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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33p (전종서의 위성)

황홍지엔은 장선생이 일찍 와서 얘기나 나누자고 청했기 때문에 오후 은행 일이 끝내고 바로 갔다.

대로를 지나가는데 어떤 외국산 피혁제품 가게에서 수탈 털을 붙인  서양 외투 신년 바겐세일을 하여 단 400위안에 판다고 써 붙인 것을 보았다.

홍지엔은 늘 그런 코트가 한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유학 시절에는 감히 살 엄두를 못내었다.

예를 들어 런던에 있을 때만해도 남자가 가죽 코트는 입었으나 자가용 차가 없으면 만일  일수돈을 놓는고리대금 유태인이 아니면 권투하는 흑인, 또는 곡마단의 단원 그도 아니라면 창녀촌의 기둥서방으로 간주되기 십상이었다.

단지 비엔나에서만 가죽 코트를 입는 일이 보통일로 간주되었는데 거기다 코트안에 입을 여행용속옷까지 미리 갖춰놓고 팔았다.

 

그가 귀국한 후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은 많이 보았으나 지금 가게 쇼윈도에 걸려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동했다.

하지만 다시 계산해보니 탄식만 나올 뿐이었다.

은행 월급은 일백위안 밖에 안되는 박봉이어서 용돈 쓰기도 빡빡했다.

장인 집에서 공짜로 먹고 자고 하면서 한푼도 내지 않는 주제에, 저우 사장에게 어떻게 또 사치품을 산다고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귀국한 이후 남은 돈이 60여 파운드 였는데 이번에 부모에게 효도하는 뜻에서 40파운드를 가구를 사 는데 보태드렸고 남은 돈이라고는 달랑 400여 위안에 불과했다.

이쪽 저쪽에서 돈을 변통하여 몽딴 코트 사는데 쓴다해도 계산이 잘 안맞았다.

나라에 난리가  일어난 지금은 만사 절약이 제일이다.

게다가 날씨도 머지 않아 다시 따듯해질 것이니 단념하자.

 

장씨 댁에 도착하니 장 선생이 요란하게 환영하는 말을 했다.

"Hello! Doctor 황, (영어로 황박사님 안녕하세요.),오랫만 이군요! "

장선생은 외국인들과 왕래가 익숙한 편이라선지 말하는데 특징이 있었다. - 아마 외국 상사, 청년회, 로타리클럽(扶轮社) 등 여러군데 가입되어 있어선지 전혀 특별하달 것도 없이 - 중국말 속에 쓸데 없이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중국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의미의 말은 영어를 빌려와 말하곤 했다.

그래서 그의 말 속에는 영어 단어가 끼어 있었지만 역시 입속에 끼어 있는 금이빨에는 미치지 못했는데 금이빨은 더이상 장식품이 아니라 언제나 사용할 수 있었으며, 부득이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고기찌꺼기가 낄 때도 있지만 , 밥과 반찬을 잘 먹을 수 있다는 표시이고 또 이것 외에는 다른 용도로는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인의 발음을 모방하여 진짜와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는데 아마 콧소리 배우기는 지나친 면이 있어서 미국인 같지 않았고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중국인 같았다.

 

그가 "very well" (베리 웰) 두마디를 할때는 발음이 마치 작은 서양개처럼 꼬르륵 거렸는데  - "vurry wul"(부리 울) 했다.

애석하게도 로마인은 이런 좋은 귀가 없거나 혹은 R을 콧소리나는 모로 만 발음할 능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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