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종서의 위성

38p (전종서의 위성)

                                                                        -  3  -

 

아마 전쟁중 사망자가 너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미처 소멸하지 않은 생명력이 모두 봄의 생기로 뿜어져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해 봄은 기후가 특별히 좋았다.

이 봄기운은 사람의 마음을 들썩이게 했는데,마치 어린아이에게 잇빨이 날때 잇몸에 싹이틀때의 통증과 간지러움같은 일종의 활기를 받는 것과 같았다.

 

상해는 폭발하듯 커지는도시였으나 봄의 안식처로 마땅한 산수(山水)와 기생집은 없었다.

공원과 일반 주택의 꽃밭의 초목은 동물원의 철창안에 갖혀있는 야수처럼 구속되었고, 고독했기에 봄기운을 충분히 마음껏 발산하지는 못했다.

봄이 왔건만 오직 사람의 심신에 머물면서 질병과 전염을 더하게 했고, 간통과 주정, 싸움질등 사건을 불러일으켰으며 임신부를 늘어나게 했다.

마지막 언급한 임신부는 오히려 좋은 현상인데 전시에는 인구가 당연히 보충되어야 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저우 마나님 말은 금년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태반이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아직 다쓰지 못한 수명으로 억지로 환생한 것이라 전생의 남은 나이 수 만큼만 충족되므로 장래에 살아갈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이라 했다.

 

요즘 며칠동안 황홍지엔은 낮에는 정신이 멍해서 늘 졸음만 왔고, 밤이 되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새벽문득 잠이 깨었는데 창밖에 있는 나무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기분이 좋았고 아무 목적없이 기대에 부풀었으며 마음은 가벼워져서 날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공허한 것이어서 마치 어린아이가 쥐고 있던 풍선을 놓쳤을때 처럼.풍선이 하늘로 얼마 날아 오르지 못하고 바로 터져버려 아무 것도 남지 않고, 남는 것이라고는 갑작스런 허전함과 알수없는  망연자실함 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고 활동해야 할때는 의기소침해져서 힘이 빠졌고 춘풍에 나부끼는 버드나무처럼 몸은 가벼우나 힘이 없었고 결국은 오래 날아가지 못했다.

그는 이런 몽롱하고 알 수 없는 나른한 마음은 규격화된 옛싯귀에 나오는 어둡고 깊은 규방의 감상적인 봄의 상황과 완전히 똑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새는 여자들도 모두 봄의 감상에 빠지지 않는데 자기는 쓸데없이 남자이면서도 여전히 이런 판에 박힌 감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가소롭지 않은가!

예를 들어 바오 아가씨 같은 사람만은 결코 봄의 감상에 빠질 툼도 없을테고 , 쑤 아가씨는 또 어떨까?

그녀는 아니라고 말하기 어려울것이다;

그녀는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인 옛 미인의  전형이다.

 

배에서 헤어지고 난 후 그녀가 지금 어찌 지내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그녀를 보러 가겠노라고 약속했으니 한번 가보는 것도 무방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로 인해서 여러가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기존 알고지내는 여자친구도 너무 없지 않은가!

그것은 마치 잠 못들어하는 사람이 수면제의 폐해를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편안함을 탐하는 것과 같았다.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P 下  (0) 2012.11.27
39p 윗부분 (전종서의 위성)  (0) 2012.11.25
36p ~ 37p (전종서의 위성)   (0) 2012.11.17
35p (전종서의 위성)  (0) 2012.11.17
34p (전종서의 위성)  (0) 201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