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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야기

백오리길도 한발작부터...(2007년 동아마라톤 완주 후기)

백오리길도 한발작부터...(동아마라톤 완주 후기)

2007.03.19 12:30 | 마라톤(marathon) | 겨울산

http://kr.blog.yahoo.com/traveler200801/84 주소복사

드디어 3월 18일.
새벽 5시 기상. 행여 잊어버릴세라 어제 밤 거실에 미리 주욱 늘어놓았던 물건들 (파워젤, 기록용 칩,가슴에 달 배번 등등)을 챙기고 복장을 갖추고나서, 인절미를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거기다 물을 두어컵 억지로 들이키고 집을 나섰다.

5시 50분.
캄캄한 가운데 우리 아파트에서도 운동화 신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두런두런 거린다.
보나마나 동아마라톤 참가자들 이겠지.
지하철을 타니 완전히 운동화 차림의 동아마라톤 참가자들로 꽉 찼다.
지하철 전체를 전세 낸것 같은데 여기저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 이 서로 얘기하는 걸 보니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마라톤을 하는 것같다.

6시 30분 세종로에 도착하니 인산인해다.
그넓은 중앙청 앞 도로를 인파가 완전 덮었다.
달림이 친구들을 만나 간단히 기념촬영을 하고 출발 선에 대기.
먼저 이봉주선수를 비롯한 엘리트선수들이 요란한 푹포소리와 함께 출발하고 이어서 A그룹 - 서브스리 주자들이다.- B그룹이 출발한데 이어서 우리가 속한 C그룹이 출발했다.
아직 부상이 완쾌된 것도 아니고 더구나 보름전 서울 마라톤 이후 처음 뛰는 것이라 잔뜩 긴장해서 과연 괞찮을지 걱정하며 한발작 한발작 내디뎠다.

그러나 "아 뿔싸."
그동안 다 낳은줄 알았던 정강이 통증이 심하지는 않지만 한발작 한발작 땅을 디딜때마다 정갱이를 쿵쿵 망치로 때리는듯 둥중한 통증이 왔다.
"안되겠다. 첫 5km만 뛰고 포기 해야지." 마음먹고 남대문을 돌아 신세계백화점앞 광장을 지나 을지로거리로 들어섰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보다더큰 부상이 생길까 걱정되어 마치 갓 시집온 새색시같이 조심조심 한발작 한발작 내디디며 달렸다.

이윽고 5km.
급수대에서 물을 한잔 먹으며 두리번 두리번 회송차를 찾았으나 출발 30분만에 회송차가 있을리 만무다. 또 "이왕이면 10km는 달려보자."는 오기도 생기고 해서 10km지점을 향해 어거지로 달렸다. 이미 C그룹 주자들은 모두 지나가고 D그룹도 지나가고... E,F그룹이 몰려와서 그들 틈에 끼어 달린다.
다행히 마지막 F그룹은 그렇게 스피드를 내지않고 대부분 즐달(즐겁게 달리기 영어로 fun run이라고도 한다)하는 사람이 많아 스피드에 신경 안쓰고 대중들이 달리는 그대로 따라 가면 되었다.

10km지점 도착.
회송버스는 보이지 않고 "에라 5km만 더 뛰자."하며 또다시 30여분 달리니 15km.
그사이 통증도 어지간히 익숙해져서 그런대로 참고 달릴만 했다.
그러면서 15km까지 왔는데 또 생각이 달라진다.
기왕이면 20km채우자.
욕심이 생겨 또다시 달리니 이윽고 20km지점을 통과.
20km를 지나서 21.0975km (하프거리) 표시가 나타났다.
"기왕지사 갈때까지 가보자. 절반 넘어 달렸는데..."
그래서...30km....35km...
35km지나면 바로 잠실대교를 건너야한다.
그때까지 소요시간은 4시간이었다.
cross the Rubicon.... 일찌기 시저 아저씨가 쿠데타 일으킬때 루비콩강을 건너면서 했다는 말이 생각 난다. 나도 cross the 잠실대교다.
이제 잠실대교를 건너서면 더이상의 회송차 탈 기회는 없다.

이제 남은 거리 대략 7km.
이래저래 여기까지 달려오긴 왔는데 지금처럼 급수대마다 어정거리다간 자칫 5시간 초과될 우려가 있었다. "그래도 5시간 이내로는 들어가야지."
30km부근의 km당 페이스는 7분정도. 그이전은 6분에서 6분 2-30초 정도 였던것 같다.
계산상 도착 예상시간 4시간 50분. 단 매km당 7분의 속도로 한번도 쉬지않고 달려야한다.
그래서 또다시 고통스런 마지막 레이스를 감행 잠실 운동장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4시간 52분 44초.
부상당한 다리로 이만큼 해낸 자신이 대견스럽고 기분이 좋다.
같이 달린친구 정사장은 하지정맥류 수술후 첫 마라톤 기록으로 3시간 49분을 끊었고, 조사장은 늘 따라다니는 하복부 복통으로 오늘도 여의치 않아 4시간 20분을 기록했고, 허이사는 4시간 55분으로 여유있게 들어왔다.
모두들 기분이 좋은것 같다.

그래서 뒤풀이로 목욕후 막걸리 한잔.
마라톤!
참 좋은 운동이다.