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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67p (전종서의 위성)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학교요, 비록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  보통 웬만학 학생은 들어가기 힘들어요."

"내가 류선생에게 듣기로는 당신은 이 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홍지엔은 마음 속으로 의심이 가득 차서, 정말 자세히 묻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대면한 사이인데 추궁하는 식으로 하기도 껄끄럽고 자기가 그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나타낼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사람이 말하는 것이 요점만 말하기 때문에 무얼 어떻게 물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제일 좋은 것은 그의 학위증을 보는 것인데 그럴 수만 있다면  바로 그의 클레이튼과 자기의 클레이튼이 같은 건지 다른 건지 금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쉐위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느정도 다리 힘이 빠졌다.

생각해 보니 류즈샤오가 알려 주었음이 틀림 없고 이 황이란 녀석은 아일란드인과 무슨 교섭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일부러 미국에 가지는 않았다는 점인데, 그가 가짜 학위증을 샀는지 안샀는지 모른다는 것이 정말 답답했으며 그가 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홍지엔은 한선생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면서 매우 만족했다.

한쉐위는 비록 말을 안했지만 손님을 환대하는 태도가 아주 세심했기 때문이었다.

한선생의 부인은 비록 용모가 추하고 붉은 머리칼을 했으며, 얼굴 가득 주근깨가 있는 것이 마치 밀가루 빵위에 파리떼가 새까맣게 똥을 싸 놓은것 같았으나 행동거지는 활발하고 전기가 통하듯 재빨랐다.

홍지엔이 연구한 바로는 서양인이 못생긴 것은 중국인과는 달랐다.

중국인이 못생긴 것은 조물주가 재료를 아껴 대강대강 만든 결과고 서양인이 못생긴 것은 조물주가 악의적으로 표현하려고 일부러 얼굴위의 5관(눈,귀,입,코,눈썹)을 장난스럽게 만들어 놓다보니 나름 계획도 있었고 역할도 있었다.

한씨 부인은 말끝마다 중국을 사람한다 하면서도 중국에서의 일상생활과 먹고, 입는 것이 뉴욕처럼 편리하지는 않다고 하였다.

 

홍지엔은 어쩐지 그녀의 어투가 불충분한 것처럼 느껴져서 말하기를 자기는 미국에 간적이 없으며 만약 자오씬메이가 여기서 듣고 분간할 수 있다면 아마 그녀가 뉴욕에 이민갔던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에 온 이후 이제까지 아무도 그에게 이처럼 살갑게 대해준 사람이 없었기에 며칠동안 답답했던 기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한쉐위의 학위가 가짜든 아니든 그게 뭐 대수인가 생각했고 어쨋든 이사람과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가지 일이 있었는데 한씨부인이 뉴욕에 대해 장황히 설멸하고 있을 때 한쉐위가 그녀에게 눈짓을 했는데 이 눈짓이 자기 눈에 딱 걸린 것이다.

당시 받은 인상은 사람들이 등뒤에서 자기 얘기하는 것을 엿들은 것 같았다.

이것은 아마 자기도 걱정이 많으나,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홍지엔은 신바람이 나서 자기 방으로 가지 않고 씬메이에게 갔다.

"조선생, 나왔어. 오늘 자네한테 미안해. 자네를 내버려두고 혼자서 밥을 먹고와서."

씬메이는 한쉐위가 자기를 초대하지 않는 바람에 차갑고 딱딱한 식당밥을 혼자 먹었는데 이때 먹은 밥이 위에 들어가서도 속이 쓰렸고 같이 밥을 못먹은 것으로 마음 또한 섭섭했다.

"국제 귀빈이 오셨구먼!

중국요리였어, 서양요리였어? 서양 마누리의 초대가 괜찮았어?"

 

"그집 늙은 하녀가 만든 중궁요리였어. 한씨부인은 정말 추녀더군!

그렇게 못생긴 마누라는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텐데 뭐하러 외국까지 가서 보물이라도 줏어온 것처럼 했는지 몰라!

씬메이 애석하네, 오늘 자네가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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