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수업에 들어갔을때 그는 창세기의 첫 인간인 아담이 새로 탄생한 짐승의 이름을 부르듯 한번 불렀고, 그 이후에는 잇달아 출석부를 아예 가져 가지도 않았다.
두번째 주가 되자 그는 50여명의 학생중 7~8명이 결석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이빨이 갑자기 훌러덩 빠져버린 것 같았고 빈 구멍을 남겨 놓아 그것을 바라보는 심사가 편치 않았다.
그 다음 번에 그는 여학생들이 제일 첫째 줄을 고수하고 남학생들은 제일 뒷열부터 앉고 둘째 세째열은 외롭게 남학생 한명씩만 앉아 있는 것을 주의해 보았다.
자기가 이런 진세를 관찰해 보건대 남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었고 여학생들은 그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리고 멀리 보는가 하면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 모며 웃기도 했다.
그는 결국 꾹 참고 말을 안했다 :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자네들의 능력이 여학생들 보다 지식을 흡수하는데 모두 나를 거라고는 절대 보지 않는다. "
그는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출석을 불러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그렇게 해야만 다리는 있으되 돌아디닐 수 없는 의자와 책상만이 강의를 듣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자의 자유 방임에서 조무래기 교수의 꾀죄죄한 번잡함으로 갑자기 변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체면 깍이는 일인가!
이 녀석들 학생놈들은 교활하기 그지 없어 자기 의도를 틀림없이 간파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것은 마치 옷감의 길이가 부족한데도 억지로 몸에 맞는 옷을 만들려는 것과 같았다.
자기가 미리 준비한 자료가 충분할 것으로 보았으나 막상 수업에 들어가면 자기 강의 자료가 빨리 줄어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필기 시키는 것도 대충 끝났는데도 수업이 끝난것을 알리는 벨소리는 한참 동안이나 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한동안 아무 할말이 없는 공백의 시간이 생겼는데,그것은 마치 끝없는 물줄기가 전속력을 내고 달리는 자동차를 덮치는 것 같이 급하기는 한데 피할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하는데 무언가 할말을 찾아보려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시 몇마디 말을 꺼내어 끝을 맺을 수도 없었는데 몰래 손목시계를 보면 단지 30초 정도 남았을 뿐이었다.
이럴때 몸에서는 열이 나고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고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으며 학생들이 모두 자기를 비웃고 있는것 같았다.
어떤때는 그야말로 며칠 굶주린 사람이 설사약(지사제)을 먹은 것처럼 말이 서로 밀치고 나오려다 밀려서 못나오는 형국이 되어 부득이 수업을 15분이나 일찍 끝낸적도 있었다.
씬메이에게 얘기 했더니 그도 벌써 그런 느낌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결국 경험 없이 처음 가르치다 보니 그런거라고 했다.
씬메이가 덧붙여 말했다.
"내가 이제야 왜 서양인들이 왜 시간을 죽인다(killing time)고 하는지 겨우 알았다니까. 수업 끝나는 벨소리가 울리기 몇분 전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
정말 그것을 한칼에 두동강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홍지엔은 최근에서야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비록 단칼에 시간을 죽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것에 치명상을 줄만은 했다.
그는 걸핏하면 바로 칠판에 필기를 했는데 칠판에 한 글자를 쓰는 것은 입으로 열자를 강의하는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얼굴과 손에 온통 백목 가루를 뭍히고 팔이 한참동안 뻐근했으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고 그후부터는 일찍 끝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필기하는데 그다지 힘을 쓰지 않았다.
왕왕 그가 10붖동안 힘을 들여가며 간의를 하면 몇몇 학생들은 우두커니 앉아서 한자도 쓰지 않았다.
그가 인상을 쓰며 위협적으로 째려보면 그들은 마지못해 주섬주섬 펜으로 노트에 글자 한두개 그리는 정도였다.
홍지엔이 그것을 바라 보다가 화가 났지만 자기는 그래도 리메이팅 만큼은 엉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옆교실의 리메이팅은 선진(先秦) 소설사 - 진나라 통일 이전 춘추 전국시대- 시간인지 학생들의 웃음이 끝이지 않았고 홍지엔의 반만 무기력하고 활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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