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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87p (전종서의 위성)

그녀가 침실로 돌아오니 화가 몹시 났던 격한 감정이 모두 사라지고 그저 피곤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녀가 와서 알려 주었다.

"황선생님이 아주 이상해요.

대로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비를 쫄딱 맞고 있어요."

 

그녀가 서둘러 창문으로 가 내다보니 과연 홍지엔이 큰길에서 맞은편 집 담벼락에 기대 서서 바람이 몹시 부는 가운데 채찍 같은 빗줄기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약해지고,속이 아려왔으며 만약 일분 후에도 그가 가지 않고 있다면 반드시 웃기는 말이라도 하면서 하녀를 시켜 그를 돌아오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그녀가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막 하녀에게 분부하려는데 홍지엔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개가 털을 부르르 떨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주위의 비를 떨어 버리고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탕아가씨는 사촌언니의 말만 과신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홧김에 너무 단호하게 헤어지자는 말을 해버려서 혹시 홍지엔이 정신을 잃고 실신하여 자동차나 전차에 치어 죽지나 않을지 저으기 걱정되었다.

몇번이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다가, 한시간쯤 지났을 때 저우씨 댁에 전화를 걸었는데 홍지엔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생각 할수록 겁이 났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비는이미 그쳐 있었다.

그녀는 집안 식구들이 들을까봐 살그머니 문을 나가 이웃 과자 가게에 가서 전화를 빌려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첫번 전화는 잘못 걸렸고, 두번째 전화는 상대방의 벨소리가 계속 울렸지만 꽤 오랫동안 받는 사람이 없었다.

 

저우 사장네 식구 세사람은 모두 초대받아 나가고 없었으며 홍지엔은 작은 커피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앉아 있다가 이제 막 들어온 참이었다.

문을 들어서자 하인이 바로 쑤 아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해서 그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그는 별 반응도 없이 쑤라는 말을 들어 넘겼다.

마른 옷으로 갈아 입은 후에도 계속 전화 벨이 울렸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인이 뛰어와 전화를 받고 말했다."황 도련님,쑤 아가씨 전화 예요."

 

홍지엔은 양말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왼쪽 발은 맨발인채 서둘러 방문을 나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하인이 듣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성난 목소리로 - 애석하게도 비에 젖어 몸이 벌벌 떨렸고 코가 막히고 감기 기운이 있는데다 목구멍에는 힘이 하나도 없이 말했다.

"우린 이미 끝났소! 이미 끝났다고요! 내 말 안들려요?

두번 세번 어쩌자고 자꾸 전화를 하는거요?

이런  뻔뻔스런,,,무슨 짓을 꾸미려고!

내가 지켜 볼거요, 당신이 한평생 시집도 못가는 꼴을!"

 

갑자기 상대방이 벌써 전화를 끊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마터면 그는 쑤 아가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기의 호된 욕설을 그녀가 완전히 다 듣도록 다그칠뻔 했다.

그 하녀는 계단 모퉁이에서 흥미롭게 전화하는 것을 엿듣고 얼른 주방으로 가 일러 바쳤다.

 

"탕아가씨는 "이런 뻔뻔스런..."이란 말을 듣고 서둘러 수회기를 놓았는데,정신이 멍했고, 가까스로 눈물을 참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황홍지엔은 낮에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았는데 점점 열이 나고 정말 거의 믿어지지 않았다.

탕아가씨에게 조목조목 까발려지고 자기는 자기는 말할 수 없이 비루하고 천한,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그가 막 일어 났을때, 탕가씨네 대절차 기사가 종이 백을 하나 가져 왔는데 탕아가씨가 갖다주고 오라 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니 이 종이 백은 어제 보았던 것으로 위에는 아무 글씨도 쓰여있지 않았고 추측컨대 그가 그녀에게 보냈던 편지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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