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지엔이 쑤씨 댁에 도착했을 때, 그는 쑤 아가씨가 급히 응접실로 급히 뛰어나오며 웃으면서 큰소리로 왜 이렇게 늦게 그녀를 찾아왔냐고 원망하기 바랐다.
하지만 수위가 차를 내오면서 말했다. "아가씨가 조금 있다 나올 겁니다."
쑤씨 댁 정원에는 복숭아꽃, 배꽃, 라일락(丁香花)이 마침 모두 피어있었다.
홍지엔은 이제 겨우 음력 2월말인데 꽃들이 벌써 피면 정작 청명한 봄기운을 보여 줄것이 뭐가 남아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응접실 창문이 하나 바람이 통하도록 열려 있었다.
태양은 꽃 향기를 퍼뜨렸고 그것은 더욱 짙어져서 코속에 들어왔는데 사람의 머리속을 멍하고 나른하게 만들었다.
이 꽃향기들은 파 마늘의 냄새와 같이 비록 모두 식물의 숨결이었으나 비릿한 육감을 주었는데 그것은 한여름 무도회에서 머리카락에서 발산되는 냄새와 비슷했다.
벽에걸려있는 족자에는 글씨와 그림이 있었는데, 심씨성의 사람이 쓴 것으로 황산곡 시(詩)라 적혀있었으며 그 첫번째 싯귀에 이렇게 써있었다.
"꽃 향기는 사람을 중독시켜 선(禪)을 망치게한다.(花气熏人欲破禪)"
홍지엔이 그것을 보고나서 곧 그 의중을 깨닿고 중들이 창밖의 저런 꽃향기를 맡는다면 확실히 나중에 계를 범하고 머지않아 고기를 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응접실안의 서화 골동품을 반복해서 세번 보았다.
심씨가 쓴 "인(人)"이란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 그은 획이 북경에 있는 하녀의 전족한 발모양과 아주 비슷해서 윗부분은 거칠고 조악한 다리에서 시작해서 아래 부분은 갑자기 작아지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역시 발을 그린 셈이구나!
그제서야 쑤 아가씨가 나타났다.
그녀는 냉담하게 웃었는데 마치 흐리고 추운 곧 눈이 내릴 것같은 무의미한 날 같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악수를 하며 말했다.
"황선생 오랫만이예요. 오늘은 어떻게 오실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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