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엔은 이번에 돌아갈때는 원래 왔던 길로 가지 말자고 했다.
아예 구이린(계립)으로 갔다가 거기서 비행기로 홍콩으로 가면 고생도 많이 안할테니 씬메이에게 비행기 표를 부탁해 보자고 했다.
쑨아가씨도 대찬성 이었다.
씬메이가 회신했다.
그의 모친이 7월말 천진에서 홍콩으로 오신다고 하며, 자기 어머니를 홍콩에서 충칭(중경)까지 모시고 올 계획이라 했다.
마침 공교롭게 그들이 홍콩에 올 때 자기도 홍콩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쑨아가씨는 그 편지를 보더니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난 그를 보고 싶지 않아요. 보나마나 놀려 댈텐데. 당신이 그에게 놀리지 말라고 하세요."
홍지엔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한번 놀리는거야 어쩔 수 없고 그 후엔 그러지 않을거야.
지금 당신이 그를 겁낼게 뭐있어.
당신도 한 세대 위로 승급했으니까 당연히 당신을 일생동안 형수라고 부를거야."
홍지엔이 떠나는데 동료중 한명도 송별식을 해주지 않았다.
기왕 교장이 그를 싫어 하다보니 모두들 그와 접촉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는 벼락 출세 할리 없는 인물이었고 - "쑨아가씨가 그에게 시집을 간다면 정말 눈이 삔거야, 어느날 반드시 후회 할거야." -
그에게 밥을 사는 것은 나일강에 던진 빵처럼 며칠 지나면 몇배나 불어나 다시 원주인에게 반드시 돌아온다고 할 수 없었다.
나아가 밥을 사는 것을 파종하는 것과 비교해 보자.
밥을 사더라도 손님으로 와서 얻어먹는 사람중 몇명은 다음에 자기들이 보답으로 다시 사는 일이 결코 없는데 제일 높은 상사나 말단 직원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지위나 수입이 서로 비슷한 동료들의 경우에는 이런 밥 한끼의 씨를 뿌리면 여러끼의 밥을 수확할 수도 있다.
홍지엔은 지위도 높지 않고 어느 과에 소속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평소 그와 친하게 지낸 사람도 없었다.
그는 오직 씬메이와 친하게 지냈을 뿐 동료들 에게는 밥한끼 씨를 뿌린 적도 없었다.
다만 그들은 홍지엔의 밥은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사과 한다는 밥을 몇번 거절한 적은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출발일자가 언제냐고 묻고는 바로 애석한 척하며 말했다.
"뭐라고? 그렇게 빨리 떠나다니! 이거 송별회도 못하겠네.
큰 일 이야! 하필 요새가 기말시험때라 바빠서 짬을 낼 수도 없고,
쑨아가씨, 이사람 며칠만 늦게 출발하라고 하세요.
모두들 여유있게 지난 일도 서로 얘기하게 - 그래, 그래, 당신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그러자면 큰 결례인데.
당신들 돌아가서 결혼식을 올리게되면 꼭 미리 연락해 주게.
절대 감추지 말고!
두사람 신혼 축하하고 여기 옛 친구들 깡그리 입어 버리면 절대 않되요.하하하!"
가오 교장은 성(省) 정부 회의에 참석 하느라 성도에 갔다가 기말시험이 되어서야 겨우 학교로 돌아왔다.
그는 시종일관 고용계약 일에 대해 정식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홍지엔이 떠나기 바로 전날 교장 비서처에 가서 여행증명 서류를 요청했는데 가는 길에 군경의 번거로운 절차를 면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기왕 간 김에 교장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 했으나 가오교장은 아직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후에 다시 비서처에 다시 가서 서류를 받아오면서 교장이 있나 물으니 일찍 나갔다고 했다.
모든 기관의 수장들은 사무실에 나올때 원래부터 한겨울의 태양 혹은 일생중 찾아오는 행운처럼 늦게 나왔다가 일찍 들어간다.
하지만 가오송니엔은 계속 부지런하고 민첩했기 때문에 홍지엔은 그가 자기를 겁을 내서 피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어느정도 의기 양양했다.
그가 훈육을 맡았던 몇몇 학생들이 마침 그날이 시험이 끝난 날이라 짬을 내어 그의 방에 와서 송별 인사를 했다.
그는 고맙고도 기뻤다.
이제야 겨우 탐관이 다음 임지로 떠날때 지방에서 만류가 필요하고 만민산을 바치게 하고 공덕비를 세우게하는 심리를 알것 같았다.
어떤 지방을 떠난다는 것은 한번 죽는 것이나 같았다.
스스로 죽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어떻하든 살아나가고 싶다는 표시를 한다.
자기가 떠난 후의 비방과 칭찬, 그것은 바로 사후에 얻는 영예와 똑같이 관심은 있으나 절대 알 방법은 없다.
반면에 한번 떠나거나 혹은 죽거나 하는 것은 양초불이 꺼지는 것과 같이 오직 나쁜 냄새만 남을 뿐이기 때문에 깊이 무서워 하는 것이다.
헤어지는 사람은 죽기 임박한 사람과 같은데 그가 효자,효손이 있으면 장례를 잘 치뤄 줄테니 죽으면서도 안심하고 눈을 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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