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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81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이 시계를 보니 이미 한시가 넘어서 서둘러 잘 준비를 해야할 시간이었다.

그는 기숙사를 나가서 화장실로 갔는데 기숙사 위 아래층은 모두 잠을 자는지 조용했고 걷는 발자국이 자고 있는 사람의꿈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얕게 잠든 꿈을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다.징이 박힌 가죽 구두는 너무 무거웠고 얕게 잠든 꿈을 깨워 놓을 것 같았다.

 

문밖에는 온통 서리가 내렸다.

대나무 잎사귀도 몇개 남지 않고 찬바람은 때때로 불어왔으며 계속 불어오는 바람속에서도 몇개의 작은 나뭇잎이 고집스레 매달려 있었다.

비록 달빛은 없었지만 몇구루의 오동나무의 벌거벗은 나무가지가 뚜렷이 보였다.

화장실 앞에 걸어놓은 등잔 빛이 희미하게 비쳤는데 그것은 맑고 상쾌한 겨울 밤에 하나의 군더더기로 보였다.

 

화장실에서 인기척이 났는데 추위를 겁내는지 건물 속에서 움추리고 나오지 않는 품이 여름과 달랐다.

멀리서 야견꾼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홍지엔은 아직 화장실 문을 들어서지 않았는데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사람이 말했다. "넌 어찌 아무 탈이 없냐? 나는 밤새 계속  몇번이나 설사가 났는데! "

다른 사람이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오늘 한선생네서 먹은 것이 잘못되었어...."

 

홍지엔이 목소리를 들어보니 자기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처음 묻던 학생이 말했다. "한쉐위는 무엇때문에 계속 너희에게 밥을 먹자고 하냐? 황홍지엔 때문에 그런거 아냐?"

그 배탈이 났다는 학생이 대답대신 말했다. "쉿"

홍지엔은 놀라서 가슴이 뛰었으나 발걸음을 멈출수 없었고 두 핫생은 쥐죽은듯 소리가 없어졌다.

홍지엔은 오히려 자기가 무슨 죄라도 지은양 발걸음 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걸었다.

 

홍지엔이 자기방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벼라별 의심이 다 들었다.

한쉐위가 자기를 상대로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게 뻔한데 그가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내일 아침 그의 요지경속을 만천하에 들통내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영웅적인 결심을하고 나서야  홍지엔은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새벽에 그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때 학교 급사가 편지를 가지고 왔는데 뜯어보니 쑨아가씨가 보낸 것이었다.

편지에는 풍문에 따르면 그가 영어 수업중 학생들을 향하여 류둥황이 잘 못 가르친 것에 대하여 반박했다고 하는데 류둥황이 이미 알아채고 그를 벼르고 있다고 했다.

홍지엔은 자기도 모르게 이상하다고 소리쳤다.

이게 어디서 흘러나온 말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으며,까닭없이 원수진 사람만 생긴 셈이었다.

 

갑자기 그 세명의 청강하던 학생들이 전부 역사학과 이고 류둥황의 1조 영어 반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의심할 것 없이 그들이 덫을 놓고 있다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하였다.

결국 언제나 한쉐위 이 망할자식이 말썽을 일으켜 자기와 친하게 지내는 척 하면서 그의 비밀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홍지엔은 생각 할수록 원망스러워하며 오랫동안 류둥황에게 어찌 변명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홍지엔이 외국어문학과 사무실에 가니 쑨아가씨가 책을 보고 있다가 그를 보더니 눈망울 가득 뭔가 말을 할게 있는 듯 했다.

홍지엔도 목구멍 속 어느곳이 바짝 탔으며 두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류둥황에게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바로 용기를 내어 말했다.

""동료지간에 뒤에서 뒤통수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소 - 나역시 그의 말을 다  전해듣고 있는데 -

류선생 내가 영어 가르치는데 대해 불만이 있는 모양이오.

1조 수업 시간중에 항상 학생들에게 내 강의중 착오를 지젓한다던데..."

 

"무슨 말이요?" 류둥황이 펄쩍 뛰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쑨아가씨의 얼굴표정이 지극히 복잡해졌는데, 책을 보고 있느라 아무것도 모르는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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