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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91p (전종서의 위성)

황홍지엔이 아침도 안먹고 나간 것은 분명히 저우 마나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때 사람들이 꼬치꼬치 묻거나 불쌍하게 여기거나 혹은 교훈을 주려고 들까봐 겁을 냈다.

그의 마음속에 새로 난 터진 상처는 그에게 고통을 주었다.

어떤 사람은 실연을 당하고 나서 그들의 상처난 마음을 즉시 보여 준다.

이것은 거지가 넓적다리를 들어내며 피가 뚣뚝 떨어지는 참혹한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 줌으로서 많은 사람의 동정을 사거나 혹은 일이 다 끝나고 상황이 바뀐 후에 전사가 창,칼에 다친 상처 흔적을 을 벗고 보여 줌으로서 사람들을 경탄케 하는 것이나 같다..

 

홍지엔은 단지 자기 마음속의 어두움을 은폐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것은 눈을 다친 사람이 밝은 빛을 피하는 것이나 살이 찢어진 사람이 바람을 겁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려고 생각했었고, 다른 사람이 자기 비밀을 간파하지 못하게 하려 했다.

저우 마나님만 속여 넘길 수 있다면 주위사람들의 쓸데 없는 간섭에서 바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의 고통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여인들은 화장품의 도움을 받아 립스틱을 짙게 바르거나 분을 두텁게 바름으로서 붉고 흰 것을 강조하여 마음속의 외롭고 쓸쓸함을  감출 수 있다.

하지만 자기는 남자라서 평소에 머리를 부스스하게 하거나 얼굴을 지저분하게 하지도 않았으니 머리를 잘 빗고 면도를 깔끔하게 하는 것 이외에는 평상시 자기를 감출 대단한 방법이 있는게 아니었다.

갑자기 어물어물  대처하느라 저우 마나님에게 안갔으니 역시 도망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홍지엔은 은행에 도착하여, 기계적으로 일을 했는데 마음이 허전하여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다.

싼뤼 대학에 전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기억에 떠 올랐고 그는 한숨을 쉬며 조금도 꼭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수락 전보를 치기로 했다.

그가 막 문서 담당자에게 전보를 치라고 시키는데 사장실에서 사람을 보내 그를 오라고 했다.

 

저우 사장은 그를 보자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자네 어떻게 된거야? 집사람이 간도 붓고 위도 안 좋은데,내가 출근할때 왕 아줌마가 전화로 의사를 불렀어."

홍지엔이 급히 면명하기를 자기는 아침 일찍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우 사장은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당신들 일에 간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자네 장모는 우리 숙영이가 세상을 떠난 후 몸이 많이 늙고 안좋아졌어.

의사가 혈압을 재보고,혈압이 높다면서 절대 화를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화를 내기만 하면 위험하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늘 그녀에게 삼분의 일(三分)로 나누라 했지.

자네 ...자네는 그녀의 의사를 꺽거나 맞상대 하려하면 절대 안돼."

말을 마치고 큰 짐을 내려 놓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저우 사장은 이 허울뿐인 사위, 고향 유지의 아들, 해외 유학생을 보면서 두려운 기분이 스쳤는데 오늘 한 말은 도리상 어쩔 수 없으나 마음 속으로는 전혀 즐겁지 않은 그런 말 이었다.

그는 저우 마나님과 화촉을 밝힌 이래 (花燭以來)언제나 그녀가 하자는 대로 했다.

딸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는 첩을 들여 자기의 중년에 딸을 잃은 슬픔을 달래고 위안을 받으려 했으나 저우 마나님이 알고는 병이나서 죽어야 겠다면서 고함쳤다.

"깨끗이 죽을께, 내가 죽으면 들여 앉혀!"

남편이 위안 받는 것은 필요 없다고 위협하자 그녀에 대한 기세는 형편 없이 쪼그라 들었다.

그가 그녀에게 말한 삼분의 일(三分)이란 말은 "삼은 흐르는 물이요 칠은 먼지다(원문 :三分流水七分尘)의 삼분( 三分)이 아니고 "하늘 아래 오직 약한 달빛만 있다(天下只有三分月色)의 삼분(三分)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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