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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36p (전종서의 위성)

다음 일주일동안 두사람은 정신없이 바빴다.

일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그들은 이일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씬메이의 친척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들을 도와 주었고 결혼 신고를 마치기까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밖에 그들은 집에 돈을 보내 달라고 편지를 썼다.

결혼반지도 맞추고, 새 옷도 맞추고, 결혼 수속도 하고, 사진관에 가서 미리 준비되어 있는 예복을 빌려입고 사진도 찍고 손님들에게 한턱 내고, 여관도 좀 더 좋은 곳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바람에 그들이 자기 집에 결혼사진을 채 부치지도 않았는데 사방에서 돈 재촉이 심했다.

비록 여러가지를 생략했지만 두사람이 갖고 있는 돈이 완전히 바닥났다.

다행히 씬메이가 두둑한 축의금을 보내주었다.

 

홍지엔은 앞으로 반년정도는 직업이 생길리도 없고 여름 방학 때도 수입이 없었으니 처음에는 돈을 쓸 생각을 안했다.

옷도 새옷을 맞추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또 새옷을 맞추더라도 그렇게 좋은 것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로우쟈는 자기는 허영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혼인은 인륜지 대사로 일생에 한번 있는 큰 행사이니 당연히 모양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궁색하게 지내 왔다고 해서 반드시 궁색하게 할 필요는 없으며,질이 좋은 천으로 옷을 지으면 내년에도 입을 수 있지 않냐고 했다.

 

두사람은 너무 바빠다 보니 성깔을 부리기 시작했고 서로 자기 고집을 꺽지 않았다.

로우쟈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원래부터 여기서 결혼 할 생각이 없었는데 당신이 우겨서 일이 이렇게 된건데 내가 그날 할망구같이 치장하고 있어야 되겠어요?

여긴 눈을 씼고 봐도 아는 사람 하나 없으니 모든 것을 우리가 스스로 해야만 하고, 의논 할 사람도 없으니 도움 받을 생각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겠네요!

나 귀찮아 죽겠어요! 우리 집에는일 도와줄 사람도 많고 돈도 어쨋든 다 방법이 있을 텐데 말이예요.

엄마 아빠가 내 결혼자금으로 준비한 돈이 있을 거예요.

당신도 당신 아버님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편지를 쓸 수 있지 않아요?

만약 우리가 상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면 당신 집안에서도 어느정도는 돈을 썼을거 아니예요.

우리가 그때 약혼식 했을 때도 벌써 집안 돈을 적지 않게 절약해 준셈 아닌가요?"

 

홍지엔은 유학생 시절에 서양에서 유행하던 3P 운동(Poor Pop pays : 가난한 아버지가 낸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들이란 평소에는 "자주 독립"을 외쳐대지만 돈을 써야 할 때가 되면 늙은 아버지를 달달 볶아서 돈을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의 말대로 아버지 황툰옹에게 편지를 썼다.

로우쟈는 그가 써 놓은 편지의 초고를 보고 골라 쓴 단어가 분명하고 간절하지 않다고 하며 다시 쓰라고 하며 말했다.

"어떻게 당신네 집은 부자간에도 이렇게나 격식을 차려요? 별로 친밀감이 없어요?

나는 우리 아빠에게 편지를 쓸때는 그냥 쓰지 초고 같은 건 한번도 쓰지도 않았어요."

 

그는 처음 발표작을 낸  문인이 사람들에게 호된 비평을 받고 화가 나서 붓을 꺾고 원고를 불태워 버린 것처럼 다시 쓰려하지 않았다.

로우쟈가 말했다. "당신 쓰기 싫으면 쓰지 마세요. 난 당신 집안의 돈 없어도 되요.내가 우리 아빠에게 쓰면 되니까."

그녀는 편지를 다 쓰고 나서 한번 보겠냐고 물었다.

그가 편지를 집어 들고 읽어보니 과연 어투가 다정스럽고 친밀했으며 편지 에 "아빠" "엄마"란 말이 생동감 넘치게 쓰여있었다.

 

그 역시 편지를 써서 부쳤는데 로우쟈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나중에 그녀는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고 홍지엔을 원망하며 말하기를 이 모든 것이 그가 씬메이의 말만 편파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며 이렇게 허둥지둥 결혼을 하는 바람에 괜히 집안의 의심만 불러 일으켰다고 했다.

집으로 편지가 나가게 되자 모든 채비가 착착 진행 되었고 이제는 취소 할 수 없게 되었다.

결혼이후 며칠동안 매일처럼 집에서 회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는데 구이린(계림)에서 근심 걱정 없이 지내던 때와는 거리가 멀었다.

 

황씨 집안, 쑨씨 집안에서 속속 전보로 돈이 왔고 상해로 돌아갈 선표는 씬메이가 예약을 해주었다.

자오씨 댁 마나님도 홍콩에 도착했으니 머지 않아 비행기로 충칭으로 갈 것이다.

배가 출항하기 이틀 전 홍지엔 부부는 산위 집에 있는 씬메이를 보러 갔다.

첫째는 자오씨 댁 마나님을 뵙기 위해서, 둘째는 그를 배웅하기 위해서, 셋째는 작별인사를 하려고, 마지막으로 선표 등등 계산을 마무리해 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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