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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영화, 독후감. 나의 생각

렛미 인.

 

 

나는 스웨덴 영화는 이 영화가 첨이다.

스웨덴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북극권에 가까워 춥고 황량하지만 따뜻한 심성의 키크고 금발의 멋진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이런 사람들이 흡혈귀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게 조금 이상했지만 영화 평도 좋고해서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영화는 눈이 펑펑 내리는 밤 풍경에서 시작된다.

적막하고 외로운 작은 마을. 어느 아이가 혼자 마당에 나와서 중얼거린다.

자기를 집단 왕따시키는 나쁜 놈들을 죽일거라며 주머니칼을 꺼내 애꿎은 나무에 대고 찌른다. 그러자 그걸 보고 있던 흡혈귀 소녀가 슬그머니 아는 체를 한다.

그러면서 “난 너하고 친구 안해!”

그말은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흡혈귀 본성은 다른 영화에서 보면 절대적인 악이다.

원래 드라큐라로 대표되는 흡혈귀는 기독교에서 하느님의 절대적인 힘을 강조하려고 상상력을 동원 억지로 만든 가공의 것으로  절대적인 악을 상징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신체구조상 피를 주식으로 생활하다 보니 본의아니게 사람들을 죽여야하는 그리 악하지는 않은 생명체다.


사실 요즘 세태를 보면 가까운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아무 이유 없이 수많은 불쌍한 여자들을 죽여대는 유영호 같은 인간을 비롯해서 아직도 잡히지ㄷ도 않은 화성 살인마, 유럽 코소보에서 일어난 인종청소, 유태인 학살  등등 ...

이들은 피를 먹어야 사는 흡혈귀도 아닌데 그저 악한 본성 땜문에 취미삼아 사람들을 죽여댄다.

이런 인물들에 비하면 흡혈귀는 그저 살아가려고 피를 먹다보니 가끔 희생자중 과다 출혈로 죽는 사람도 생길 뿐, 결코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악을 행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흡혈귀는 이영화처럼 감정, 특히 사랑하는 감정을 보이는 일은 절대 없다. 왜냐하면 만일 흡혈귀에게 감정이 개입되게되면 식생활이 엄청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우선 다음날 식량을 선택할 때 이사람은 이래서 안되고 저사람은 저래서 안되고 이리저리  따지다보면 하루종일 연구해도 죽일 사람 하나도 없게 될테니까 말이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외로운 마을.

흡혈귀 소녀 역시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저 착한것외에는 아무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소년을 사랑하게 된다. 도대체 흡혈귀가 사랑을 한다는게 말이 안되지만 너무 황량하고 외로운  상황이라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주위 환경이 너무 외롭다보니 비록 흡혈귀자만 사랑을 한다는게 관객들로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사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영화를 보는 중간에는 아무 모순도 못 느낀다.


또한 외로운 그곳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모두 착한 사람만 있다. 심지어는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면 자기도 새로운 흡혈귀가 되는데 어떤 순박한 스웨덴 시골 아줌마는 자기가 흡혈귀에게 물려서 자기도 흡혈귀가 되었다는 기막힌 현실 앞에 고민,고민하다가 자기 남편에게 대낮이니 커튼을 걷어달라고 부탁하고 장렬히 자살하고 만다. 흡혈귀의 장례절차는 참으로 간단해서 그저 햇빛만 쐬면 순간적으로 온몸에 불이 붙어 간단하고 깨끗하게 사라진다.


영화에서는 착하지 않은 인물은 아무도 없다.

주인공 아이는 워낙 착하고, 그애를 괴롭히는 나쁜아이들 조차도 그저 부모들의 꾸지람을 겁내는 순진한 아이들로서 그냥 재미삼아 주인공을 괴롭히는 수준이다.


다만 여럿이 집단을 만들어 놓고 거기 속하지 않은 마이너들을 괴롭히는 짓궂음, 그건 영화의 제목인
“렛미 인.”  - 나도 들어가게 해줘...

어쩜 인간의 본성은 흡혈귀 보다 훨씬 악한지도 모른다.

그저 착해만 보이는 주인공 소년 역시 다른 인간들과 똑같이 짓궂다.

흡혈귀는 원래 안에 있는 사람이 들어오라는 말을 안했는데 어느 장소에 들어가면 온 몸에서 피를 흘리게 되어있는지라 소년에게 들어오라는 말을 해달라고 간청하는데 소년이 모르고 그랫는지 알고도 그랬는지  그저 장난삼아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바람에 사랑하는 흡혈귀소녀를 사지에 몰아 넣을 뻔 했다.


이렇게 착한 사람들 틈에서 소년과 사랑을 나누며 생활하다보니 착해진 주인공 소녀 흡혈귀는 본연의 식생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많은 애로 사항이 생긴 남어지 “에라 여기도 생활 환경이 안 좋으니 철딱서니 녀석은 포기하고다른 곳으로 이사나 가야겠다.” 고 떠난다.
마지막으로 공포 좋아하는 드라큐라 매니어들이 너무 싱겁달까봐  사랑하는 소년에게 못된짓을 한 몇명 나쁜 놈들을 간단히 손봐주고 떠남으로 "이영화가 괴기영화는 맞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쨋거나  첫 장면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영화는 끝난다.

"아이고 사랑이란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