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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3. 정치몽상(政治梦想) (17p)

"답답해 죽겠어!"  문쪽에서 누구인가 말하는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것은 친숙하고도 편안한 소리인것이 보나마나 비서 샤오류(小刘)였다.

 

"뭣 때문에 그래요? 류 수재(秀才) 왔어요?" 샤오샤오가 친절히 물었다.

"난 컴퓨터 앞에 앉아  반나절을 앉아 있었지만 글자 한자조차 쳐지지 않았어요." 샤오류는 고통스럽게 말했다.

"스비졔 생각만 하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요.

당신들도 생각해봐요,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다가, 아무 말도 못하고 사라졌지 않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거예요?"

 

"당신이 그를 환생이라도 시키겠다는거요?" 샤오웨이가 끼어들었다."

"어쩐지 요새 불교 신자가 날이 갈 수록 점점 늘어나더라니. 요즘에 나는 차라리 생명 윤회설을 믿고싶어져요."

 샤오류가 말했다."인생을 갑자기 저렇게 마감했는데, 그 전에 모든 애써 노력한것과 투쟁한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거죠?"

"아무 의미도 없는것 같아요." 샤오웨이가 말했다.

"나란 인간은 컴퓨터에 마주 앉으면, 눈 앞에 온통 스비졔만 떠올았어요."

샤오류가 고개를 들고 그윽히 창 밖을 바라 보다가 무한히 슬픔에 젖어 말했다.

"에라,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고, 한도 끝도 없는 문서 자료들을 생각하면 정말 나도 뛰어내려 끝장내고 싶어져요."

 

"그렇군요, 또 어떤 총명한 사람도 전염병에 걸렸는데!" 샤오샤오는 샤오웨이의 얼굴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전염병? " 샤오류는 이해가 안되었다.

"하하하!" 두사람은 크게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구제역!"

 

오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다시 책을 펴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에는 다시 핵심부서와 기타 처실에서 사람들이 여럿 왔는데 모두 이사람이 한마디하면 저사람이 한마디, 스비졔 얘기에서 떠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정신이 혼미해 말을 하려다가도 말이 안나온다 했고, 어떤 사람은 머리를 흔들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또 어떤 사람은 직설적으로 스비졔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며, 개인의 앞길 때문에 자기 생명을 끝낼 필표는 없지 않냐고 했다.

그밖의 어떤 사람은 스비졔 편에 서서 공평치 못했다고 불평하며 그의 자격과 능력으로 보아 당연히 벌서 부청장은 되었어야 하며,그는 망할 놈의 인사제도때문에 죽었다고 했다.

 

저녁때 퇴근해서 샤오웨이는 샤오인(小尹)이 부엌에서 바쁘게 요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평소 그렇게 손짓 발짓하며 요리를 잘 하도록 감독하던 것고 아주 달랐다.

그녀는 정색을 하며 조직에서 일어난 한바탕 대지진에 대해 말했다.  

샤오웨이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놀라서 머리칼이 곤두서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보자 샤오인은 잠시 멍해서 말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를 가슴 아프게 한 것은 그가 유일하게 표창으로 받은 남비에 감자를 태워버린 것이었다.

 

샤오웨이는 말하느라 입도 바빴고 손도 바빴다.

한편으론 샤오인이 요리 하는 것을 도우면서, 한편으론 TV방송 기자의 어조로 그녀가 낮에 본 사건 현장 상황과 조직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건에 대한 견해 내지는 개인적인  느낌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