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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영화, 독후감. 나의 생각

집결호

과거 인민해방군은 우리의 적이었다.
6.25때 거의 다된 통일을 물밀둣 내려와 망쳐 놓은 것도 그들이요, 병자호란때 순식간에 우리나라를 유린했던 것도 그들 중국 군대다. 이런 중국 군대의 군인 이야기 영화를 보았다.
재미있게,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장개석 군대와 존망을 건 싸움을 하던 인민해방군이 어느 전선에서 - 수많은 전선, 그리고 그중 이름 없는 어느 전투에서 - 주력부대의 퇴각을 위해 1개중대의 결사대를 남겨놓고 이들로 하여금 적의 추격을 막게 했는데 이들이 전멸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중대장이 전쟁이 끝난후 그런 부대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세상을 향하여 헛된 죽음으로 헛되히 사라질 뻔한 전사한 부하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드디어 그 꿈을 달성하여 부하들에게 정당한 영예를 찾아준다는 이야기다.

영회에는 모파상의 목걸이 처럼 극적인 반전이 있다.
즉 전사한 자들은 나라를 위한다는 거창한 이유 또는 어차피 전멸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영웅적인 전투가 전쟁이 끝난후 아무도 그런 부대가 있었다는 것조차 인정을 못받는 허망한 결과로 변한다. 모든 세상일이 그러하듯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 같은 당연한 귀결은 현실적으로 그리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만일 그런 따분한 결론이라면 영화가 마들어질 이유도 없다.
이 영화에는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반전 - 한국전때 다시 참전했을 때 장면 - 지뢰를 밟아 꼼짝달짝못하는 없는 상황에서 미군 탱크를 만나 한국군인척 하고 넘어간다든지 하는 재밋는 발상이 많다.

집결호란 퇴각나팔을 뜻한다.
활과 창으로 싸우던 시절 같으면 나팔소리로 신호를 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현대전에서 포성이 끊이지 않는 상황하에서 과연 나팔소리로 퇴각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 나팔소리는 기껏 1-2km 이내에서나 들을 수 있을텐데, 신호를 하는 자와 신호를 받는 자가 거의 같은곳에 있어야 되는 현실과 퇴각명령을 내리는 수단이 나팔소리란게 엉터리 같단 생각이 들기는 했다. 부하중 한명이 나팔소리를 들었다며 퇴각을 주장하기도 하고 영화 말미에 자기 상급 부대가 집결호를 안불고 모두 도주했었단 사실을 알고 주인공이 분개하는 장면도 있지만 처음부터 짐결호를 불었든 안불었든 아무 상관이 없다. 관객들은 그들이 그런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첨부터 모두 알고 있었을테니까...

더구나 이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진이 참여하여 음향효과나 기타 기술적인 면에서 우리보다 한수 뒤진 중국 영화에 생생한 감동을 불어 넣어준 첫 작품이라고 한다. 과연 전투씬이 실감났고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엉성했고 별로 이야깃 감도 안되는 간단한 내용의 이영화를 우리 기술진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생생한 장면들이 커버해 주고 있다고 생각 되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나서 주인공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통쾌한 기분도들고, 그럼으로 짜증나는 현실을 잠시 잊으려고 영화를 본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영화속 주인공과 일정 부분 동일시 하게되고 영화속의 상황을 진짜 현실처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중국영화를 여러 편 보았지만 인민해방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이영화가 처음이다. 어릴때 교육받은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어 중공군 = 적군 이런 사고방식이 여태껏 남아있었는데 이영화를 본후 인민해방군 군인들 역시 우리와 똑 같은 따듯한 인간들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이런것이 영화의 힘이 아닌가 한다.
역시 휴머니즘 하면 전쟁영화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