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색(國色)

13. 일자리 찾아주기(安置政策) - 98p

"이해하지, 이해하고  말고." 츠수이양은 격정적으로 말했다.

"당신같은 사람을 만난건 나에게 큰 행운이야. 꽃처럼 예쁘지, 거기다 이렇게 정과 의리가 있지. 난 당신을 잘못보지 않았어."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나 알고 있어요?" 비엔전펑은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방의 벽을 둘러보며 싸늘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보, 우린 왜 계속 이런 여관 구석에서 자야만 하는거예요?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들 만의 집 말이예요."

 

"그래, 나도 생각하고 있었어. 여관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 건 못된다고 말야.

다시 말해서, 여관은 돈이 너무 많이들어. 시간이 길어지면 틀림없이 감당 못하게 될거야."

츠수이양은 갑자기 말을 끊고, 정색을 했는데 말하기 껄끄러운 것을 말하려는 것 같았다.

"여기 장안여관 방값은 너무 비싸. 우리 초대소로 바꾸는게 어떨까? (초대소는 중국의 값싼 숙박시설로 여인숙에 해당)

우리 국토청 산하에 대지(大地) 초대소라고 있는데 내가 알기엔 거기도 꽤 괜찮아.

아는 사람이 많아서, 보게 되면 불편하긴 하겠지만 말야."

 

"난 그런 초대소엔 절대 안가요. 여기 장안호텔에 머물면 성 정부도 가깝고, 귀인찻집도 이 근처지 않아요?"

비엔전펑은 가당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싼게 뭐 어쨋다는거예요?

당신은 당당한 국토청 청장인데. 그냥 외상으로 했다가 나중에 사무실 주임을 시켜 계산하라고 하면 간단히 되지 않아요?

당신들 관청에서 이렇게 암암리에 하는 요령을 나도 조금 얻어 들었단 말이예요."

 

 "아랫 사람에게 결제하게 하면 안되. 그건 안 좋은 영향을 끼칠거야."

츠수이양은 미간을 찌프리며, 대머리 위의 긴 머리칼을 만지면서 말했다.

"나는 성에서 유명한 청백리야. 외부에서 식사하든 숙박을 하든 뭐든 규정대로 해 왔어.

이제까지 한번도 기준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요즘 며칠 처에게 출장간다고 속이고 사실은 장안호텔에 있는데 이게 잠시동안은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마누라도 눈치 챌거야.

그리고, 부서 내에 알려지게 되면 청백리 명성에도 않좋고 출세 길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칠거야."

 

""당신이 청백리라고요? 하하, 내가 보긴 당신은 전형적인 탐관이예요." 비엔전펑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나를 탐관이라 하는거지?"

츠수이양의 표정이 굳어졌는데 그가 분명히 청백리라는 명성을 대단히 중요시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왜 그러냐 하면  당싱은 어제 밤 나하고 싫컷 잤으면서도, 새벽에 또 깨어서 나를 귀찮게 했지 않아요?"

비엔전펑은 유력한 논거를 가지고 있다는 듯 논증과 반박을 진행했다.

""당신은 본인이 탐하고 있다는 걸 모르세요? 여자를 탐해도 너무 탐해요. 보통 탐하는게 아니야.

이런 관리가 탐관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이예요?"

 

"말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하는게 아냐."

츠수이양의 말투는 마치  당 조직 민주생활회의를 개최했을 때 하는 말투로 바뀌었다.

"비엔전펑 동지. 내가 비록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미모를 탐하긴 하지만 공적인 돈을 탐한 적이 없소.

그러니 기껏해야 풍기문란 문제지 탐관이랄 수는 없는거요.

이 문제는 그때 며칠동안이 내가 여러 차례 심사숙고 해본 일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감히 당신과 육체적인 관계에 빠지지 않았을 테지."

 

"풍기문란 문제는 그래 별거 아니란 말이예요?"

비엔전펑은 아예 기회를 이용하여 그에게 자세히 따저 보기로 했다.

"중요하긴 당연히 중요하지. 하지만 요새는 시대가 달라졌어.

남녀의 풍기문란 문제는 이미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되어 버린거야."

츠수이양은 과연 데리고 있는 사람들 교육시키듯 우호적인 학술 분위기로 이끌어 갔다.

 

"현재 기위 (기율검사위원회) 수사 사건에서, 주요 수사 대상은 금전 문제야. 주로 지도자 간부의 수뢰 독직에 대해 수사하지.

수사 하다가 여러가지 풍기 문란문제가 나오더라도 그냥 수사하다보니 걸려 나온 것 정도로만 치부할 뿐이야. 

난 이제까지 영서의 어느 지도자 간부도 겨우 풍기 문란문제로 조사 받았다는 말 들어본 적이 없어.

나도 바로 이 문제로 그날 밤, 월호(月湖) 호숫가에서 격렬한 사상투쟁을 했던거고 결국 당신을 선택한 거야.

우리 연배의 지도자 간부는 마르크스주의 세계관으로 오랫동안 개조 되어 왔기 때문에 사상과 개념이 성숙되어 있어.

심사숙고 하지 않은 일은 이제까지 한적이 없어.

어디, 당신들 젊은 사람처럼 충동적이고, 마음이 흔들리고 그러겠어?

그러니, 전펑 우리 일도 천천히 계획하고, 깊이 생각하면서, 단계적으로 한걸음씩 나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