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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4. 고별식(告别仪式) (27~28p)

9시 반이 되자 기사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가 대로에 나가 500m 정도 갔을 때, 다시 모두의 휴대폰이 일제히 울렸는데 역시 기관 당위원회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스비졔 동지 고별식에 참가할 인원 범위를 변경한다는 것인데 각 처 실에서 원래 참가시키로 했던 인원만 참가시키라는...

 

"이거 말도 안되는거 아냐?  한번은 대표만 가랬다  한번은 전체가 다 가랬다. 지금은 또 대표만 가라는걸로 바뀌었네,

"매일 우리에게 동요하지마라, 나태하지마라, 이랬다 저랬다하지마라 그랬지 않아?

그런데 우리는 동요하지 않고, 나태하지도 않는데 지도자께서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겁나네."

 

기관간부들이 귀속말을 나누기 시작하자 당연히 웃으며 낄낄대는 표정들이 되살아났다.

어떤 사람들은 처 실의 상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장례식에 안가겠다 말하고 차에서 내리기도 했다.

결정이 바뀐 시간 이후에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역시 가지 않는데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단지 샤오웨이만 자리에 멍하니 미동도 않고 않아서 마치 추리 소살을 읽는 것처럼 생각을 곱씹었다.

"왜 그런거지? 왜 또 바뀐거야? 이게 누구 생각일까?"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문상객이 너무 적어 불쌍할 지경이었다.

상가집이나 잔치집은 같은데 다 같이 왁자지껄해야 한다.

사람이 적으면 바로 썰렁하게 느껴지고, 죽은 사람은 상관 없겠지만 산 사람은 체면을 구기게 되는 것이다.

 

성 위원회 부서기 홍씨펑은 더더구나 늦도록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예요?" 샤오웨이는 사무실 주주임을 구석으로 데려가 영화배우 차이밍(蔡明)의 멍청한 아가씨 영화에 나오는 어투로 따져 물었다.

"어, 그거." 주주임은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사방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그럴 수 있겠어? 모두다 참가시키라는 것도 홍씨펑의 생각이지만. 지금 갑자기 바뀐 것도 역시 그의 생각 아니겠어."

"뭐.... 때문이죠?" 다시 차이밍 흉내를 낸 것은 샤오웨이가 아니고 샤오샤오였다.

샤오샤오는 체질적으로 멍청한 구석이 있어 멍청한 연기를 하는데는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에 오리지날에 가까웠고 자연히 샤오웨이보다 훨씬 진짜 같았다.

 

"스비졔에게 불리한 소문이 있었어."  주주임은 말을 하면서 눈을 두리번거렸는데 그 모습이 꼭 절도범 같았다.

"아가씨들, 입단속 잘해. 다른데 가서 말하면 안돼. 알아들어?"

"그 소문이란게 뭔데요?" 샤오웨이는 꿑까지 따라가 캐내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죽자사자 매달리며 추궁했다.

"물어보지 말 것은 묻지마. 알았어?"주주임이 무뚝뚝한 얼굴로 대꾸했다.

"추도회도 좋고, 고별식도 좋은데, 어쨋거나 엄숙한 장소야.

둘다 바로 죽은 사람의 관을 덮는 의식이란게 정설인데  신분 높은 지도자가 아무 생각없이 올 수 있겠어?

오려면, 그 사람이 우수한 공산당원이었거나, 충성스런 공산주의 전사였거나, 그도 아니면 일생동안 근면 성실, 청렴결백 등등 적어도 이런 말 정도는 인정되어야 오는거야.

하지만 만일..., 만일 뭔가 발견되었을때도 그런 말들이 쉽게 그냥 나올 수 있을까?"

 

다시 물어도 역시 그렇게 된 이유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주주임은 잠시 넋이 나간듯  몇마디 떠들었다.

한번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호되게 야단을 쳤지만 두 오누이를 자기 집 늦둥이 후배처럼 반쯤은 사랑수러웠그런거지 원망하스러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고별식은 매우 빨리 시작되었다.

장례식에 참가한 대표들은 줄을 서서 절차에 따라 앞에 있는 스비졔의 영정에 묵묵히 절을 하며 눈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리핑은 마치 통나무같이 그 옆에 서서 모든 사람의 악수와 조문을 받았다.

샤오웨이가 주의해서 그녀의 표정을 보니 마치 큰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녀의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모든 조문객과 악수로 이별하고, 모든 과거와 악수로 이별하고, 또 모든 불행과 악수로 이별하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