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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2. 간부 추천(9p)

기왕에 정해져있는 규정에 의하면 승진 시첨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 두가지시험을 치러야했다.

그 외에 기관 간부들의 투표로 점수를 매기고 이 세가지 점수를 환산하여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승리자가 되어 벽보에 공고가 나붙게 되는 것이다.

발표 시간이 되면 바로 옛날 과거시험 볼때처럼 낙방한 사람들은 구석에 숨어 울분을 삼키고 방에 이름이 붙은 사람은  사람은 희희낙낙하며 얼굴이 환해졌다.

그야말로 "과거에 급제하여 득의만만하게 말을 달리니, 하루 아침에 장안의 기생들을 신물나게 보았지."란 싯귀 처럼 흥분과 자극으로 짜릿함을 맛보았다.

 

다음닐, 아침, 일찍 서둘러서 사무실에 나가서, 동료  천(趁)씨가 줄근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습을 하려고 했다.

손에는 큰 떡과 야오티알(꽈배기 튀김)을 들고 엘리베이터 입구로 갔는데 벌써 오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발견했다.

낯익은 여자 동료중 대다수는 승진 조건상 경쟁상대였는데, 예를 들어 샤오치엔(钱), 샤오마(麻), 샤오마(马) 등이 그랬다.

몇달 전만해도 그녀들을 만날때는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했고, 신이나서 최근 유행하는 옷이나 화장품 거기 더해서 요가 훈련 자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열정적인 반가움이 하나도 없이, 그저 예의상 앞을 보며 몇마디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그녀가 더욱 이상하게 느꼈던 것은 다른 둉료들도 인사할때 표정이 그녀를 보고 놀라는 것 같았는데 마치 무슨 사전 모의를꾸미는 것 같아보였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샤오웨이는 엘리베이터 안의 차가운 금속 벽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울처럼 비치는 금속 벽면을 통해서 그녀들의 그림자를 비춰 볼 수 있고 귓가에 그녀들의 호흡소리마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이 짧은 몇초 안에 샤오웨이는 신기하게 금속 거울 벽면이 모니터 화면으로 보였고 모니터 화면 위에는 신속하게 그들 몇명의 파일 자료가 떠올랐다.

샤오치엔(钱), 모년 모월 출생, 모년 모월 업무 참여, 모년 모월 입당, 학력 중앙당학교 본과, 모년 모월 공안청 기관 전입, 모년 모월 정과(正科)서열 제 몇번째...

샤오마(麻)....  샤오마((马)... 

 

샤오웨이는 힘주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는데 여전히 벽면에는 이런 데이터 자료들이 어른거려 보였다. - 헛 것이 보이는구나!

요 며칠새 그녀는 책을 보며 복습하는 것 말고도 공안청 간부의 이력을 연구했다.

이전에 매번 청안에서 간부를 추천할 때, 추천 표 용지 이외에 간부 명단도 교부되었다.

표 용지는 투표하면 그만이지만 명단은 그대로 남았다.

샤오웨이는 계속 신경을 써서 그것을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소중히 간직했고 틈만 나면 몰래 들여다보며 연구했다.

그래야 자기 서열이 몇번째인지 알 수 있고 그녀 보다 앞에 있는 사람들의 실력이 어떤지, 자기에게 승산이 얼마나 있는지 알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오래 보다보니 경쟁 상대의 기본 자료를 모두 머리속에 기억하게 되었다.

 

머리 속이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다 왔으니 먼저 내려야한다.

샤오웨이는 멀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내려서 고개를 돌려 의례적으로 웃어보이며 그들을 다시한번 보았다.

샤오치엔, 샤오마(麻), 샤오마((马)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자기를 처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는데도, 샤오웨이 눈앞에 스파트 뉴스같은 장면이 사라지지 않고 어른어른 계속 떠 올랐다.

그녀가 보았던 세사람의 눈동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맞아 눈 언저리야!

눈 언저리가 모두 어두웠는데 마치 막 친지의 교별식에 갔다가 돌아온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녀들 모두 빈둥빈둥 거리지 않고 모두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다.

샤오웨이는 길고 긴 복도를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그녀는 자기 집 베란다에서 보던 밤하늘이 떠올랐는데, 밤 하늘에는 조용히 떠있던 별들이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서도, 바로 물걸레로 책상 위를 닦지 않았다.

그녀는 방금 있었던 일을 찬찬히 회상해보았다.

그 눈동자들은 검은 동공외에도 멍하니 처량하게 보고 있었는데, 피곤해서 견지지 못할 정도가 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그녀가 첫번째로 포착한 여자 동료간의 미세하지만 분명한 적대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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