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황홍지엔이 막 일어났는데, 그 기자 둘이 일찍부터 방문했다.
홍지엔은 그들이 가져온 신문을 보았는데 황 박사가 귀향했다는 소식과 함께 어제 찍은 전신 사진이 실려있었다.
사진은 자신이 봐도 용모가 초라하게 나와 있어 남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푸른 안경이 자기 오른 어깨를 손으로 잡고 있는것이 또렷하게 나와있었고 자신의 옆 얼굴은 깝짝 놀란 눈으로 보고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꼭 좀도둑이 잡혀가는 모슴을 찍어놓은 것 같았다.
푸른 안경은 견문이 넓고 아는 것이 많았는데 진작부터 크레이튼 대학이 전세계에서 최고로 유명한 대학임을 알고있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순위가 청화대학에 버금간다고 하였다.
뒤에 있던 사진기자가 황홍지엔에게 세계의 대세를 어떻게 관찰했으며, 또 중일전쟁은 일어날 것 같으냐고 물었다.
황홍지엔이 어렵지 않게 그럭저럭 그들을 보냈는데,푸른 안경이 갖고있는 신문에는 "인민을 위한 매스컴", 사진기자의 신문에는 "사실만 보도하는 정직한 논조"라는 두마디의 캐치프레이즈가 써 있었다.
문을 나서는 손님을 배웅하고 있는데 부친의 오랜 친구이며 현립(縣立)중학교 뤼(呂) 교장이 들어와서 황씨 부자와 세사람이 내일 아침 차관(茶館)에서 아침을 먹자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홍지엔에게 여름학기 학생들에게 "서양문화가 중국역사에 미친 영향과 그 검토"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홍지엔은 강연을 제일 겁냈기 때문에 적당히 핑계를 대고 거절하려 했으나 누가 알았겠는가, 그의 부친이 자기 대신 한미디로 승락해 버렸던것을.
그는 혼자 분노를 삼켜야 했으며 이렇게 더운 날씨에 두루마기까지 차려입고 쓸데없는 말로 강연 하며 땀을 뻘뻘 흘릴 생각을 하니 무슨 생고생인가 싶었다.
교육자들의 심리는 정말 보통사람들과는 다른가봐!
황 영감님은 사람들이 그의 아들을 통하여 자기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학풍의 연원이 깊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책상자 안에 있던 끈으로 제본한 몇권의 책을 꺼내었는데 무슨 <문자당집>, <계사류고>,<칠경루집>, <담영록> 같은 것들이었고, 홍지엔에게 자세히 읽어보고 강연 자료로 삼으라고 분부했다.
홍지엔이 그날 오후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책의 내용이 식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인의 품성이 반듯하고 지구는 네모 난 것이라고 주장하며,서양인은 품성이 교활하고 지구는 둥글다고 주장한다.
중국인의 마음 자리는 언제나 정중앙에 있고 서양인의 마음 자리는 왼쪽에 치우쳐있다;
서양에서 들여온 아편은 독성이 있어서 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중국 땅은 토질이 부드러워 거기서 재배되는 아편을 먹거나 피우더라도 중독되지 않는다;
매독이나 천연두나 모두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다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애석하게도 실제 흥미로운 것들이긴 하지만 강연시 써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별도로 다른 것을 잡고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날 큰할아버지 댁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술에 취해 게슴치레한 눈으로 서너권의 역사 교과서를 뒤적여서 가까스로 글자로 일천자 정도의 강연 원고를 만들었고 두가지 웃기는 말도 막간에 넣었다.
이렇게 준비하는데 결코 심혈을 기울였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나 피는 약간 바쳤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날 모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차관(茶館)에서 네번째로 간단히 국수를 먹었다.
전처럼 뤼(呂)교장이 계산을 하면서 홍지엔에게 빨리 나오라고 채근하는 바람에 총총히 손에 두루마기를 쥐고 달려 갔고, 훵이는 황 영감님을 모시고 차를 마셨다.
학교 강당에는 벌써부터 가득 학생들이 앉아있었는데 남학생, 여학생들 모두해서 이백명이 넘었다.
황홍지엔은 뤼 교장을 따라 연단에 올라갔다.
그저 알 수 있는 것은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뿐, 온몸이 뻣뻣해지며,또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고 걷는 것조차 불편했다.
연단에 좌정하고 눈앞에서 아스라한 안개가 겆히자 비로소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첫째줄에는 본교 교사들이 앉아있었고 연단 바로 옆 기록석에는 한 여학생이 바짝 붙어앉아있는데 새로 파마를 했는지 머리가 까맣게 웨이브 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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