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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11. 진양 세도가(金阳权贵) - 84p

분명히 오늘 헤어스프레이를 많이 뿌리고 왔을텐데, 츠청장이 무심코 비엔전펑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웃는 바람에 머리카락 가닥이 통채로 콧등으로 흘러내린 것이다.

그것은 마치 큰길가의 어떤 가정집 베란다에 걸어놓은 잎이 긴 난초 화분 같았다.

하지만 미처 말도 꺼내기전 재빨리 츠청장이 머리를 들면서 오른손으로 머리칼을 쓸어올리자, 머리칼 끝은 벌써 다시금 오른쪽 귀 윗부분에 안정되게 놓여졌다.

그 동작은 상당히 숙달되어 있었고, 그의 일상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이 확실했다.

 

"그렇게 많고 많은 사람중에...어쩌자고, 저런 ..저런 남자가!"

비엔전펑은 마음 속으로 장탄식을 했다.

그녀는 얼굴 표면이 덴 것처럼 화끈거리며 목 위에서부터 귓볼까지 벌개지다가 다시 얼굴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얀 얼굴이 발갛게 되니, 보통 사람과 다르네!"

츠청장이 갑자기 말을 꺼내는데, 테레비에 나오는 광고문구를 암송하는 것 같았다.

"난 이제까지 수십년동안 이렇게 수줍어하는 아가씨를 처음 봐, 게다가, 게다가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비엔전펑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고 발갛다 못해 약간 자주 빛까지 띠었다.

남자가 과장해서 맣하는 것이야 결코 신기할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신기한 것은 이렇게 늙고 못생긴 남자로부터 과장하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것도 서로 맞대면을 하고 앉아, 일종의 맞선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쥐구명에라도 들어가 멀리 멀리 숨어 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세번째로 고개를 들며 부끄러워 머뭇머뭇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눈 앞의 이 남자가 비록 비범하고 잘생기지는 않았고, 심지어 그 반대말에 해당되는 사람일 지라도, 타고 온 말 등에 커다란 물건 자루는 실어 왔을게 아닌가?

어쨋거나, 재물은 가치있는 것이고, 이사실은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비엔전펑의 얼굴에서 발그레한 홍조는 점차 사라졌고, 천천히 하얗고 신선하고 부드러운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청장님이시죠? 구체적으로 어떤 방면의 일을 하고 계셔요? "

비엔전펑은 입으로는 이렇게 물었으나 사실 그가 무슨 일을 하든 근본적으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그가 얼마나 돈이 많은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만약 시골 남자들처럼 가난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못생긴 사람과는 다른 생에서조차 다시 만날 생각을 단념했을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전에는 산골의 가난한 아이였소 . 그때 같으면 당신같이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본다는 건 정말 꿈도 꾸지 못했소."

츠청장은 결코 이런 종류의 특뱔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미녀 앞이다보니, 온갖 수를 써서 침뮥을 깬 셈이다.

"지금 외지에서 온 농민공이 소금에 절인 생선 한마리에 밥한끼 먹는 것이 사치인것처럼, 나에게는 정말 큰 사치요."

 

"그런데 청장님은 지금 가난한 아이가 아니지 않아요?" 이 말을 해놓고, 비엔전펑은 상당히 겁을 먹었다.

왜냐하면 요즘 며칠째 메이위핑이 계속 그녀에게 교육시킨 것은 절대 처음 만나는 남자와 돈 얘기를 하지 말라는 거였다.

상대방에게 연애를 하려는 대상이 그의 재물이라는 오해를 만들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능한한 화제를 바꾸려고 말했다.

"여자를 보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세요?"

 

"맞아요, 맞아. 메이사장이 정말 잘해주었네요. 당신같은 미녀를 나한테 소개를 해주다니. 이건 대단한 행운이예요!" 츠청장이 웃으며 말했다.

""미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고, 미녀를 보는 것이 죄는 아니오. 죄는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