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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55p (전종서의 위성)

단지 남은 것은 리메이팅과 황홍지엔에게 어떻게 변명하느냐 였다.

학교 행정처에서는 왕차장이 왕추호우(汪处厚)를 중국어 문학과 주임으로 소개했음에도 자기 스스로 리메이팅에게 초빙 편지를 썼던 터였다.

 - 하지만 왕추호우는 왕차장의 큰아버지 뻘이었고 자격으로 말하자면 리메이틴보다 나았다.

그당시에는 교수로 초빙된 사람들이 연이어 사직한다는 전보를 보내와 골치가 아팠었는데 상해에서 오는 사람들마저 오다 말고 되돌아 갈까봐 걱정하던 때였다.

부득이 왕차장이 해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왕추호우를 내보낼 수도 없고 리메이팅은 오랜 친구이니 결국은 오랜 친구에게 말을 꺼내는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그의 성질을 견뎌내기 어렵다는데 있었다.

 

황씨라는 청년은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자오씬메이가 데려온 사람인데 씬메이는 첨에는 자기는 오려고 하지 않고 대신 그를 추천했었다.

그가 독일 유학 박사라고 하면서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학력을 쌓아 나갔고, 학위도 없었으니 그저 여러나라를 놀러다닌 "유학생(游学生 : 돌아다닌 학생)이라 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것을 배우지도 않았을 것이니 그를 교수로 초빙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기껏해야 부교수 정도나 해 주고 순서대로 점차 높여 나가야지, 젊은이들이 하는 일이란 것이 뭐 그리 대단할리도 없지 않겠나.

이런 말은 씬에이보고 그에게 말하라고 해도 될 것이다.

 

진짜 난감한 것은 리메이팅인데 - 어쨌던 그는 천신만고 끝에 이곳에 왔고 얼굴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어물어물 넘어갈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올때도 무척 어렵게 왔는데 돌아 가는 것 역시 그리 쉽지는 않을 터였고 빈말로 좋은 보직을 준다고 하면 될 것이었다.

그는 사립학교에서 일약 국립학교로 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그를 천거하지 않았던가?

인간이 되려면 먼저 양심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런 것들은 어쨋든 내일 할 일들이니 오늘은 그런 것들로 고민하지 말자 - 오늘 저녁은 경찰국장과 저녁을 하기로 되어있지 않은가?

이 저녁 자리도 관행에 따라 접대하는 자리인데, 작은 시골 구석에서 보면 성찬 이것도 빈번하다보니  몇번 이렇게 하다보니 가오송니엔도 먹는데 넌더리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이미 네시 반이 넘다보니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으며 저녁이 먹고 싶어졌고 입에는 침이 고였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은 목적지에 가면 바로 흩어지는 법, 이것은 마치 파도의 물이 해변을 때리면서 사방으로 튀는 것이나 같다.

하지만 홍지엔 일행중 네명의 남자들은 그날 같이 이 시골에 도착해서 이발과 목욕을 하러 갔다.

학교에 돌아온 후, 게시판에 붙여놓은 분홍빛 종이에 써진 알리는 글  - 중국문학과에서 오늘 저녁 7시 반에 친목을 다지는 다회(茶會)를 갖는데 리메이팅을 환영하는 자리다 - 라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기쁘면서도 바로 떠벌였다.

 "싫다, 싫어! 나 정말 피곤해서 오늘만큼은 일찍 자고 싶구먼!

이 애들이 이렇게 열심인데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기는 하지.

자오 선생, 이친구들이 소식이 빠르기도 해!"

 

씬메이가 말했다.

"어찌 이럴 수가! 정치과 학생들은 어째서 내 환영회는 안해 주는거야?"

메이팅이 말했다.

 "뭐가 급하다고 이리들 서두르는지? 오늘 환영회는 나대신 자오선생이 가시는게 어때요? 나는 차라리 잠이나 싫컷 자야겠으니까."

 

구얼치엔이 머리를 끄떡이며 감탄했다.

"중국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래도 도리를 아는구먼, 내가 보기에 다른 과 학생들은 절대 이렇게 스승을 존경할 리가 없어요!"

말을 마치며 빙그레 웃으면서 리메이팅을 바라 보았는데, 이때 하나님이 인간에게 흔들어댈 개꼬리를 붙여주지 않은 것이 후회 했을 것이다.

그것을 흔들어 대어야 표정으로 나타나는 효과를 몰라주는 일이 줄어들 테니까.

 

홍지엔이 말했다.

"여러분들은 무슨 과, 무슨 과를 알지만 나는 아직 무슨과 교수인지 모르겠네요.

가오교장이 보낸 전보에 확실한 설명이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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