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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0p (전종서의 위성)

그가 알아보니 3등 선실에서 어떤 월남인이 나가는 바람에 선실이 하나 비어있었다.

선상 관리인과 상의하여 자기의 본래 2등 선실을 포기하고 잠은 3등 선실로 옮겨 내려가 자겠고 식사는 여전히 2등석에서 하겠노라고 했다.

 

이때 같이 배에탄 중국인 가운데 중국에서 부터 알던 사람은 쑤 아가씨 !뿐이었는데 그녀는 리용 대학원에서 불란서 문학을 연구하고, <중국의 18인의 백화시인>이란 논문을 써서 갓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었다.

(* 백화시 : 5·4운동 이후, 전통적인 시율에서 벗어나 백화로 쓴 시. 당시의 사회 생활상과 사상·감정을 반영한 작품이 많음)

대학 동급생 시절 그녀의 눈에 황홍지엔이 꼭 남자로 보였다고는 할 수 없다.

그시절 쑤 아가씨는 자기의 애정은 너무 귀중하고 대단한 것으로 생각해서, 아무에게나 베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좋은 옷은 만들어 입기가 아까워 꽁꽁 상자에 넣어두었더니 일이년 지나자 갑자기 이 옷의 디자인과 색갈이 유행에 뒤떨어지게 되어 스스로 탄식하고 후회하는  것과 같았다.

종전에는 그녀는 오직 유학에만 마음을 두었는데 자기같이 앞날이 뻔한 여자가 몇가지 추구해 보았자  기껏 대학 졸업생일 뿐 아니겠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박사이다보니, 반대로 숭고하고 고독해 진 것을 알았고, 감히 오르려는 자가 없었다.

그녀는 황홍지엔의 집안에 대해 약간은 알고 있었고, 그를 보면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인데다, 돈도 많아 보여서, 이번 항해 기간을 십분 활용하여 그와 가까워지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그랫는데 미처 방비도 하지 못한 사이에 같은 선실의 바오 아가씨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바오 아가씨는 마카오에서 컸고, 그녀는 몸에 포르투갈인의 피가 섞여있다고들 했다.

"포르투갈인의 피"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제멋대로 자기들 고유의 문화가 있다고 떠들거나, 혹은 제멋대로 외국에서 출판 된책을 다시 출판한 작가가 "저작권이 있으니 번역을 불허함"이라고 떠드는 것이나 같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인의 피 속에도 근본은 중국인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바오 아가씨의 체격으로 비추어 볼때, 그녀의 포루투갈 모친은 아마 간접적으로 스페인에서 온 아랍인의 후손일 것 같았다.

바오 아가씨의 가녀린 허리를 보면 <아라비안 나이트(天日夜談)>에 나오는 아랍 시인이 노래한 미인의 조건과 똑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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