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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84p ~ 85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은 그녀가 단지 쑤 아가씨 밖에 모르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났다.

그녀가 말했다. "설마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홍지엔은 득의 양양해서 입 싸게 삼일후에 확실한 소식이 있을거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죽고 없는 딸을 위해 질투어린 말을 했다.

"자네같은 사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내가 갖고 있는 좋은 기름진 고기는 모두 혼자서 다 빼앗아 간단말야!"

홍지엔은 이렇게 촌스럽고 무식하게 따지고 드는 말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다.

그는 방에 돌아와 아래와 같은 편지를 썼다.

 

샤오후(晓芙:효부)

전에 보낸 편지는 이미 훑어 보셨을 것 같군요.

나는 아픈 것이 다 나았습니다.

당신이 보내준 위문편지는 마치 병후의 한첩 보약 같았고, 역시 반가웠습니다.

나는 오늘 국립 싼뤼대학에서 전보를 받았는데 나를 교수로 초빙한다는군요.

학교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거절 한다면 하나의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길 청합니다.

당신의 앞으로 반년동안의 계획은 어떤 것인가요?

당신이 쿤밍(사천성 곤명)에 가서 복학을 한다면 나 역시 쿤밍에 가서 일을 찾아 볼 수 있고, 만약 상해의 학교에 들어 간다면 상해는 바로 내가 유일하게 그리워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당신에게 사로 잡혔고, 당신에게 말려 들었으며, 원귀에 씌인 것처럼 당신에게 억매여 있어 당신을 조용히 있게 놔두지 않는군요.

 

나는 오래전부터 바랐는데 나와...아!

"당신"을 착오로 "나"라고 썼는데 이렇게 잘못 쓴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 상상하고  - 그래서 간단한 말이라도 한마디 하면, 그 말을 내 마음 속으로는 벌써 수천번 되뇌이곤 했으니까요.

 

내가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신선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설법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내가 말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들을 수만 있다면, 내가 말했을 것이고, 당신이 들었을 것이고...

이 설법이 던져지면 과거 현재 미래 에도 두번째 남자는 없고, 또  이에 대해서 두번째 여자도 없을 거라고 말할 것입니다.

 

정말 미안한 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당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수천년동안 많은 사람이 써먹었던 말로 나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당신이 그런 말을 내가 하도록 허락해 주실 건가요?

나는 정말 감히 말하기 힘든데, 당신은 내가 얼마나 당신이 화 낼까봐 걱정하는지 모르실 겁니다.

 

다음날 아침 홍지엔은 저우 사장 운전기사에게 호후에 은행이 끝나면 바로 탕아가씨 집으로 가자고 해 놓았다.

차가 문앞에 도착하니 쑤 아가씨네 차가 보였는데 그는 난처했을 뿐 아니라  겁을 먹었다.

쑤 아가씨네 운전기사가 그를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 하면서 말했다.

"황선생님, 정말 절묘하게 오셨네요. 쑤 아가씨가 자주 들리지도 않다가 모처럼 왔는데 때맞춰 오셨군요."

 

홍지엔은 아무렇게나 둘러대었다.

"우연히 지나가던 길인데, 들어가려는게 아니오."

그리고는 바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뻔히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경박스런 거짓말을 한 것인데 너무 뻔한 거짓말에 운전기사는 마음 속으로 터져 나오는 비웃음을 간신히 진정 시켰다.

쑤 아가씨가 악담을 늘어 놓아 잘 되어가는 일을 망치게 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자기가 탕아가씨를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고, 거기다 이 반년동안의 일은 오히려 그녀의 체면만 깍이는 일이다.

그는 이렇게 스스로 자위하면서 더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 아무 보람 없이 하루를 기다렸는데 결국 탕아가씨의 편지는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그는 탕아가씨를 보러 갔는데 하녀가 그녀가 집에 없다고 했다.

 

5일째가 되어도 여전히 편지가 오지 않고, 두번의 방문도 모두 헛탕이었다.

홍지엔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았고 도무지 입맛도 없었다.

그는 자기가 써 보낸  편지를 열댓번이나 암송해 보았고 글자 하나하나를 곰곰히 되짚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자기 생각에는 오해를 살만한 구석이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공부를 계속해야하고, 자기 나이가 그녀보다  8~9세나 많으니까 연애를 하고 바로 결혼을 하자니 그가 그녀가 졸업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망설이며 결정짓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여만 준다면 그녀의 뜻에 따라 언제 결혼을 하더라도 상관 없으며 자기는 반드시 다른 생각 않고 기다려 줄 것이다.

(원문표현 ; 一定 守節 - 반드시 수절할 것이다. 남녀 공히 수절이란 말을 씀)

 

좋다. 다시 편지를 써 보내자.

그리고 내일 일요일에 그녀를 일차 면담하고 그녀의 허락을 구하자.

모든 것이 그녀의 명령에 달려있으니까.

 

그날 밤, 바람이 몹시 불었다.

다음날에는 보슬비가 내리다가 큰비로 변했다.

계속 비가 내렸는데 오후가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홍지엔은 비를 무릅쓰고 탕아가씨 집으로 갔는데 뜻밖에 아가씨가 집에 있었다.

그는 미세하게 하녀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무엇때문에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탕아가씨를 보자마자 그녀가 매우 거만스럽게 대하는 것을 알았는데 평소처럼 웃는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나올때 커다란 종이 봉투를 들고 있었다.그는 용기가 완전히 사라져 겁 먹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두번이나 왔었는데 그때마다 당신이 없더군요.

월요일에 보낸 편지는 받았습니까?"

 

"네, 받았어요. 황선생님."  - 홍지엔은 그녀가 자기를 처음 만났을때 호칭으로 되돌아 갔다는 것을 알았지만 감히 그것을 나타낼 수 없었다.

"황선생님, 듣자니 화요일에 오셨다면서요?

그때 왜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그날은 집에 있었는데."

 

"탕아가씨" - 그역시 원래 그녀를 불렀던 호칭으로 되돌아 갔다.

어떻게 내가 화요일에 왔었다는 것을 알았죠?"

"사촌언니네 운전기사가 황선생님을 보았는데 이상하게 당신이 문을 지나쳐 가버리고 들어오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그가 사촌언니에게 말했고 사촌언니가 또 나에게 알려 주었어요.

"당신은 그날 당연히 들어 오셨어야 했어요.우린 당신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나같은 사람에 대해 뭐 얘기할 가치나 있나요?"

"우린 얘기에 그치지 않고 연구까지 했는데 당신의 행위가 신비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내가 신비할게 뭐가 있습니까?"

"신비하지 않다니요? 당연히 우리같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이 볼때 당신의 수준이 얼마나 높고 속이 깊은지 도무지 추측도 할 수 없지요.

황선생님 말솜씨는 내가 이미 알고 있지만, 스스로도 들으면 반드시 만족할만한 듣기 좋은 변명을 해 보세요.

황선생님은 기껏해야, 말씀하시는 것이; '나는 핑게 대지 않겠다, 나는 변명할 방법이 없다, ' 반드시 이해해 줄 것이다, 하시던데 내말이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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