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9. 아침 8시 나는 다시 풀코스 출발선에 섰다.
3년만에 다시 뛰어보는 중앙마라톤, 잠실에서 성남 갔다오는 은행나무 단풍이 곰게 물든 길.
날씨는 쾌청했고, 기온은 약간 쌀쌀한게 마라톤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출발선을 떠나 경쾌하게 달려 나가 이제는 빌딩 숲이된 잠실 벌판을 지나 성남가는 주욱 뻗은 대로에 접어 들었다.
이곳이 15km지점, 계속 별로 힘들이지 않고 반환점 25km지점을 돌아 왔는데 30km까지 오니 점차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힘이 빠지며 속도가 더뎌졌다.
30km부터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35km까지 왔는데 마음속으로 수많은 유혹이 이미 전의를 상실한 발걸음을 붙잡는다.
'어차피 기록 세울 일도 없는데 뭘?' '지금 열심히 뛰어 봐야 4시간 반을 훌쩍 넘길 뿐인데...'
또 한편으로는 ' 내가 다리에 쥐가 난것도 아니고 기운이 완전 바닥나지도 않았는데 어차피 가야할 길을 어쩌자고 망설이나?'
36km 지점에서 문득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차피 마라톤은 기록 경기다. 이제부터라도 성실히 뛰자.'
이후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달렸다.
40km 넘어서 부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추월해가며 잠실 스타디움을 질주해 들어갔다.
이상하게 달릴수록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잠실 운동장에 들어가 마지막 트랙을 돌때는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다른 주자들에게 미안해서 일부러 추월을 안하고 그냥 뒤에서 달렸다.
사람의 정신력이란 것이 정말 대단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나의 중앙마라톤 기록은 점점 나이와 함께 퇴보중이다.
2005년 4시간 00분에서 다음해 4시간 5분, 또 그다음해 19분, 그리고 올해는 4시간 32분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환갑 넘은 나이에 40km 넘어서 피니시라인까지 스퍼트 해보았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참가년도 | 성명 | 코스 | 배번호 | 전체순위 | 연령순위 | 3.9km | 10km | 20km | 반환점 | 30km |
4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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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김영기 | 풀 | 7605 | 4472 | 476 | 0:58:44 | 1:59:53 | 2:35:39 | 3:08:54 | 4:18:47 | 4:3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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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김영기 | 풀 | 6281 | 4361 | 244 | 00:59:20 | 02:00:06 | 02:33:18 | 03:02:42 | 04:05:25 | 04: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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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 김영기 | 풀 | 9781 | 4427 | 158 | 00:57:36 | 01:54:15 | 02:26:05 | 02:53:52 | 03:53:04 | 04:05: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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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 김영기 | 풀 | 1610 | 4281 | 664 | 54:22 | 2:47:11 | 4:0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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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 김영기 | 10k | 18114 | 1592 | 175 | 00:5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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