 즈메이촌은 포기한다' 는 생각을 갖고 우리 야크객잔의 한족 청년 주인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즈메이야코우를 거쳐 공가사에 가는 1박2일의 스케줄을 설명하고, 짚차를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의외로 일이 쉽게 풀렸다.

그는 지프 한데를 빌려 짐칸에 있는 보조 의자를 세우고 앉으면 한대에 6명도 탑승 가능할 거라고 해서 나를 안심시켰다.

이어서 그가 여기 저기 전화로 알아보고, 지프 한대에 800원이면 되는데, 기사 숙박비는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며 100~150원 더 주면 될거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6명이 1박 2일로 즈메이 야코, 즈메이촌을 갔다 오는데 1700~1800원이면 된다는 것이다.

비록 우겨 타야 하지만, 여섯명이 하루종일 800원에 차를 빌려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싼 값이었다. 더더구나 지프를...

 

나는 공가사 트레킹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을 하다가 일이 예상외로 쉽게 풀리자 횡재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윽고 덩치가 커다란 장족 청년이 우리가 타고 갈 하얀 일제 미스비시 파제로 짚차를 보여주러 왔는데 차는 깨끗하고 튼튼해 보이는게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그에게 내일은 즈메이야코우를 거쳐 즈메이 촌까지 가기만하면 되니까,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가자.

그리고 모레는 우리가 오전에 공가사를 갔다올테니 기다리고 있다가 12시~1시에 즈메이촌을 출발, 신도교로 되돌아 오면 된다고 설명하고 내일 8시에 출발하자고 했다.

 

아침 여덟시에 차가 왔다.

우리는 제대로 된 의자에 네명, 짐칸 보조 의자에 2명이 타고 즈메이야코를 향해 출발했다.

도로를 수리하느라 엉망이된 진쿠렁 길, 인적 없는 넓은 벌판을 달리다가, 높은 언덕을 넘어 가기도 하며 야하야코우, 상무쥐,즈메이 야코우를 거쳐 즈메이 촌까지 갔다

그런데 보조 의자에 앉아 갔던 일행이 나중에 말하기를, 비포장 구간, 도로 수리구간,급경사 산길이 믹스된 험한 지역을 7~8시간 달린다는 것은 정말 끔찍했다고 했다.

"보조 의자에 앉아 가느라, 발도 못 펴고 구부린채 모진 고생을 한 두분에게 사과 드립니다"

 

야코우(垭口)란 산과 산 사이의 길이 나 있는 낮은 곳을 말하는데 공가간을 조망하는 데는 두군데 야코우가 유명하다.

바로 야하야코우(雅哈垭口 :해발 4568m - 신도교에서 30km 지점) 와 즈메이야코우(子梅垭口 : 해발 4450m)이다.

 

우리는 즈메이촌에 가면서 두 곳을 다 거쳐 갔다.

이날 우리가 갔을 때, 두군데 모두  구름에 가려 산 정상  연봉들이 시원하게 전부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순간적으로 즈메이야코에서 공가산 전경이 모두 찍힌 사진이 두장 있었고 그 장면은 현장에 있었던 나도 보지 못한 그야말로 찰라였다.

우리는 구름에 정상이 가린 공가산을 조망했지만,  4500m가 넘는 높은 언덕에서서 눈 덮인 공가산의 장엄한 연봉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먼저 간 야하 야코우에선 약 500m 정도 올라가는 언덕의 입장료로 20원을 받았는데 40대쯤 되어보이는 장족 아저씨가 귀여운 여자 아이를 데리고 수유차를 팔고 있었다.

수유차는 약간 들큰한 맛이 나면서, 별다른 톡특한 맛은 없었는데 우리 일행 모두 이걸 마시고 아무 탈이 없었지만 딱 한사람이 나중에 설사를 했다고 한다.(수유차 5원)

 

거기서 두세 시간 더 간 곳에 있는 즈메이야코우는 주차장에서 1km 정도 걸어 올라가는 완만한 능선이 있었는데, 얼핏 봐도 높이가 100m 이상은 되어 보였다.

나는 기를 쓰고 이 능선을 일행보다 앞서 걸어 올라 갔는데, 4550m라는 고소에 적응이 안되어서 그런지 이십 발자국 이상 계속 걷기 힘들었다.

정상에 올라서니 조그마한 돌 탑(케른)이 서있었다.

황량하고 사방이 모두 보이는 높은 공간에 내가 혼자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 공가산 연봉이 보였다.

순간 신성스러운 공가산과 홀로 마주하고 대하고 있는 경외감이 들었다. 

티베트인들은 설산을 신의 영역으로 믿기 때문에 절대 함부로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설산을 가리킬때 산을 향해 손등을 위로 하고 팔로 가리킨 다음 다시 손바닥을 위로 하여 경외감을 표한다고 한다. 

 

즈메이 야코우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아래에 있는 즈메이 촌으로 내려갔다.

