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디뜨 빠아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죽은지가 50년 전쯤되니 중고등학교 때 그녀의 히트곡 한두곡 정도 들어본 기업밖에 없는게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프랑스 샹송이 그리 유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대중적이지도 않다. 에디뜨 삐아프라면 우리나라에선 그저 소수의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만 열광하는 정도 같다.
그런데... 영화를 잘만들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타고난 성품이 너무 매력적이었는지? 하여간 영화를 보고나서 가슴이 찡한 감동, 그것도 쇠몽둥이로 둔중하게 얻어맞아 시퍼렇게 멍이드는 오래지속되는 그런 감동이 있었다.
영화는 그녀가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내고, 가수가 되고, 한두번 깊은 사랑을 하고 병들고 죽고...하는 이야기들을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그저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어린시절 모두로 부터 철저히 버림을 받았는데 그녀의 엄마라는 여자는 어린 아기를 사창가에 버려두고 떠나버리고.. 떠돌이 서커스단원인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자기 친딸처럼 보살피던 창녀에게서 강제로 그녀를 빼앗다시피 데리고 나와서 궁핍하게 길거리 서커스를 하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어린시절... 아버지와 헤어져 형제처럼 의지하던 친구마저 경찰에 잡혀가버리고... 그녀의 어릴적 생활은 그녀가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철저히 떠나가 버리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어찌어찌 해서 타고난 천재성으로 가수로서 눈부신 성공을 했지만 세상 어디에도 한군데 맘 붙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샥막한 생활중에서 모처럼 사랑한 유부남 권투선수는 돌연한 비행기 사고로 저세상으로 가고.... 알콜과 약물 -마약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독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외로움은 그녀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일생동안 계속 그녀를 따라 다녔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토록 어려운 가운데서도 전혀 변치않는 그녀의 타고난 밝음과 모두에 대한 사랑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한번도 남을 원망하지도 않았고 비참한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한탄 같은 것 역시 한번도 한적이 없다. 그저 모든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였을 뿐만아니라 노래를 사랑했고 또한 주위의 모든 사람을 사랑했다. 영화에서 에디뜨 삐아프는 추억의 영화 "길"에서 짐승같은 안소니퀸 "삼파노"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천사같은 젤소미나의 순수하고 백치같은 모습이다. 다만 안소니 퀸 역의 남자 주인공이 없다 뿐인데 그 악마 같은 역은 암울했던 2차대전 후의 살벌한 사회상이 대신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녀에게 세속적인 영예, 부와 명성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보였으며 그저 노래가 좋아 열심히 노래하며 일생을 살았는데 어찌보면 그녀가 자신을 보호해 준다고 믿은 성녀 테레사 같이 남을위해 삶을 산것처럼 느껴졌다. - 중생을 위해 모든 것을 베풀어 준다는 관세음보살같은...-
영화를 보고나서 그녀의 CD를 사다가 온종일 들었는데 마침 아들녀석의 책상에도 이미 갖고있는 것이어서 다시한번 놀랬다. 그것은 우리같은 노털들 뿐만아니라 젊은이들중에도 아직도 에디뜨 삐아프를 음악 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