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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國色 - 1. 직속 상관(6p)

"자질이 형편없다" 또는 "썩었다."는 말을 하면서, 홍씨펑은 단상을 내리쳤다.

강연을 할 때, 단상 위를 내리치는 것은 통상 히급 간부들이 쓰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성 위원회 부서기 홍씨펑은 예상을 뒤엎고 단상을 내리쳤을 뿐 아니라 그것도 결코 가볍게 내리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한편으론 법을 집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위법을 저질러!"

그는 손가락으로 제멋대로 앞을 가르켰는데, 하필 그가 가리키는 것이 제 삼열의 스비졔일줄은 아무도 몰랐다.

스비졔는 강경하게 힘을 주어 자기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마움 속으로 겁이 덜컥났다.

"어떤 사람은 낮에는 낮에는 경찰이고, 밤에는 강도야.

낮에는 아주  천진한체 하다가, 밤에는 폭력을 휘두르고, 낮에는 교수 노릇을 하다가 밤에는 짐승이 되는거지!"

홍씨펑은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는 찌르듯 가리켰는데, 손가락이 자기를 가리키자 스비졔의 몸은 마치 경련을 일으킨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어떤 사람은 낮에는 마약을 끊게하고 단속하면서, 밤에는 자기 스스로 마약을 흡입한단 말이오.

낮에는 점잖은체 하지만 밤에는 본바닥 깡패처럼 놀아난다 말이지. 

이런 작자들은 애당초부터 경찰 일을 하기 어울리지 않았는데 결국 인간 쓰레기로 전락한거요.

이런 작자들에 대해서 조사만 되면 바로 조치할 것을 내가 이자리에서 분명히 밝히겠소.

반드시 엄중하게 처리하고, 절대 관용을 베풀어 가볍게 넝어가지 않을거요!"

홍씨펑의 손가락이 공중을 휘저으며 아무데나 마구 가리키자, 단 하에 앉아 있던 스비제의 몸은 수시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끝내는 경련을 멈추게 되었는데, 칼날이 서로 부딫치듯 쇳소리를 내던 홍씨펑의 강연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상임 부청장 처펑강이 홍씨펑의 강연을 높이 추켜세우며 지시했다.

"회의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 홍씨펑 서기님의 중요 강연 정신을 빨리 정리하여 각 처 실에서 성실히 학습하도록 하시요."

 

"그럴거 없어!"

처펑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홍씨펑은 다시 손을 들고 샤오완이 강연 원고를 가져왔을 때 가로 막은 것처럼 처펑강의 의도를 가로 막았다.

처펑강은 근육이 부르르 떨렸지만, 어쨋든 그는 상무 부청장이었고 관료 사회에서 잔뼈가 굵어 온 고참이었다.

그는 면전에서 무안을 당하고도 결코 샤오완같은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식은 땀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홍씨펑은 탁자 위에 있는 강연 원고를 줏어 보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한마디 덧붙였다.

"나는 원고 없이 모두와 허심탄회하게 구체적으로 실현 시킬 수 있는 의견을 나누려고 했는데, 이런게 모두 사무실에서 만들어온 이 원고에 다 있소.

나도 원고를 자세히 보았는데  잘 썼더군. 수재들이 고생했는데, 나는 이자리에서 모두에게 감사하오."

 

처펑강이 서둘러 산회를 외치자, 단상 단하의 사람들은 마치 폭우가 쏫아진후 계곡 물처럼 콸콸 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근무자들이 회의장을 치우다가 텅텅 빈 회의장 안에서 스비졔가 세째 줄에 비스듬히 자리에 앉아 꾸물럭대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중상을 입은 커다란 개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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