짚차는 갈짓자로 계속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렸는데 그 내리막 거리만 11km라고 한다.

한시간 남짓 계속 아래로 내려 가니 달랑 집 세채가 전부인 작은  마을이 나타났고, 여기가 상즈메이 촌(上子梅村)이었다.

덩치 큰 장족 기사녀석은 내가 하즈메이로 가자고 하니까 여기가 바로 하즈메이라고 우겨댄다.

비록 내가 초행길이지만 마을 앞에 붙어 있는 안내 팻말에 상즈메이라고 써 있는데 아무리 우겨댄들 어찌 상즈메이가 하즈매이가 되겠는가?

하도 우겨서 내가 그를 데리고 마을 앞에 서있는 안내판으로 데려가 '이것 좀 봐라, 왜 거짓말 자꾸하냐?' 하니까 그가 머쓱하여 그게 그거고 아무 문제 없다고 둘러댄다.

그러면서 표지판을 반대로 돌려 놓으며 이러면 똑 같아 지지 않느냐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어쨋든 우리는 기사가 차를 멈춘 곳, 상즈메이촌 언덕 내려간 제일 첫째 집, 객잔에서 짐을 풀었다. (다인실 : 일인당 40원)

 

즈메이촌은 정말 조용하고 아름다운 티벳 마을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한데, 공기는 맑고 투명했다.

얕으막한 돌담으로 둘러쌓인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이 평화롭고 아늑했고, 거기서 바라보니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벌판과 그너머 높은 설산이 보였다.

객잔은 삼층으로 된 건물로, 1층은 마굿간으로 쓰는지, 현관 앞에 검은 말이 한필 매어있고 말똥 냄새가 구수하게 났다.

2층은 여러 식구들이 밥을 먹는 곳으로 티벳식 쇠로 된 화덕이 있어 거기서 요리를 했으며, 이집 식구들 사진과 함께 여러가지 불교 장식으로 꾸며저 있었다.

우리가 머문 3층 다인실 커다란 방에서 창문을 열면 흰눈으로 덮힌 공가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러 사람들이 제각각 샹그릴라를 주장하지만, 이 곳이 정말 샹그릴라 아닐까?

 

이곳은  집 세채가 전부인 작은 마을이니 식당이 있을리 없고 여행객은 누구나 각자 자기가 머무는 객잔에서 해주는 메뉴대로 먹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 집에서 서너끼를 먹었는데 20대처럼 보이는 젊은 이집 며느리가 해주는 음식은 그런대로 깔끔하고 맛있었다.

이곳에선 침상마다 두툼한 이불이 있어 별로 춥지 않게 잘 수 있었다.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혹시 은하수가 보이려나 마당에 나와보았는데 구름 낀 하늘에는 별이 한두개만 보일뿐, 하늘 가득한 별은 보이지 않았다.

 

 즈메이 야코우에서 본 공가산 오른쪽에 있는 설산 (공가산 주봉이 아니다.)

 

즈메이촌 가는 길 (신도교 부근)

 

즈메이 야코우 가는 길에 있는 절 (신도교 부근)

 

야하 야코우 (가건물을 지어 놓고, 입장료도 챙기고 수유차도 판다. 일인당 10원달라는 걸 5원으로 깎았다.)

 

괜히 얼기설기 시설을 해놓고 입장료를 받는다. 높지 않은 언덕이다.

 

 야하 야코우 올라온 길

 

야하 야코우에서 본 공가산 전경 (구름이 끼어 산정이 잘 안보인다.)

 

야하 야코우언덕 위의 케른.

 

야하 야코우 기념사진

 

공가산 줄기 (구름이 피어 오르는 계곡) 

 

수유차를 마시고나서 주인 아저씨와 귀여운 딸 아이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즈메이 야코우 (모두들 사진 찍기 바쁘다.)

 

구름에 가린 설산이 신비스럽다.

 

즈매이 야코우 (멀리 보이는 안부가 주차 하는 곳이다)

 

 

 즈메이 야코우 언덕 정상

 

상 즈메이촌 내려가는 길. (경사가 너무 급해 짚차 아니면 못간다고 한다.)

 

표지판 내용 (상즈메이에서 공가사 9.5km, 하즈메이 4km, 바와호수 가는 길, 즈메이 야코우 11km)

 

 

우리가 묵은 객잔 앞마당, 옆집 역시 객잔이다.

 

 객잔 창문을 열면 공가산이 바로 보인다.

 

현관 입구에 매어있는 말.

 

객잔 2층 (식당과 부엌이 넓은 공간에 같이 있다.)

 

 객잔 2층 불교 장식과 가족 사진 (우리나라 옛 시골집 마루와 똑 같다.)

 

티벳식 화덕 (난방과 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상즈메이 동네 풍경.

 

객잔 마당. 우리가 타고 온 차 앞에 가축들이 자연스레 돌아 다닌다.

 

벽에 매달린 나무상자 같이 보이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설왕설래 했으나 결국 화장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