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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전종서의 위성" 번역을 마치며

전종서(钱锺书)의 위성(围城) 번역을 시작하여 끝날때까지 만 2년이 걸렸다.

첫 페이지를 브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날이 2012. 7월 21일이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브로그에 올린 날이 2014. 7월 12일이니 열흘 빠지는 만 2년이 걸린 셈이다.

 

내가 이책을 번역하게 된 동기는 별게 없었고 우연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그저 막연히 중국어 어휘력이 너무 없다 싶어서 어휘력을 늘릴 밥법으로 중국 고전소설을 번역해 보려고 시도했던 것일뿐이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무턱대고 중국 소설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복무원이 중국소설은 갖고 있는게 몇권 없다면서 꺼내준 책이 바로 2년동안 고락을 같이했던 "전종서의 위성"이었다.

번역을 시작하면서 호기심이 생겨, 전종서와 "위성"에 대해 여기저기 찾아보니 전종서란 인물이 중국 문학사에서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고 더불어 내가 하려는 일이 만만치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과연 이책은 문장들이 쉽지 않았다.

웬 인용문과 외국어 문장, 비유들은 그렇게나 많은지.

중국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한페이지 한페이지 나가는 것이 끝없는 사막을 걷는 것처럼 절망적이고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한줄 문장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며칠동안 지하철을 타고 갈때나, 걸어갈때 계속 문장을 음미해 보면서 무슨 뜻인지 연구해 본적도 있었다.

또 이 힘든 걸 뭐하러 하나 싶어 아예 꼴도 보기 싫어 며칠동안 책을 내던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하루에 반페이지 끌고 나가기도 힘들었고 그 반페이지 번역에도 두세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제일 처음 난관에 부딫친 것은 한자가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는 문자이다보니 고유명사, 의성어 표기 그리고 외국어 표기를 구별해 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또한 중국인들의 언어 습관에 익숙치 않아서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중국집 이름인 어메이춘(아미춘:峨嵋春)을 아미산의 봄이라고 해석 하기도 하고, 외국어 표기를 그냥 평범한 문장인줄 알고 해석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이 종종 있었다.

호칭 역시 번역하기 애매했는데 중국인들이 흔히 쓰는 샤오**만 해도 이걸 누구씨라 할 수도 없고 친구지간에 **군이라 할 수도 없어 번역이 난감했다.

그런 호칭이 한국어에는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한국 언어습관에 맞춰 뜻만 통한다면 생략해버리기도 하고 다른 말로 바꾸기도 했지만 가끔은 문맥상 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단순 의성어를 동사로 착각하는 일도 많았는데 중국어에서는 사람 이름 또는 동사도 어감에 액센트를 주기 위하여 같은 음절을 연이어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번역하는 페이지 수가 늘어 나면서 이런 것들이 점차 눈치만으로도 고유명사 또는 외국어 표기인지 감이 잡혀갔고 2년의 공부 끝낸 지금은 크게 애를 먹지는 않는다.

 

그다음 난관은 한국어 존대말이었다.

애당초 존대말이 없는 중국어를 존대말을 중요한 요소로 치는 한국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난감했다.

서로의 대화가 존대 말인지 아닌지가 확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는 한국어 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대화자들의 관계와 분위기를 짐작해가며 존대말을 만들어 넣어야 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 황홍지엔과 제일 많이 등장하는 자오씬메이가 계속 같이 여행을 하고 생활했는데 계속되는 대화중 어디서부터 존대를 빼야 할지가 고민스러웠다.

중국말로서는 처음부터 존대말이란게 없으니 아예 문제꺼리가 아니지만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처음 만났을 때는 존대를 했겠지만 친구가 된 다음에도 계속 존대를 한다는 것은 우리 느낌상 대단히 어색할테니 말이다.

이런 문제는 황홍지엔과 그의 처인 로우쟈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두사람이 나이 차이는 많지만 격렬히 싸움을 할때 존대말을 하는 걸로 묘사하면 어색할테고 다시 화해하고 다정히 대화를 나눌때는 당연히 존대말을 쓸 것이다.

거기다 로우쟈의 유모까지 등장하는데 유모가 사회 통념상 주인 아가씨에게 어렷을적부터 길렀으니 하대를 하는건지 또는 공대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젊은 애들이 하는 야자타임(선후배 간에 말을 트는 장난)을 중국어로 번역한다면 전부 반말인 중국어로는 아예 번역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한국말 단어 의 선택이 어려웠다.

중한 사전에 나오는 많은 한글 단어중  번역할때 어떤 어휘를 고르느냐에 따라 어감이 확 달라진다.

단어의 선택에 따라 좋게 하는 말이 싸움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고 영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서 나름대로 정확한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했긴 했지만 아마 잘못된 번역도 많이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 연동문은 한없이 길어서 무엇이 주어인지 무었이 술어인지 금새 구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단어가 비슷한 의미의 형용사, 부사, 명사로 쓰이기 때문에 문장 자체의 정확한 의미를 노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럴 때는 며칠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해결되곤 했는데 어떤때는 그 뜻이 영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혀 다른 언어구조를 가진 중국어를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기는 불가능 한것 같다.

하지만 열심히 하여 100%는 안되더라도 사실에 근접해 가면 된다는 기분으로 2년을 보냈다.

또한 나는 책의 문장 한줄도 빼먹지 않고 모두 번역했다.

혹시 모르고 빼 먹은 문장이 한두줄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아무리 이해 안되는 문장이라도 무조건 번역했지 일부러 빼먹은 적은 없다.

잘 되엇거나 잘 못되었거나 나는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긍지로 여기고 있다.

 

나는 2년이란 긴 세월을 전종서의 위성 번역에 매달렸다 

그동안 어휘력도 많이 늘어난 것 같고 무엇보다도 어떤 중국어 문장도 사전만 주면 다 번역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번역을 끝내고 나니 무언가 해냈다는 가슴 뿌듯함이 있었고 이를 빙자해서 중국어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술도 몇번 먹었다.

 

그동안 많지 않은 독자지만 꾸준히 블로그에 들어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면 정확한 번역을 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잘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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