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엔이 집에 돌아온지 5일째 화메이(华美) 신문사의 편집장을 찾아갔는데 씬메이는 홍콩에서 벌써부터 그를 위해 약속을 잡아 놓았다.
그는 장인의 인도를 받아 거기에 찾아갈 생각은 애당초 없었음으로 혼자서 신문사가 있는 빌딩에 갔다.
신문사는 삼층에 있는데 승강기 앞에 써있는 안내판에는 승강기가 4층 부터 선다고 써있었다..
그는 비록 당나라 사람의 "천리 밖을 보려거든 누대를 한층 더 올라가라."라는 시를 알고있었지만 승강기가 없으니 하는 수 없이 걸어 올라갔다.
2층까지 올라가니 용기가 점점 없어지며 슬슬 겁이 나는 것이 숫제 계단이 몇개씩 더있어서 올라가는 시간이 뒤로 늦춰졌으면 하는 생각 마저 들었다.
그는 스프링 도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들어서니 길다란 카운터가 놓여있어서 직원들과 외부인을 구분시키고 있었다.
만일 카운터 위에 설치된 황동 난간만 없었다면 은행, 전당포, 우체국과 구분되지 않았을 것이다.
신문사는 안팎으로 두개의 큰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바깥쪽 칸에는 사무용책상이 있었고 젊은 여자가 하나 앉아 있었다.
그녀는 다아아 반지를 낀 무명지를 곧추세우고 빨강색 매니큐어 칠을 한 손톱을 매만지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이 들어와도 그녀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보통때 같았으면 홍지엔은 아마 어째서 사무실 직원이 손가락에 검은 물이 뭍거나 손톱에 붉은 기름이 뭍어 있지 않을까 의아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다급한 상태로 여기까지 온터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카운터 너머로 모자를 벗어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고 만면에 감히 범접치 말라는 듯 장엄한 표정을 지었는데 전생에 남자들로부터 손해를 많이 보아서 금생에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를 쓱 훑어 보고 뾰족하고 빨간 입술을 왼쪽으로 슬쩍 돌리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손톱 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홍지엔은 그녀 입이 가리키는 지시대로 왼쪽을 바라보니 과연 기차역 표파는 곳에 있는 것 같은 네모난 구멍이 보였고 그위에 "안내"라고 씌여 있었다.
얼른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니 십육칠세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안에서 편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그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말했다. "실례 합니다. 편집장 왕선생님을 찾아왔는데요."
그아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여전히 편지를 정리하면서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였다. "아직 안 오셨는데요.(他没有来)"
그는 가장 경제적인 근육운동으로 이 네마디만 했는데 홍지엔이 알아듣기만 하면 됬다는 투로 더이상 신경쓰지도 않았고 더 길게 말하지도 않았다.
홍지엔은 당황해서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 말했다. "어라, 어찌 안직 안오셨을까! 어떻게 된거지?한번 가서 찾아봐줘."
그 아이는 나름대로 안내를 2년이나 하다보니 세상물정에 밝다고 자부했는데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은 크게 두종류로 구분되었다.
잔뜩 기가 죽어서 낮은 소리로 그에게 "실례합니다, 어쩌구"하는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작은 고객이고, 거칠고 큰 목소리에다 명령조로 "야! 아거 내 명함인데 누구 누구 찾으러 왔다."하면서 큰소리 치는 사람은 큰 고객인 것이다.
오늘 이 손님도 실례합니다 어쩌구 하는 걸 보니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자기는 그때 정말 바빴기 때문에 그를 참견할 여가가 없었던 것이다.
홍지엔은 속으로 만일 자기가 여기서 일하게되면 이놈 쫏아 낼 방법부터 찾아야겠다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왕선생님과 약속하고 지금 온건데."
그 아이는 이말을 듣고서야 입구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쟝(蒋) 아가씨. 왕선생님 오셨어요?"
그녀는 귀찮다는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사람이 왔는지 어쩐지 내가 어떻게 아니!"
아이는 한숨을 쉬면서 느릿느릿 일어나더니 홍지엔에게 명함을 달라고 하였다.
홍지엔은 명함이 없어서 황씨라고만 전해달라고 했다.
아이가 명함을 전하러 막 가려 하는데 마침 한사람이 걸어오자 아이는 온김에 잘됬다 하고 물었다.
"왕선생님 나오셨어요?" 그가 대답했다. "안 나오신것 같은데.나 오늘 못 봤어. 아마 오후에나 오시겠지 뭐."
아이는 두 손을 펼쳐 보이며 왕선생에 대하여 틀리지 않았다는 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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