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강당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소근소근하며 호기심으로 가득차서 자기를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끄러워 얼굴이 벌게지면 안되!" "얼굴이 벌게지면 안되는거야!"
문을 들어올때 선그라스를 벗으면 안되었던 것이 참으로 후회 스러웠다.
눈 앞에 두개의 검은 유리알이 심리적으로 자신의 깊고 어두운 내면을 감추어 줄테고, 부끄러움을 겁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뤼 교장이 이미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홍지엔은 손을 뻗어 두루마기 주머니에 있는 강연 원고를 더듬어 보았다.
그러나 텅 비어있을 뿐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고 그는 너무 당황해서 식은 땀이 전신으로 흘렀다.
"아이고, 큰일났다! 큰일 났어!"
이 중요한 것을 도대체 어떻게 잃어버렸단 말인가?
집에서 나올때는 분명히 두루마기 주머니에 넣었다.
몇마디 시작하는 말을 제외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사력을 다해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마치 체로 물을 퍼 담으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부질없는 짓이었다.
너무 급한 나머지 주의력 집중도 되지 않았고, 실마리라도 억지로 생각을 끌어내려 했으나 금새 흩어질 뿐이었다.
어렴풋이 비슷한 다른 사실의 그림자 들만 어른거릴뿐이었는데 그것은 마치 번화하고 시끄러운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때 흘끗 보면 한떼의 사람들이 모두 그사람같이 보이다가도 막상 다가와 찾으려하면 다시 보이지 않는 그런 것이었다.
마음 속으로 열심히 숨바꼭질하는중에 뤼 교장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그에게 강연을 청했고 연단 아래 청중들이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그가 막 일어서면서 보니 훵이가 당황해서 급히 강당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는데, 그는 강연이 이미 시작된 것을 보고 낙담하여 빈자리를 찾았다.
홍지엔은 문득 모든것을 깨달았다.
차관을 나올때 부주의하여 훵이의 옷을 잘못 바꿔 입은 것인데 색갈과 옷감이 똑 같았던 것이다.
일이 이쯤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대담하게 철면피같이 되는대로 지껄여 대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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