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생들이 왔다 돌아가니까 잠시동안의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는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그는 거의 뜬눈으로 이리저리 뒤척이며 밤을 새웠다.
비록 그렇게 싫어하던 이곳이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다시는 못올 것 같고 원망과 사랑이 교차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작년에 여기 올때는 여럿이 동반해서 왔지만 지금은 단지 두사람만 돌아가게 되었다.
다행히 쑨아가씨가 있어 큰 힘이 되었는데 만일 자기가 직장도 떨려나고 혼자서 그 먼길을 간다면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홍지엔의 마음은 겨울밤 온기가 하나도 없을 때처럼 몸이 웅크려지고 그녀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날이 밝지도 않았는데 인력거꾼과 짐꾼이 모두 왔다.
벌써 여름이지만 새벽녁에는 서늘했기때문에 일찍 서둘러 길을 가는 편이 나았다.
홍지엔을 시중들던 학교 심부름 꾼은 땀에 젖은 옷을 입은채 홍지엔이 수고했다고 준 돈을 움켜쥐고 인력거가 떠나면 다시 세어볼 요량을 하고 있었다.
환아가씨의 근시 눈은 수면 부족으로 흐리멍텅 했으나 남자 동료의 떠나감을 보고는 갑자기 얼굴에 화장을 했다.
그녀는 쑨아가씨의 손을 잡고 기숙사부터 걸어 나왔다.
쑨아가씨 역시 섭섭하여 어쩔줄 모르는 듯 그녀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환아가씨는 그녀가 인력거에 오르는 것을 보고 그들 두사람이 가는 길 내내 편안하길 바란다며 꼭 편지를 쓰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주소를 뭐라고 써야하나? 황선생님 댁 주소로 보낼께." 말하면서 깔깔 웃었다.
쑨아가씨가 말하기를 자기도 꼭 편지를 보낼거라고 했다.
홍지엔은 몰래 비웃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여자들은 정말 타고난 정치가야, 그둘 두사람은 등뒤에선 서로 비방하면서도 얼굴 표정은 저렇게 다정하니 말야.
=정적들이 연회에서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서로 친한척 하면서도 서로 겁내는 것도 아마 이런 정도일 것일거야.
만약 자기가 직접 두귀로 그녀들이 서로 박정하게 말하는 것을 듣지만 않았어도 자기 역시둘이 정말 진정한 친구로 여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력거꾼들이 도착하여 잠간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막 인력거를 쳐들고 길을 떠날때 가오송니엔이 직접 서둘러 쫏아 왔다.
그는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봉투 하나를 홍지엔에게 주면서 교장의 지시를 보낸 것이니 받으라고 했다..
홍지엔은 그것이 고용계약서라고 짐작하니 심장이 쿵당쿵당 뛰었다.
그는 그것을 황급히 뜯어 보았다.
그 안에는 편지지 한장과 빨간색 봉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거기에 쓰여 있기를 이번 한달동안 학교 일이 너무 번잡하고 바빠서 홍지엔 선생과 차분히 얘기할 기회가 없었소.
어제 내가 막 성도에서 돌아오니 여러가지 일이 산적하여 있었고 환선생은 또 급히 떠나신다하여 송별회도 할 수 없었던 것을 깊이 사과하오.
우리 학교가 잠시 일이 지체되어 철학과가 개설되지 못하고 있는데 황선생을 여기 잡아 놓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소.
그래서 모모 두 군데 유명 학술기관에 당신이 가서 일 할수 있게 추천했소.
전할 소식 있으면 상해에 도착해서 전보 쳐 주시기 바라오
또 상품권도 한장 있었는데 그것은 결혼 축의금이니 보잘것 업지만 받아달라고 하였다.
홍지엔은 다 읽지도 않고 어찌 화가 나는지 바로 인려거에서 뛰어내려 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인려거꾼이 십리나 더 간 후 잠시 쉴때 그것을 쑨아가씨에게 주면서 말했다.
"가오송니엔이 쓴 편지야.
정말 그 인간이 예물을 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거야?
헝양에 도착하면 당장 되돌려 보낼거야. 이런 나쁜 놈!"
난 바로 그놈에게 욕을 잔뜩 써서 보내야겠어.
그 작자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편지를 보내서 내게 후련하게 욕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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