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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32p (전종서의 위성)

음력 새해가 되었다.

상해 조계로 전쟁을 피해 옮겨온 지방 세도가들은 나라가 걱정되어 안절부절 못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결코 지금 나라가 망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남편도 죽지 않았는데 미리부터 미망인 행세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평소처럼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저우 마나님이 홍지엔에게 누가 중매를 섰는데 저우 사장과 홍이지엔이 일차 나가서 접대하라 하고 그자리에 장씨네 집안 딸도 나와 있을거라고 했다.

저우(株) 마나님말에 의하면 장씨 집안에서 그의 사주단자를 달라고 했는데 점쟁이에게 가서 그집 딸과  "하늘이 낸 궁합, 크게 길하고 화합한 궁합"인지 점을 쳐 본다고  했다.

홍지엔이 웃으며 말했다. " 상해는 개화된 곳인데, 아직도 점쟁이가 혼인을 결정합니까?"

저우 마나님은 그렇다고 운명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선생이 그에게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니 그 아가씨도 볼겸 나가는 것도 무방하지 않겠냐고 했다.

홍지엔은 전쟁전 교육받은 사람들의 기질이 얼마간 남아있어 장씨라는 사람이 미국인 상사에서 영업 담당일을 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이런 속물들과 왕래하는 것에 대하여 내심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자기도 외국에 나갈때부터 돌아온 지금까지 여전히 그런 거간꾼 돈을 이용해 오지 않았나?

어쨋든 한번 가보는 것은 무방하다.

결혼 여부는 어쨋든, 그 아가씨가 자기 마음에 드는지 안드는지나 보러가면 되고, 제삼자는 억지로 나오지 않을 테니 초대에 응해서 저녁을 먹으러 가면 그뿐이었다.

 

장(張)선생이란 사람은 저장(浙江)성 해안지방 사람이고 이름이 지민(吉民)이었으나 다른 사람들이 그를 Jimmy(지미)라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미국인이 경영하는 미국상사(花旗洋行)에서 20여년을 일하면서 말단 서기(写子)에서 영업 지배인까지 오른 인물이었고 손에 단단히 돈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외동 딸하나를 낳아 돈을 아끼지 않고 길렀는데 교회 학교에서 본격적인 서양식 교육을 받게했고, 서양 솜씨, 습관, 미용실,이발소에서 만들어 내는 최신 유행,서양 스타일등 빠지는 것 없이 다 배우게 했다.

 

이 딸이 막 18세가 되었고, 아직 중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선생 부부는 그들 고향의 전통사상을 갖고 있었다.

여자 아이는 20세가 되면 늙은 것이고, 이십세가 넘으면 시집도 못가게되고 이렇게 되면 마치 고물상 진열대에서 사람들에게 옛날만 회상시키는 신세가 될뿐이라고 했다.

장씨 마나님이 사위를 고를때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어서, 친척들에게 비록 여러번 중매를 부탁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부상(富商)의 아들이 있는데,거기다 해외 유학생이라고 해서 장씨 마나님은 매우 좋게 보았고, 혼인에 대해 큰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중매장이와 식사 한번 하고는 이일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식사할 때, 모두들  그며칠간의 전쟁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 조계가 봉쇄되었고, 채소가 채소 공급이 곤란해졌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장씨 마나님은 그래서 그 부상의 아들에대해서 물었다.

"그댁에는 식구도 많을 텐데 매일 식당에서 식사하는데도 적잖이 돈이 들겠지요?"

중매장이는 자기는 하루에 얼마가 드는지 잘 모른다고 하며 생각컨대 상당히 들 것 같다고 하였다.

장씨 마나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댁의 요리사는 틀림없이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일거요."

우리 집은 그댁 식구의 반에도 못미치는데 매일 부엌에서 지출하는 데 상당한 액수를 쓰고 있어요!"

중매장이는 그말을 들으며 의기양양했고, 장씨 마나님은 그가 식사를 끝내고 돌아가기를 기다려 말했다.

"그 사람들은 컽치레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인가봐요!  단지 하루 먹는 음식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다니!

우리 딸은 편한 것에만 익숙해 있는데 옛날 사람같이 고생하는 것을 좋아할리 없지!"

 

이때부터 혼담은 중단되었다.

두 부부는 반복하여 여러번 의논했고, 보배같은 딸을 시집보내는데 절대 방심하면 안될것 같아 차라리 집으로 데려다 살 사위를 찾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장선생이 홍지엔과 자리를 같이하고, 집으로 가서 자격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상대 집안의 과거 벼슬한 것도  괜찮은데, 그러다보니, 결코 사위가 당장 장인의 집에 와서 살지는 않을게 뻔하고,장래 데릴사위로 맞는다해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꿀것 같았다.

더욱 미묘한 것은 황씨 집안에서 이번 전쟁을 겪고나서 지방유지로서 거드름을 피우려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고, 이런 사위가 과연 고분고분하게 장씨 댁에서 살라고 할까 하는 것은 알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론 내리기를  장씨 마나님이 홍지엔을 한번 살펴보기위해 집으로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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