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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63p (전종서의 위성)

그는 아직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자기 나이에 비하여 뒤쳐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는 일부러 외국에서 쓰는 나이 계산법을 써서 만으로 나이를 세었는데 한여름이 지나면 한살로 쳤다.

그러다가 몰래 번역본 (Life Begins at Forty: 인생은 40 부터)을 샀고,, 다른 사람에게는 아예 나이를 묻지도 않았고, 무슨 띠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하는 말이라고는 "내 나이 많지 않아요! 역시 어린 동생으로 쳐요!"라고 하면서 어린 동생답게 활발하고 짓궂은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말을 할때 몰래 소곤소곤 말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마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군사기밀 같았다.

당연히 군사기밀이라면 그도 알고 있었을텐데 행정원에 친척이 있고, 외교부에 친구가 있다고 하지 않았었는가?

그는 그의 친척이 진작 보내주었던 편지가 있었는데 한귀퉁이에 "행정원"이라고 쓰인 커다란 봉투에 "뤼즈샤오 선생 귀하"라고 써있어 마치 그가 행정원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그는 외교부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는데 편지 봉투는 크는 않았지만 윗부분에 쓴 주소가 "외교부 구미국"이란 여섯 글자로 글씨가 죽죽 뻗고 먹을 잔뜩 묻혀 써서 글자  하나하나 단정하고 규격화 된것이 무식장이가  깜깜한 밤에 보았다 하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한통은 받은 편지고, 한통은 보낸 편지였지만 그는 번갈아 책상위에 올려가며 장식했다.

 

그러다가 그저께 죽여도 시원치 않을 급사녀석이 방을 치우다가 부주의해서 먹물 병을 엎는 바람에 행정원이란 글자가 온통 새까맣게 젖어버렸다.

류즈샤오가 어떻게든 되살려 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고 그는 어찌나 화가 났던지 펄펄뛰며 욕을 해댔다.

그 친척은 나라는 고사하고 가족도 잊었는지 두번째 편지는 보내주지 않았으며 친구 역시 외국일, 국내일이 힘들고 바빴던지 한통 답장을 보내주지 않았다.

뤼즈샤오는 하는 수 없이 행정원으로 가는 편지를 썼고, 그때부터 책상위를 장식한 두통의 편지가 모두 자기가 보낸 편지로 바뀌게 되었다.

 

오늘은 바로 외교부로 보낸 편지를 책상위에 올려 놓은 날이었는데 류즈샤오는 홍지엔이 책상 위를 슬쩍 보기를 기다렸다가 서두르는 척 편지를 집어 서랍에 넣으며 말했다.

"상관하지 마세요. 어떤 친구가 나 보고 외교부로 오라고 해서 답장을 쓴 겁니다."

홍지엔이 진짜인줄 알고 어쩔 수 없이 석별을 아쉬워하며 만류하며 말 했다.

"아이구! 어떻하나! 류선생이 곧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셨네! 교장이 류선생이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실까

 

즈샤오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아무 일 없어요! 나는 관직에  흥미 없으니까요.정중하게 사절하는 편지를 쓴거예요.

가오 교장이 사람을 후덕하게 대해 주시고 또 여러번 전보를 쳐서 나를 불러 주셨고, 지금은 당신들 여러분이 오셨으니 학교가 점점 궤도에 올라가고 있는데 내가 어찌 판을 깰 수 있겠소?"

 

홍지엔은 문득 가오송니엔과 자기가 대화한 것이 생각나 탄식하며 말했다.

"교장이 류선생은 특별히 우대해 주시나보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즈샤오의 말은 낮고 숨은 쉬고 있으나 소리가 없어서 마치 생각이 호흡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요, 교장은 그게 결점이예요. 말한 것을 잘 지키지 않아요. 당신 일은 정말 정당하지 않아요."

기밀이라 네 벽에서 전부 두귀로 엿듣고 있는 양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홍지엔은 자기일을 다른 사람들이 벌써 알고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하여 얼굴이 약간 빨개져서 말했다.

"난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데...하지만 가오 교장은 ...내가 인생 교훈하나 얻었다고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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