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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7. 아는 사람들의 사회(熟人社会) 53p

"부처 자리하나 얻으려고 일이년을 책과 씨름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리 천자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는데 마치 갑자기 머리 둘 달린 뱀이라도 본것같았다.

"부처 승진을 하려고 했으면 진작 나에게 말 한마디 하지 그랬어."

 

"지금도 벌써 승진 경쟁이 벌어져있어, 우리 성 기위도 마찬가지고." 샤오인이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하 하 하. 공안청과 성 기위는 분명히 똑 같지. 돌아가서 샤오웨이에게 말해, 다음에 결원이 생기면 그자리나  차지할 궁리를 하라고.

내가 가서 당신들을 위해 한마디 해줄께."

여기까지 말하고 리 천자는 샤오인의 두 손을 동시에 꽉 잡으며(그가 선불 카드를 도로 꺼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정중히 말했다.

"수사 건을 동창에게 잘 부탁해. 앞으로 우리 서로 돕고 살자. 집안 일운 문론이고 다른 무슨 일이라도 말야.

내가 말 한마디 해주더라도 절대 격식 차릴 건 없어."

 

버스에 타고 나서, 샤오인은 머리속이 혼란스러웠으며, 계속 리 천자가 거듭 말한 "말 한마디"에 대하여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가 정말 탁탑 리천왕(서유기에 나오는 사천왕중 하나) 일까?

그는 일개 장사꾼인데, 어떻게 성 공안청의 인사문제를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믿어 봐? 믿긴 누굴 믿어?

 

가는 길에 마트 입구를 지나치자 샤오인은 들어가서 선불카드를 긁어 보았다.

종업원이 입금되어있는 금액을  알려주는데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고 이것은 선물 범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금액이었다.

이 친구가 일이 없을 때는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일이 생기니 이처럼 대범하게 쓰는 것을 보니, 절대 무슨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밤에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머리 속으로 양을 그리며 수를 세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샤오웨이가 두세번 물어보았지만 그는 재답하지 않았다.

여자는 원래 재물 욕심이 많은데다가 생각이 낮기 때문에 숫제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

다음 날 일찍 샤오인은 일부러 리 천자의 회사로  찾아가 그 카드를 돌려주었다.

 

백사의 사무실에서 온종일 장부를 조사하느라 모두들 지쳐서 샤오인에게 저녁을 사라고 야단들이었다.

이때, 샤오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번호를 보니 놀랍게도 먼 친척에게서 온 것인데 그는 진양시 농업국 부국장인 친(秦) 선생이었다.

친선생의 관직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샤오인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샤오인이 진양시로 발령을 받아 오던 해에 아들을 따라 전입신고를 해야하는데 전학 문제 때문에 그렇게 쉽지 않았다.

괜찮은 학교들은 모두 임학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때 그는 친 선생이 떠올랐고 선물을 한아름 싸 들고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다.

마침, 친선생과 아주 가까운 지역교육국장이 있어서 그가 전화 한통 하자 상대방은 샤오인에게 다음날 학교에 가서 찬조금을 내라고 하였다.

그의 집을 나설 때, 친선생은 샤오인에게 말했다.

"찬조금을 내라는거 자체가 체면을 많이 봐준거야 . 돈 있는 학부형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찬조비를 내고 싶어해도 낼 수 없다는걸 알아야해."

이 말때문에 샤오인은 일이 잘 해결된 후에 다시 선물을 사갖고 가서 친 선생에게 감사를 표했다.

 

단지 그 일이 끝난 후로는 그가 친선생을 찾아간 적이 없고, 친선생도 샤오인을 찾은 적이 없었다.

이런만큼 그들의 친척관게는 정말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일까?  천선생이 어떻게 그에게 전화까지 다 했을까?

받지 않을 수도 없고, 샤오인은 재빨리 머리 속으로 촌수를 한번 따져보고 휴대폰에 대고 친밀한척 큰 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