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리는 여행객은 우리밖에 없다. 그리고 백하역은 어찌 썰렁한지 역사앞에 엉성한 가게 하나와 음식점 두어곳, 여관 한곳 정도 눈에 뜨일뿐 휑하니 역사 앞이 비어있다.
백하역 풍경. 썰렁했다.
중국인 40대 삐끼하나가 우리에게 연신 미소를 던지며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안내 했다.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가게도 안내해 주기도하며 무지 친한척 살랑댔는데 요즘이 워낙 관광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삐끼도 그사람 혼자밖에 없다. 만일 우리마저 안왔다면 그날 그냥 공쳤을게 뻔했다.
우선 역앞 상점에서 간단히 물과 간식거리를 사고 서울서 가져온 중국 휴대폰에 50위안짜리 칩을 넣었다.(카드 갚이라며 10원을 더 내라고 함).그리고 나서 오늘 백두산 구경을 끝내고 다시 통화로 갈 오후 3시30분 출발 잉쭤 기차표를 사러 역사로 다시 들어갔는데 삐끼는 절대 미리 살 필요도 없고 지금은 시간상 팔지도 않는다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못미더워서 다른사람은 모두 남겨놓고 혼자 역사에 표를 사러 갔는데 삐끼 말과는 달리 역무원이 당연히 표를 팔고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뽑은 4246차편이 2시46분이란다. 3시30분차는 없다며 내가 역무원에게 인터넷에서 뽑은 열차시간표를 내밀면서 출발시간을 손으로 가리키기까지 하니까 3시30분 밑에 볼펜으로 2시 46분이라고 써주기까지한다. 하여간 큰일 날뻔했다. 기차시간을 몰라 인터넷대로 역에 왔다면 40분 차이로 차를 못타게 되면서 고구려 유적지 관람계획, 통화까지 예약해놓은 택시 등등 정말 골치 아플 뻔했다. -하여간 세상에 믿을 놈 아무도 없다. 스지에상 메이요, 즈샹신더 런! -
삐끼가 조금전 소행으로봐 별로 맘엔 안들었지만 그렇다고 역앞에 달랑 두대밖에 없는 빵차(타우너와 비슷한 크기의 승합차)와 택시한대를 그가 소개하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먼저 택시 기사에게 산문까지 얼마냐고 했더니 편도 40위안이란다. 그래서 4명이 40원이냐고 물으니 1명당 그렇단다.그래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그럼 안탄다며 삐끼에게 4명이 40원에 왕복 80원에 하자고 했더니 그는 옆에 있는 빵차를 타면 왕복 80원에 해준단다.
그래서 우리는 빵차를 탔다. 그차는 한 10분쯤 달리더니 으슥한 숲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봉고차로 옮겨타라며 우리를 내려놓고 훌렁 가버렸다. 봉고차에는 건장한 중국 청년 둘이 운전석,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나는 속으로 "아이쿠 저친구들이 일인당 40원이라고 들었다며 우기기 시작하면 어쩌나..." 나는 괞히 겁을 먹고 일부러 중국 천년들에게 우리는 여기 첨이라느니 형제냐? 어쩌고 말을 걸었는데 내걱정은 순전히 기우였다. 중국 청년들은 인상도 좋고 친절했다. 봉고차는 인적없는 울창한 숲길을 30분가량 달려서 이윽고 산문에 도착했다.
우선 한글 간판이 많아 눈에 띈다. 그래서 산문 바로 앞의 백두산 어쩌고 써있는 집을 들어 갔는데 종업원 아주머니만 조선족이고 주인은 40대초반의 젊은 중국 여인이었고 한국말은 전혀 못했다. 어쨋거나 된장찌게와 한두가지 반찬을 곁들여 아침을 먹었다. 기왕이면 동포들을 도와주자던 생각이 우스워진 셈인데 여기말고 집안에서도, 환인에서도 버젓이 한글 간판에 한국민속그림을 달아놓고 쥔이 중국인인 가게를 꽤 많이 보았다.
백두산 입장료 100위안,공원내 버스비 68위안, 찝차비 80위안 합계248위안 - 한국돈 4만5천원 - 야 되게 비싸다. 그러나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대부분 아줌마 부대)이 같이 버스를 탔는데 혹은 충칭에서 왔다, 혹은 샨시성에서 왔다, 며 우리와 똑 같은 금액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전혀 불평없이 신들이 나서 떠든다.
열심히 백두산에대해 설명하는 중국 가이드 아가씨. 백두산의 면적, 식물,동물 같은 내용을 잘도 외운다. 꼭 공무원들 브리핑 같은 느낌.
닐은 흐리고 비가 약간 내리는데 산문에서 탄 버스는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30분정도 달려서 찝차 타는 곳까지 갔다. 거기서 다시 표를사고 줄을 서고 백두산을 향해 찝차는 달리는데 정말 멋진 경관이 펼쳐 졌는데 차가 하도 흔들려서 사진한장 제대로 못찍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산 언덕에 펼쳐진 광활한 풍경은 무척 이국 적이면서도 맑은 느낌이었다. 기껏 차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다니...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윽고 정상이 가까워지자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어 흩날리기 시작했고 바닥은 완전히 얼음 바닥이었다. 거기다 안개가 잔뜩 끼어 10m 앞이 안보였다.
중국인들은 커피를 안좋아해서 여긴 순전히 한국인들 상대 커피집인데 한국 관광객이 별로 없어 썰렁하다. 커피 한잔에 10원이었나? 백두산 물로 끓였다면서 바가지를 씌웠다.
우리는 차를 내려서 50m 정도 걸어서 천문봉 정상에 가 보았고 천지가 내려다 보였음직한 곳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줄을 서서 순서대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천문봉에서 내려와서 장백폭포로. 정말 멋진 폭포다. 안내판에 중국 동북부 최고의 폭포며 가운데 커다란돌이 폭포 물줄기를 둘로 나누어 놓는데 예날 견우가 딛고 건넜다고 하며 대단히 좋게 써놓았다.
"정말 나중에 다시 와야지.. 다시 와서 천지물가까지 내려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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