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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4. 고별식(告别仪式) (26p)

리핑 집에서 일한 것은 이틀이었는데 그동안 부서의 일은 점점 쌓여가서 위에서든 아래서든 재촉이 심해졌다.

주주임은 기관 당위원회 파견인인원책임자에게 샤오웨이가 사무실로 복귀토록 해달라고 요청하여 다시 그녀의 업무인 정보 요약보고를 계속하도록 했다.

 

막 한편의 정보 요약을 마치고나서, 샤오샤오에게 철을하여 타 부서에 전달하라고 보냈을 때,기관 당위원회에서 보낸 휴대폰 문자가 왔다.

- 내일 오전 8시 반에 금양 장례식장에서 스비졔의 고별식을 거행하니 각 처 실에서는 대표를 참가 시킬 것.-

 

몇년전에는 추도회를 여는게 유행했는데, 2년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져서 모두들 고별식이라고 바꾸어 불렀다.

기왕 고별식이라 했으니 절차는 간단해서 어떤 사람은 더이상 추도사를 만들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계속 만들었지만 시간은 적지 않게 단축되었다.

주주임이 가타 처 실은 각각 한명의 대표만 참가시키면 되지만 우리 사무실은 지원부서인만큼 더 많은  도움인원을 보내야하니 샤오웨이,샤오샤오 둘다 가라고 했다.

 

저녁 여덟시, 샤오웨이는 저녁을 먹고나서 샤오인과 잡담을하다가 자기는 서재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했다.

바로 이때 다시 휴대폰 문자가 다시 왔다.

 - 내일 오전 9시반 금양 장례식장에서 열리는 스비졔 동지의 고별식에 공안청  전 기관 간부들은 반드시 참가 하실것. 기관당위원회 -

 

'각 처실에서 대표를 참가시키라'에서 '기관 간부 전체 참가하라'로 바뀐 것인데, 고별식이 특별히 중요하게 간주되었음이 분명했다.

사실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 모든 번잡하고 쓸데없는 허례허식은 산 사람이 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스비졔가 죽어서 영혼이 있다면 이때문에 좋아할까?

그가 바랐던 것은 다른게 아니고, 그저 인간적으로 부청장 직함일 뿐이었다.

그는 성질도 급한데다 몇년 늦어지다보니 일초 일각이 아까웠을 것이다.

 

부서 대표로 가려던 계획이 바뀌어 샤오웨이는 원래 갈 것을 가야된 셈이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지, 내일 고별식에서 어쩌면 다시 일차 간부 추천회의에서처럼 와글와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숙한  사람들과 별로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 이들 모두가 무겁고 엄숙하고 경건한 가운데 서로 보기만할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니, 주주임이 샤오웨이와 샤오야오에게  와서 고별식 일이 홍씨펑에게 알려졌고 그도 가려고 한다고했다.

그는 각 처 실에서 대표만 보내는 것으로는 사람 수가 너무 적을테니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모두 다 참석하도록 했다고 한다.

고별식은 홍씨펑이 참가한다는 바람에 확실히 격이 높아졌고 사람들 수도 그의 한마디에 여러차례 뒤집혔다.

 

9시 10분이 되자, 샤오웨이와 샤오야오는 성 정부 정문에서 장례식에 가는 버스를 다 같이 타라는 지시에 따라 서둘러 나갔다.

그들이 반쯤 갔을때, 기관 당위원회 동료를 만났는데  그가 참가자가 너무 많아 원래 참자자로 뽑혔던 사람은 다 탈 수 없으니 후문으로 가서 다른 차를 타라고 했다.

샤오웨이, 샤오샤오가 총총히 후문으로 가니 과연 몇대의 대형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막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앞뒤에서 서로 시끌벅쩍 인사들을 하느라고 소란스러웠다.

마치 누구  결혼식에라도 가는 것처럼 사람들 얼굴에는 모두 기쁜 표정이 걸려있었고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전에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절차는 역시 절차일 뿐, 비록 고별식 석상에서는 개개인이 모두 굳은 표정을 지을테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예절일 뿐이다.

결국, 사람이란 즐거운 것을 향하게 되는 법이고, 재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은 마치 파리들이 때려죽이기 바로 전까지, 한치 앞도 모르고 암놈 숫놈이 서로 잡고 장난치며 싸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쾌락주의적인 인생 태도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