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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70p (전종서의 위성)

로우쟈가 말했다. "피! 죽으면 죽는거지 뭐 누구에게 원한을 품어요? 또 누굴 겁내요? 하지만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거니까."

홍지엔이 말했다. "당신 또 진짜로 알아듣는군! 더이상 말했다가는 또 싸움 나겠어. 당신 빨리 잠이나 자. 내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가야하지 않아. 얼른 눈 감아.

눈이 초롱초롱 해야지, 잠이 부족해서 내일 아침 눈이 팅팅 부으면 당신 고모가 물어볼거 아냐."

말을 하면서 어린아이 재울때처럼 그녀를 가볍게 도닥거려 주었다.

 

로우쟈는 잠이 깊이 들었다.

그는 지금 탕샤오후를 다시 만날 가능성에 대해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저 멍하니 마음속에 아무 느낌이 없었다.

정말 그녀를 만난다 해도 틀림없이 이럴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일년전 그녀를 사랑하던 자기는 벌써 죽었고 그녀와 사랑에 빠져 쑤원완을 겁내던 , 그리고 바오 아가씨를 유혹했던 자기등 수많은  자기는 하나하나 전부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러개의 죽어버린 자기는 기억속에 묻혀버렸고 묘지에 세운 비석, 그것을 보면 문득 그리워지는 그런 것이 탕샤오후에 대한 한바탕 지나간 사랑이었다.

여러개의 자기는 객사한 송장처럼 수습되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져 집슴 밥이 되어버렸다 --- 하지만 시종 없어지지 않는 것도 있었는데 아일랜드 인에게 가짜 학위를 사던 자기였다.

 

홍지엔이 신문사에 다닌지 두어달쯤 된 어느날 아침,그는 신문에서 션씨 사모님이 늘 사용하던 필명이 한줄 공고문으로 올라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대충, 그녀는 신문사업에 힘써 왔고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외부에 알려진 그녀의 전설같은 이야기들은 전부 근거 없는 것이다 운운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신문사에 도착하자마자 알아보니 그의 남편이 괴뢰 정부 관직을 얻었고 그녀도 남편따라 남경으로 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홍콩에 있는 자오씬메이가 생각나 경고해주려고 이 일을 알리는 편지를 썼는데, 결혼은 했는지 물었고 또 어찌하여 한참동안 소식이 없었는지도 물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자기 처와 이 사건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녀역시 애석해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간 것도 괜찮아요. 내가 보기에 그녀가 맡았던 칼럼은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어요.

자기가 스스로 쓴 것들은 오늘이나 내일이나 똑 같이 왔다 갔다만 할뿐 언제나 몇가지 말밖에 없으니, 일은 많이 쉬웠을거예요.

신문을 보는 사람은 다보고나서 바로 버리지 지난 것을 찾아 맞는지 어쩐지 다시 들여다 볼리가 없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그녀가 문집을 낼 것도 아니고 수십편의 글이 사실은 한편밖에 없는 거나 같은데, 정말 욱기는 일이죠.

그녀의 <가정과 부녀> 같은 것은 나도 쓸 수 있어요. 그녀 자리가 비었으니 당신이 대신 <문화와 예술>칼럼을 쓸 수 있지 않아요."

 

홍지엔이 말했다. "난 당신같이 그렇게 자신이 없어. 여보, 당신은 원고 쓰는 고통을 몰라.

내가 솔직히 말해줄께 들어봐.<가정과 부녀>에 있는 <주부가 알아야 할 것>난에 실린 무슨 '간장에 참기름을 부어 넣으면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등등 그거 다 내가 쓴거야."

로우쟈는 배가 아플정도로 웃어대며 말했다. "우스워 죽겠어요! 당신이 무얼 안다고-- 간장에 참기름을 치라니! 리씨 아줌마에게 배운거예요? 나도 계속 몰랐던 건데."

 

홍지엔이 말했다. "그러니 당신이 이집 관리를 잘 못하는거야. 리씨 아줌마도 나를 선생으로 잘 모셔야 할꺼야.

션씨 사모님은 원고가 없을 때면 나에게 와서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나에게 자료실에서 당연히 자료를 공급해 줘야 한다고 했어.

나는 그녀의 향수 냄새 맡기가 겁나서 그러겠다고 하고 빨리 돌아가게 했지.

그래서 나는 옛날 책 <주부 수첩>을 찾아서 매번 7~8가지 조항을 뽑아 그녀가 오기전에 미리 갖다준거야.

당신은 그런 냄새가 안나니까 원고를 쓰던말던 내가 별로 신경 안쓸거야."

 

로우쟈가 양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당신은 좋은 말은 안하는데, 듣고 있으려니 토할것 같네.

당신의 이말을 그녀가 알았다면 틀림없이 당신을 잡아다가 루씨(泸西县: 지역명) 76호에 넙겨 고문을 받게 했을꺼예요.(76호:괴뢰 정부의 악명 높은 비밀정보조직)

그는 자기 처가 농담으로 말했음에도 바짝 긴장하여 말했다.

"나는 더이상 여기 못 살것 같아. 당신도 내가 왜 처음부터 여기 안오려 했는지 지금은 알았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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