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메이가 서둘러 대답했다.
"그거 아무 상관 없어. 자네는 철학도 가르치고, 중국문학도 가르치면서..."
메이팅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중국문학을 가르치려면 내 허가가 필요할거요, 황선생.당신 나에게 잘보여야만 뭐라도 상의해 볼 수 있는거지."
말을 하는데 쑨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녀는 여학생 기숙사에 있는데 여학생 지도담당 환(范)아가씨와 같은 방에 있다고 하면서,환영회 일에 대해 리메이팅에게 공손히 말했다.
메이팅은 경박하게 웃으며 말했다.
"쑨아가씨, 자네 업무를 바꿔서 외국어 문학과로 갈 것없이 내 밑에 조교로 들어오고 당장 오늘 밤 우리 둘이 같이 환영회에 가자고."
다섯 사람이 교문 앞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서 같이 저녁을 먹을때 리메이팅은 듣고도 못 들은척, 먹어 보고도 맛을 모르는 척했다
모두들 웃으며 환영회에서 강연할 원고를 준비했느냐 묻자 그는 극구 부인하며 말했다.
"당치도 않은 소리! 이런게 무슨 준비가 필요해!"
저녁 아홉시 쯤 되었을때 황혼지엔은 씬메의 방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연달아 하품을 했다.
그가 막 자기 방으로 자러 가려고 할때, 리메이팅이 문을 두드리며 방에 들어섰다.
두사람은 그에게 빈정거리고 싶었으나 그의 안색을 보니 붉으락 푸르락 하고 있어 바로 물었다.
"어떻게 환영회가 이렇게 빨리 끝났습니까?"
리메이팅은 말한마디 하지 않고 의자로 걸어가더니 털썩 앉았다.
코에서 나오는 씩씩 거리는 소리가 마치 막 출발하려는 기차소리처럼 들렸다.
두사람은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다그쳐 물었다.
그는 책상을 탕 치면서 가오송니엔은 뻔뻔스런 놈이라고 큰소리로 욕을 하고 교육부에 가서 소송을 걸겠다며 자기는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가오송니엔은 교장으로서 저녁을 먹으러 갔기 때문에 이때 아직 돌아오지 않아 그림자도 없었는데 이렇게 직무를 소홀히 하는자는 당연히 바로 쫏아내야 한다고 했다.
원래 오늘 환영회는 왕추호우(汪处厚0가 마련한 자리 였는데 이는 병법의 유명한 귀절 "적이 숨이 차서 을 헐떡거릴때 즉시 정면에서 쳐부수라."에 따라 아직 정신이 없을 때 들이치려는 것이었다.
먼저 학교에 온 네명의 중국어문학과 강사와 조교는 진작 그와 한통속이 되어 똘돌 뭉쳐 있었고 학생들 역시 그가 시키는대로 절대 복종하고 있었다.
그는 가오송니엔과 리메이팅이 먼저 약속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찬탈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고, 과 주임이 된다는 것은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것이다.
(원문 표혅 : 先进门三日就是大 - 삼일만 먼저 문에 들어가도 바로 어른대접을 받는다).
이 자리는 환영의 자리가 아니었고 일테면 새로 들어온 첩을 주인 마님이 만나보는 자리 같은 것이었다.
리메이팅은 학생 대표를 따라 회식장에 들어 서자 바로 분위기가 아님을 알아챘고 동료 교수와 학생들이 연이어 "왕주임"이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의아하고 황당했다.
왕추호우는 그를 보자 열렬히 그의 두손을 잡고 마치 정부의 손이라도 잡은양 한참동안 비비고, 문지르면서 놓아주지 않으며 원망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것처럼 말했다.
"리선생, 정말 당신을 기다리느라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우린 매일매일 당신이 오는 것을 보려고 - 어이 장선생 쒜(薛)선생 우리가 오늘도 새벽부터 이사람 얘기를 하지 않았소 - 우린 오늘 새벽부터 당신 얘기를 했던거요.
오느라고 고생 많았죠? 한 이틀 푹 쉬고 강의를 시작하면 되니까 급할 거 없소.내가 당신 강의 과목도 다 배치해 놓았으니까.
리선생, 우리 둘은 정말 비록 만난적은 없지만 서로 통하고 흠모하는 사이 인것 같소.
가오 교장이 청뚜(成都)로 전보를 치면서 나한테 중국어 문학과를 개설하라고 했지만 나는 나이도 많고 길을 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처음엔 정말 안오려고 했소.
그런데 가오 교장, 참 성가신 사람이야!
글쎄 조카에게 부탁해서 ..."
장선생 쒜선생, 황선생이 이구 동성으로 말했다.
"왕선생은 왕차장의 큰아버지세요."
조카를 통해서 두번,세번 부탁을 하니 내가 차마 청을 거절할 수 있어야지.
우리 집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 공기를 바꿔보고 싶기도 했었고.
그래서 여기 오게 된 것인데 여기서 여러 선생들을 알게되어 기쁘오.
나는 우리 과가 정말 잘 될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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